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근교숲 미래통합교육의 공간으로 다시 보자

기획/특집 / 이동고 기자 / 2019-06-14 08:15:49
기획취재-도시 근교숲에 미래 교육을 담자
▲ 독일이 가진 자부심은 참나무가 울창한 숲으로부터 나온다고 보고 있다. 숲을 체험하러 들어가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굳이 무슨 프로그램이 필요할까?  ⓒ이동고 기자


우리나라는 전국 산림면적이나 도시 근교숲은 많지만 숲을 체험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뒤떨어져 있다. 어떻게 하면 근교숲을 호기심과 지적 자극을 유도하는 유아와 어린이들의 자연체험공간으로 활용할 것인가? 이 문제의식으로 국내 숲유치원 운영기관, 산림청 숲치유교육 담당자, 타 지역 공원의 조성방법과 운영방식, 그리고 독일 베를린의 숲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취재했다. 문제는 단순했지만 숲교육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기획취재-도시 근교숲에 미래 교육을 담자
1회 도시 근교숲 미래통합교육의 공간으로 다시 보자
2회 국내 숲교육을 위한 공공기관과 민간에서의 노력 사례
3회 독일 베를린의 숲을 활용한 체험교육의 주체와 내용
4회 독일의 교육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실제 숲교육 활동내용
5회 울산 근교 숲을 미래교육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는?

우리나라는 산림면적이 넓다. 어디를 가든 산을 볼 수 있다. 산림이 이렇게 많은데도 왜 숲과 산림을 자연체험장이나 아이들 교육공간, 놀이터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까? 도시 속 공원들도 마찬가지다. 공원은 아이들의 자연체험공간이라는 생각을 중심으로 조성되지 않는다. 공단 공해를 막으려고 대규모로 조성된 차단녹지도 그냥 숲일 뿐 체험공간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 도시 아이들은 예전처럼 자기들끼리 떼를 지어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지 않는다. 골목은 차가 다니는 위험한 공간이고 미세먼지까지 공포로 다가온다. 도심의 대부분 사람들은 마당 있는 집을 버리고 아파트로 몰려갔다. 성인, 어린이, 유아 할 것 없이 디지털 문명에 중독돼있다.


지금까지 숲유치원을 13년을 운영해온 이경미 공주 숲생태유치원 원장은 “처음 시작할 당시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교육의 기본틀이 바뀌지 않았다”고 이유로 들었다. 숲생태유치원을 시작할 때는 열심히 하면 5년 안에 퍼져 나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과거보다 못하다는 평가였다. 숲유치원 활동이 활발하다는 독일 베를린 교통기후국 산림교육 담당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숲은 있지만 30~40대 베를린의 학부모들은 인공적인 도시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숲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독일에는 숲유치원이 90% 이상이라는 말은 과장된 것이었다. 어디는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연과 멀어지고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울산시 산림면적은 6만8671ha(산림비율 65%)로 강원도, 경상북도, 충청북도, 경상남도 다음으로 산림비율이 높다. 울산은 또 ‘도시림(도시지역 산림 및 녹화지)’ 규모가 전국 도시 중 최고 수준으로 조사됐다(2017년말 기준, 산림청 현황통계).
도시림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산림 및 수목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원 및 녹지를 포함하고 면 지역과 ‘자연공원법’에 따른 공원구역은 제외되는 개념이다.

 
울산은 도시지역 인구대비 도시림 면적을 의미하는 '총도시림 면적 비율'이 58.78%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산림과 도시자연공원구역 등을 제외한 ‘생활권 도시림'은 17.87㎡/인으로 지난 통계(2015년 말 기준) 대비 7.6%가 오히려 증가했다. 울산의 ‘총도시림 면적률'은 전국 평균(46.71%)보다 높고, '생활권 도시림'은 세계보건기구 (WHO) 권고 기준인 9.00㎡/인, 전국 평균 10.07㎡/인보다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전국 특, 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다. 울산의 총도시림과 생활권 도시림 면적이 이처럼 넓은 데는 울산시가 울주군을 끼고 있는 도농복합도시라는 측면, 울산이 자리한 자연지형이 갖는 특수성, 또는 공단 오염 차단을 위한 완충녹지나 차단녹지 조성 등 복합적 이유가 있다.


울산시는 ‘생활권 도시림’이 휴식과 산책을 즐길 수 있고 미세먼지 등 다양한 환경개선 효과가 있는 도시녹화사업을 통해 이뤄진 성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체감지수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런 도시림을 시민들의 자연체험과 일상적인 교육공간, 특히 유치원 중심의 유아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중심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우리나라에 독일식 숲유치원을 처음 이식해 유아 숲체험을 이끈 숲연구소 남효창 박사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이렇게 진단한다. “오늘날 우리는 호모 스마트포니쿠스(Homo smartphonicus)로 잡시스무스jobsismus 시대를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모 스마트포니쿠스는 인터넷 속도와 와이파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드론의 기술발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전속력으로 내달리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빠른 발전 속도와 마치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이행해 줄 듯한 인공지능과 합성생물학이 발전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생명체란 것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생각일까? 스마트폰과 같은 단순 반복하는 기계에 매일같이 긴 시간을 반복 사용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불균형적 신체와 정신의 발달에 치명적 원인이 된다. 만프레드 슈피처(Manfred Spitzer)는 이를 디지털 치매digitale demenz 현상(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억을 잊어버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 디지털 치매 현상은 성인들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란 게 더욱더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 24시간 가운데 실내생활을 하는 비율은 무려 80~90%에 이른다. 실내생활은 집과 사무실, 카페, 자동차 안, 학교, 식당 등 건물이나 바깥을 걸어 다니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다. 모든 것이 실내에서 이뤄지면서 공원이든 산림이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은 점차 멀어지게 됐다. TV 등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우리들의 일상시간과 삶을 차지한다. 이는 최근 미세먼지 공포 등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아파트 생활이 갖는 문제점과도 관계있다. 2016년 기준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파트 비율은 60% 이상이고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행정복합도시 세종시는 78.25%에 이른다. 울산은 70.86%로 광주, 대전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도시다. 고층 아파트에 살수록 저층에 사는 사람보다 정신적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인은 가정폭력이나 부부갈등이 높고 아동은 우울증, 야뇨증, 공포장애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영유아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 현황과 해외사례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는 미디어 중독 위험군에 영유아들도 포함됐다. 영유아 콘텐츠인 핑크퐁 ‘상어가족’이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32위에 오른 현상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은 평균적으로 만 0.75세에 TV를 보기 시작하고 2.27세에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다. 이용 시간은 스마트폰이 가장 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영유아에 대한 교육 열풍으로 학습용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데 따른 조부모의 육아 증가로 아이를 돌보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동영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형제가 많아서 나이 많은 형제에게 배우고 어린 동생을 지도했는데 한자녀 가족의 아이들은 동료들과 사회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부족하고 다자녀 가정의 경험 없이 자라게 된다. 이는 유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게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숲생태유치원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국내 숲유치원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흙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돌과 흙을 들추며 다양한 생명체를 찾아내는 일처럼 아이를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야외 활동은 아이를 중독으로부터 구하고 산만한 아이를 집중시키며 신체의 활력을 높인다. 숲생태유치원의 한 아이는 손에 쥔 큰 돌로 내려치기를 2~3분간 열심히 하더니 스스로 멈췄다. 충분히 두드려보고 얻은 결론이 뭐였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실행의 기회와 시간을 빼앗고 개입한다. 그런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곳이 자연의 숲이고 숲체험교육이다.


독일 임업 기술자들의 도움으로 조성된 울산 울주군 한독숲은 이제 40년 이상 자라 울창한 숲으로 성장했다. 애초 독일 임업 기술자들이 울주군을 대상지로 정한 것은 이곳이 앞으로 울창한 숲으로 자라면 인근 부산, 대구, 경주 등 영남권 전체가 산림체험문화와 휴양의 장기적인 시장이 된다고 판단해서였다. 하지만 울산은 여전히 공단 위주 산업화 경제의 시각에 갇혀 숲이 가진 잠재적 가능성에 눈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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