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의 탐구자가 되어보자

문화 / 이은민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 2021-06-08 00:00:26
서평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을 읽고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코로나19사태가 백신 접종에도 여러 변이의 등장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 지구인의 몸과 마음이 지쳐 경계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 감기로 여겨지는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 같다. 미국의 화성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첫 시험주행에 성공할 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온 인류가 오랜 기간 전염병에 몸살을 하다니! 그러나 세상이 어수선하거나 말거나 계절은 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지나 여름이 왔다. 삶의 건강한 순환을 위해 우리의 몸을 어떻게 일깨울까 고민하게 된다. 우리에겐 400년 전 한민족의 생로병사를 25권의 의서로 남긴 허준의 <동의보감>이 있다. 


<동의보감>은 내 몸의 순환을 깨뜨리는 욕망과 불안을 다스리고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을 읽고 지금의 우리는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어떤 해답을 찾아야 하는지 몸, 여성, 사랑, 가족, 교육, 정치사회, 경제, 운명을 만나보았다. 


고미숙은 1960년 강원도 정선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다. 주로 고전에 대해 연구하는 고전평론가이기도 하다. 교수 임용에 매달리는 것보다 경제적 자립과 배움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사회과학자들과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만들고 활동했다.


<동의보감>의 ‘동의(東醫)’란 중국 남쪽과 북쪽의 의학 전통에 비견되는 동쪽의 의학 전통 즉, 조선의 의학 전통을 뜻한다. ‘보감(寶鑑)’이란 “병의 길흉·경중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으로 귀감(龜鑑)이란 뜻을 지닌다. 또한 조선시대 허준이 중국과 조선의 의서를 집대성해 14년의 작업 끝에 저술한 총 25권의 의서, 의학서다. 동의보감은 질병 중심으로 분류한 기존의 중국 의서와 달리 사람을 중심으로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의 독창적인 분류체계를 완성했다. 또한 중국에서 수입한 값비싼 약재 대신 우리 산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을 다수 소개하고 있고 약재 이름을 의원들이 쓰는 전문 이름과 시중에서 민간인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한글 이름으로 함께 기재해 놓았다. 세계 최초 예방 의학서로 병이 나기 전에 몸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해 세계보건기구가 중시하는 ‘정신적·육체적·사회적 건강과 안녕’이라는 이념을 이미 400여 년 전부터 실천했다. 중국·일본·대만 등지에서 번역돼 동아시아 의학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동의보감>의 주요 가르침은 통즉불통(通則不痛), 정기신(精氣神)의 보양, ‘겨울은 겨울답게, 봄은 봄답게, 자연처럼 살라’로 정리할 수 있다. 통즉불통(通則不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아프면 통하지 않는다. 천지만물 중 사람이 가장 귀중하다. 우리 몸은 우주를 닮아 자연의 순리대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조절해야 한다. 또한 삶과 병은 분리될 수 없으며 몸의 기운이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할 때 병이 찾아온다. 정기신(精氣神)을 보양하라. 오장육부 중 신장이 주관하는 정(精)은 욕망의 고갈을 경고한다. 폐가 주관하는 기(氣)는 호흡의 완만한 조절을 돕는다. 심장이 주관하는 신(神)은 감정의 평정을 강조한다. 생명의 흐름인 정기신이 통하지 않는 현대인. 현대인의 욕망이 병을 부르고 있다. 겨울은 겨울답게, 봄은 봄답게, 자연처럼 살라. 우리 몸속 오장육부를 우주의 음양오행에 빗대어 설명한다. 기운을 발산하는 봄과 여름, 기운의 방향을 바꾸는 환절기, 기운을 갈무리하는 가을과 기운을 응축하는 겨울은 청년, 중년, 장년, 노년의 생애를 닮았다.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조화롭게 순환해야 한다. 욕망과 감정의 치우침 없이 나의 몸을 돌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현대인이 지나친 성형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우월감이라고 한다. 진정 원하는 것은 타인과의 교감이 아니라 결핍으로 채워야 하는 인정욕망인 것이다. 또한 소비의 핵심은 타인들과의 차별성이라 한다. 즉 남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것을 누려야만 비로소 기쁨을 느낀다니 채워야 할 욕망은 어디가 끝인지를 알 수 없다. ‘인정욕구’의 상극은 ‘역지사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월감과 열등감의 함정에서 벗어나 다 함께 공생하는 방향으로 삶의 키를 돌려야 행복해질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경쟁’이란 괴물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며 살고 있다. 행복할 권리와 사랑할 권리를 내어주고 인정욕구와 피해의식으로 삶을 낭비하고 있다. 그래서 많이 아프다 몸도 마음도. 


예기치 않은 팬데믹의 상황이 잠시 멈춤과 돌아보기의 여유를 줬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뒤처지는 듯해 불편하지만 이제 강제로 멈춰야 한다. 인간이 멈추지 못하니 자연이 멈추게 해주는 것이다. 멈추고 삶을 돌아보니 내 몸과 내 마음을 잘못 알고 살아왔다. 왜 몸이 아픈지, 왜 마음이 지옥인지, 왜 팔자가 이 모양인지 잘 알지 못했다. 고전을 통해, 고전이 주는 지혜를 통해 몸과 마음, 우주의 섭리를 알아야 알 수 있다. 더불어 오래된 지혜는 ‘지금, 여기’에 맞게 변주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 시대를 구성하는 지성과 표상의 배치인 인문학과의 접속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전의 원대한 비전과 인문학의 현장성을 이은 ‘인문 의·역학’의 세계에서 자기 몸의 탐구자가 되어보자.


이은민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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