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법인분할 갈등과 재벌의 민낯

오피니언 /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 2019-06-19 08:56:35
열린 논단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지주(대구 달성군 소재) 아래에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서울에 만들고 현재의 현대중공업을 자회사로 바꾸는 법인분할(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선 현대중공업그룹의 재벌 3세인 정기선으로의 재벌 상속 작업의 일환이며 대우조선해양의 헐값 매입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시민사회와 현대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조합은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이전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했지만 현대중공업은 5월 31일 용역을 동원한 울산대학교 체육관의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을 강행하는 수순을 밟았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25.8%, 국민연금 8.5%, 정기선 5.1%(매입자금 3540억 원 가운데 3000억 원은 증여)다.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인사, 노무, 투자, 연구개발을 맡고 자산대비 부채 비율은 62%에서 1.5%로 바뀐다. 한편 생산기지인 자회사로 바뀌는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현 62%에서 115%로 바뀐다고 한다. 기업 측은 5월 21일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으나 시민사회와 노조는 향후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동종 업체의 인수에 따른 노동자의 혹독한 구조조정과 상시적 고용불안 발생, 부채의 증가와 중간지주회사의 이익 가로채기로 분배구조가 악화되고 종업원 처우 개선에 어려움이 가중되며 현대중공업 본사 서울 이전으로 지역사회의 쇠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로 경영권 승계는 탄력을 받는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이번 물적분할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생기기 때문이다. 즉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되고,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중간지주사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가 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애프터서비스(AS)와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 등을 하는 회사로 현재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발생한 이익은 고스란히 현대중공업지주가 가져가고 이는 다시 총수 일가에게로 돌아간다. 재벌 3세인 정기선 주도로 설립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7년 매출액의 39.5%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액은 내부거래를 통해 2017년 2381억 원에서 1년 만에 4132억 원으로 늘어났다.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자회사의 성장으로 지난해 현대중공업지주 대주주 정몽준과 아들 정기선이 받은 배당금은 800여억 원에 달했다. 배당금은 향후 경영권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조선산업의 종가(宗家)인 울산에 있어야 한다”며 “현대중공업은 반세기를 함께한 울산을 외면하지 말고, 본사 울산 존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희 정부의 재벌 특혜와 중공업 육성 정책으로 만들어진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4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망한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노동자를 어떻게 대했으며,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공헌을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본사 이전이 단지 경영권 승계 즉 재벌 상속을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고, 일생을 바쳐 기업을 일구어 온 현대중공업 가족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다면 재벌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다. “존경하고 인정할 만한 점이 없으면 사랑할 수도 없다”는 정주영 현대중공업 창업주의 말이 떠오른다.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은 사회에서 결코 존경받고 인정받을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세계에서 오로지 한국사회에만 존재하는 기형인 재벌의 해체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강화할 뿐이다.


정부와 산업은행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이 한국경제와 울산 및 경남이라는 지역사회에 어떠한 파괴적 역할을 할 것인지를 재확인해야 한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분식회계라는 회계 부정을 막고, 기업결합심사를 엄격하게 해 재벌의 일감몰아 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돈만을 목적으로 한 고리대금이나 은행이자만 타먹어 재산을 불리는 것들은 진정한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악성 자본주의다”라고 현대중공업 창업주 정주영은 말했다. 총수 일가가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배불리기, 자회사의 이익편취라는 악성자본가의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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