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성장통

교육 / 이윤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 2021-05-11 00:00:19
학부모 칼럼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면 엄마도 같이 겪는다고 한다. 같이 큰다는 말이다. 그 말이 맞나 보다. 큰아들은 부모 눈치 보느라 사춘기를 자기 뜻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지만, 갓 중학생이 된 둘째는 사춘기 시동이 제대로 걸렸다. 돌이켜 보니, 사춘기가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우리 부부가 자신들을 함부로 대할 때 모르고 참았던 것 같고, 사춘기가 된 지금은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우리에게 툭툭 터뜨리고 있다.


얼마 전 퇴근 후에 둘째와 단둘이 있을 때, 둘째가 말을 걸어왔다. “엄마는 죽고 싶을 때 없었어?” “엄마도 많지. 엄청 많았지. 그런데 넌 왜 그런 생각이 드니?” “난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잖아. 내가 없어지는 게 좋은 거 같아.” “네가 자가진단도 해주고, 동생도 잘 돌보고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데.” “오늘 아침엔 자가진단도 안 했잖아.” “아냐. 네가 했잖아. 잘 생각해 봐.” 둘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죽음에 대한 얘기를 중1이 되는 아들이 하니 나는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움과 두려움 등 오만가지 감정이 스쳤다. 충격을 받은 나는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둘째를 대했나 되돌아보게 됐다. 내가 둘째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화난 목소리로 아이 이름을 계속 부르며,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가슴 떨림이란… 둘째는 내가 그럴 때마다 슬픔을 혼자 삭였으리라. 그리고 사춘기가 돼 힘이 생기게 되자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쏟아내고 있으리라. 미안한 마음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내가 계속 잔소리를 해대니 둘째는 듣는 것에 지쳤고, 내가 둘째 이름을 계속 불러 둘째는 대답하는 것에 지쳤고,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함부로 하니 마음을 닫는 것이다. 지금에서야 나는 내가 둘째에게 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을 대한다면 누구나 상처받고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는 것, 나는 정말 둘째에게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함부로 대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죽음이란 말을 자식에게 듣게 되면서 그제야 나는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이다. 


요즘 나는 둘째에게 화를 낸 순간마다 진심을 담아 사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너무 짜증 내서 미안해.” 둘째도 얘기한다. “엄마 제가 화내서 미안해요.”


둘째와 전쟁을 치르면서 나는 속상하고 힘들고 좌절하고 또 희망을 갖고 웃는다. 나는 조금 더 차분하고 생각을 깊게 한 후에 행동하려 하며, 둘째가 내가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다. 이제야 부모의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나도 사춘기 때 죽음과 여러 가지 사소한 고민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그런 과정을 통해 마음이 자라난 것 같다. 둘째도 나처럼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 또한 둘째 덕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아들아. 엄마가 너무 부족해서 미안하다. 우리 이제 서로를 존중하는 어엿한 어른으로 커가기 위해 조금씩 더 노력해 보자. 사랑한다.


이윤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울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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