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골목’과 울산시 평생교육

오피니언 / 최병문 논설위원 / 2019-06-19 09:01:15
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마을공동체’는 민주성과 개방성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과거 엄격한 위계질서와 비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가졌던 ‘촌락공동체’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마을공동체는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현대 도시에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려면 사람들이 스스로 동네 곳곳에서 모여 자신의 삶과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고, 상호 네트워킹과 정보 교환을 바탕으로, 공동선 실현을 위한 토론과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세로골목 활성화 사업’은 마을공동체 형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준다. 유난히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인 서대문구는 ‘평생학습’을 매개로 도시형 마을공동체 ‘세로골목’을 만들어냈다. 엘리베이터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세로골목’이라고 명명하고, 2013년 8월부터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과 함께 기획한 평생교육 강의를 실시했다. 특히 주민 수료생들 가운데서 ‘골목지기’라는 이름의 강사 182명을 선발 육성했는데, 그들은 마을공동체를 키워내는 풀뿌리 활동가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기타 연주, 목공, 커피 등 교육 프로그램, 손뜨개와 가죽 공예, 체조, 지역학 프로그램 등 다양한 평생교육 강좌를 운영해 소외 주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골목지기는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강의를 기획 구성한 다음, 세로골목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해서 강의를 홍보하고 학습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5명 이상의 학습자가 모이면 학습자와 합의한 장소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골목지기가 수업 사진을 찍고 결과보고서를 구청에 제출하면 소정의 강사료를 지급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2017년 9월까지 서대문구에서는 세로골목 활성화 사업을 통해 총 2639회 강의가 열렸고, 318개의 마을공동체가 형성됐다. 수많은 주민이 세로골목을 통해 만나고, 배우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복잡한 도시 속에서 배움과 일자리를 연계해 가며 주민 간 소통과 돌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주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고 ‘평생교육복지’를 시스템화하려는 구청의 사업 목표가 제대로 달성된 것이다.


울산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꾸준히 상승 추세에 있지만 2017년 기준 27.8%로 전국 평균 34.4% 대비 6.6% 낮은 실정이다. 2006년 울주군을 필두로 2018년 남구까지 울산의 5개 군·구 모두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돼 있는 만큼 울산시도 평생교육 투자를 확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당장 ‘울산평생교육진흥원’의 독립법인화가 시급하다. 울산평생교육진흥원은 2012년 7월 ‘울산발전연구원 평생교육센터’에 지정 위탁되면서 출범했다. 2016년에 접어들면서 ‘울산평생교육진흥원 독립법인’ 설립을 바라는 시민사회 여론이 비등하자, 행정자치부가 설립 타당성을 심사해 그 해 9월 법인 설립을 승인했다. 그러나 전임 김기현 시장은 시민사회 여론과 행자부 의견을 무시하고 2018년 1월 ‘울산인재육성재단’으로 지정위탁을 옮기는 조치를 취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울산광역시 송철호 시장은 민선7기 시정 방향 슬로건으로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을 내걸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울산시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멋진 캐치프레이즈다. 취임 1주년을 보내고 새로운 3년을 시작하는 지금 울산시가 적극적으로 울산의 ‘평생교육’ 생태계를 정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평생교육은 시정개혁의 매우 효과적 인 수단이고, 생산적 복지의 일환이며, 격차 해소와 사회통합에 기여한다.


울산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시(평생교육진흥원), 군·구(평생학습도시), 읍·면·동(행복학습센터)으로 이어지는 평생교육 추진 체계를 완성하고 안정된 운영을 함으로써, 모든 시민이 인생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영위할 평생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역 내 평생교육기관의 기능 중첩에 따른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산재한 평생교육 자원 간 연계를 활성화하는 체제를 구축해 ‘울산시 공동체’를 이룰 창의적 ‘마을공동체’를 네트워킹해야 한다. 특히 마을공동체 풀뿌리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사회가 혁신하고 발전하도록 울산시와 군·구는 주민 세대별·계층별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의 풀뿌리 활동가들이 마음 놓고 평생교육 학습을 이끌어가도록 예산과 인력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울산시 전체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병문 논설위원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