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의 분업체계(1)

문화 /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2019-06-19 09:03:40
경제학자의 묵자 읽기

어떤 경제사학자는 인류 역사의 발전을 분업의 발전에서 찾고 있다. 원시시대에는 성과 연령에 의한 자연적 분업이 이루어지고, 원시공동체가 붕괴되면서 목축과 농업이 분리되고, 농업에서 다시 수공업과 상업이 분리된다. 이러한 분업은 생산력의 발전을 전제하지만, 분업의 결과 효율성을 향상시켜 생산력이 크게 증대한다.


이미 묵자는 2400년 전에 분업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남자는 밭을 갈고 여자는 베를 짜는 남경여직(男耕女織)의 전통적인 자연적 분업을 말하면서도 능력에 따른 사회적 분업을 강조하고 있다.


“무릇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이르는 바를 헤아려 일에 종사한다.”[부지자(夫知者) 필량기력소능지(必量亓力所能至) 而從事焉(이종사언)。]
“군자가 재판과 정치에 힘쓰지 않으면 형벌과 정치가 어지러워지고, 천인이 생업에 힘쓰지 않으면 사용할 재화가 부족하게 된다.”[군자불강청치(君子不強聽治), 즉형정란(即刑政亂), 천인불강종사(賤人不強從事), 즉재용부족(即財用不足)。]


경제사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묵자는 사회적 노동이 재판과 정치와 같은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과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가지 노동이 사회적 분업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군자는 서비스 노동을 담당하고, 천인은 재화의 생산을 책임지는데, 군자와 천인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또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문제는 군자와 천인의 구분이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유가(儒家)는 혈연에 의한 세습에 의해 귀천(貴賤)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마치 신분제를 자연법칙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묵자는 군자(君子)와 천인(賤人)은 혈연에 의한 세습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구분돼야 하고, 군자가 천인이 될 수 있으며, 천인 또한 군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화의 생산 역시 노동을 담당하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종사해야 한다며 “무릇 천하의 모든 기술자들, 즉 수레와 바퀴를 만드는 사람, 가죽장이, 도공과 대장장이 그리고 목수는 각각 잘 하는 일에 종사해야 한다.”고 말한다.[범천하군백공(凡天下群百工), 륜차(輪車), 궤포(鞼匏), 도야(陶冶), 재장(梓匠), 사각종사기소능(使各從事其所能)。]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최근의 유행어를 연상시킨다. 또한 묵자가 개인의 취미와 기호를 대단히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 귀천에 관계없이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모든 사람은 남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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