울산 울주군 나무들, 어디에 사용할까요?

기획/특집 / 진한솔 시민 / 2020-09-18 00:00:15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공동기획

▲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산림계획 팀(연구진)이 울주군 배내골 시범림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아름다운 산, 보기에만 아름다울 뿐

먼 옛날. 산이 초록빛이 아닌, 붉은 빛이었던 그 시절. 초록빛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죠. 전국을 여러 단지로 나눠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제14단지에는 울산 울주군 두서면과 상북면이 속해 있었죠. 이곳에 독일 산림전문가, 기술자들과 함께 나무를 시범적으로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1977년 12월에 산림경영협업체를 결성해 나무를 심은 지 43년이 지난 지금은 곳곳에서 초록빛을 볼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사람도 43년이나 자라면 자신의 방이 비좁아지고 집도 작아지기 마련입니다. 생각해 보아요. 어린 시절에 높고 크게만 보였던 5층짜리 아파트가 지금도 여전히 크고 높게만 보이나요? 이처럼 산에 심어진 나무들도 자신의 공간을 침해받고 있습니다. 나무가 자신의 공간을 침해받지 않도록 나무들 사이의 거리를 넓혀주기 위해서는 결국 촘촘히 자란 나무들을 부분적으로 베어내 줘야 합니다. 


나무가 촘촘히 자리를 잡으니 나무들이 죽지 않기 위해 햇빛 방향으로 쭉쭉 자라게 됩니다. 햇빛이 닿지 않는 순간 죽을 것임을 알기에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나무들이 위로만 높게 뻗은 이유입니다. 그로 인해 뜻밖에 피해를 받는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풀들입니다. 나무들이 햇빛을 자기네들만 차지하고 위로만 자라니, 자연스레 나무 그늘이 생기고 땅에 햇빛에 닿지 않기에 땅속의 씨앗들은 긴 시간 동안 잠자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명절 때 산소(山所)를 한 번 가서 살펴보시겠어요? 묘 근처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풀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서 씨앗을 깨트리고 나와 얼굴을 내밀고 있죠. 그것을 본 이후 고개를 돌려 우거진 나무 아래를 바라보세요. 그 곳에는 풀이 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풀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존재도 등장하죠. 바로 곤충들입니다. 곤충이라는 생명체는 또 다른 동물들의 식량이 됩니다. 그 식량의 연결고리(순환고리)가 끊겨 부족해지면 동물들이 산 아래로 내려와서 마을에 피해를 줍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옛날 붉은색 민둥산일 땐 산에 먹을 게 없어서 동물들이 마을로 내려왔지만, 이젠 초록색 아름다운 산임에도 먹을 게 없어서 마을로 내려옵니다. 


그밖에 나무들이 많기에 많은 낙엽이 땅에 쌓이게 되죠. 그러면 땅속에 잠든 씨앗들은 햇빛이 닿을 때까지 긴 기다림을 계속해야 합니다. 땅속의 씨앗들은 언제부터 긴 잠을 자고 있는 걸까요. 1960년대만 하더라도 나무가 있어야 나무불로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낙엽이 있어야 나무에 불을 붙이는 게 쉬웠으니, 모든 마을 사람들이 낙엽까지 사용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가마솥밥을 해먹지 않게 됐고 그로 인해 쌓이기만 하고 쓰지 않게 된 낙엽들. 이 녀석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야 땅에 햇빛이 닿게 되고 비로소 새 생명들이 얼굴을 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현재 한국의 산들은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나무만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 안녕. 난 임도. 숲속에 차가 다니는 길이라고 해.

 


나무를 베는 건 나무를 죽이는 거잖아요?

이 부분은 숲가꾸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민입니다. 숲을 자연스럽게 놔둬야 하는지 인간이 숲을 관리하는 게 맞는 건지 누구도 쉽게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저는 이 개념을 양식의 개념과 비슷하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사람이 직접 나무를 심어서 만든 숲은 사람이 질서를 잡는 것입니다. 나무의 나이도 비슷하고 나무 종류(수종)가 비슷한 숲들이 많습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사람이 해결해야 합니다. 순환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 이 빽빽하고 촘촘한 숲들을 방치한다는 건 폐가(귀신의 집)와 다를 게 없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그럼 베어진 나무들은 버려지는 걸까요?

한국의 나무들은 사람이 심었고 사람에 의해 베어집니다. 베어진 나무들을 방치하는 건 40년 세월을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지 한국의 나무들은 40년 정도밖에 안됐고 위로만 높게 뻗었기에 다른 나라 나무들에 비해 품질이 떨어집니다. 해외의 나무들을 가져와서 사용하는 게 값싸고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굳이 한국 나무를 써야할까 의문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세대 때 나무를 심으면서 생각했을 것입니다. 언젠간 젊은 아이들이 자라고 태어나서 이 나무를 활용해주기를 말입니다. 미래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심었던 거죠. 지금 2020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물려받은 숲의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품질이나 상품으로는 성능이 떨어지는 한국의 나무들이지만 선대에게서 받은 나무라는 자산을 쉽게 버리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사용해봅시다. 그렇게 해야지만 40년 뒤에 지금보다 품질 좋은 한국 나무들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나무를 베어서 가지고 오려면 임도(林道)가 필수

사람이 기계톱을 지고 산에 올라서 나무를 베고 산 아래로 내려오면 골병이 들기 마련입니다. 골병이 들지 않기 위해 필요한 부분 중 하나는 임도(林道)입니다. 숲속에 차가 다니는 길을 만들어서 나무를 베어오는 것을 편리하게 만든 도로입니다.


우리나라는 단군 할아버지 이후 산림이 이렇게 울창해 본 적이 아마 없을 것입니다. 산을 제대로 관리해 보려고 시도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에서 나무를 베는 작업이 쉽게 임도 등 다양한 시스템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끊기지 않도록, 지속가능하도록

숲을 가꾸는 작업은 성과가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습니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치고 힘들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숲을 포기하게 되면, 산림을 이어갈 중간 세대가 전부 사라집니다. 느려도 좋습니다. 인식만이어도 괜찮습니다. 끊기지 않도록 저희도 윗세대에게 받은 산을 다음 세대에게 전해줍시다. 


진한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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