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나무 그리고 바이오매스산업의 원칙

문화 / 이승재 (주)나무와 에너지 대표 / 2019-06-20 09:05:14
나무와 에너지 이야기

‘숲은 살아서는 국민의 재산, 죽어서는 산주의 재산.’ 임업기계훈련원장과 사단법인 생명의숲 공동대표를 지낸 마상규 박사가 2017년 펴낸 책 <숲경영 산림경영>(도서출판 푸른숲)에 등장하는 글귀다. 나무와 숲이 갖는 공익적 기능과 숲을 가꾸면서 얻어지는 사회적 편익을 함축해서 표현했다.

 

▲ 숲에서 생산된 나무


숲의 기능은 목재를 생산하는 데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무의 광합성으로 배출되는 산소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숲은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 공간이므로 그 자체로 자연과 생태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숲이 가진 휴식과 휴양의 기능은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그 가치와 효용이 더 커지고 있다. 그뿐 아니다 최근 속속 밝혀지는 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중금속을 가장 많이 흡수해 필터 역할을 하는 것도 숲이다. 거기에 더해서 용도를 마친 나무와 버려진 나무들은 에너지로 사용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세계 각국은 사유림이라 할지라도 소유자 마음대로 나무를 벨 수 없도록 제도화 하고 있다. 그러므로 산림 활용의 제 1원칙은 ‘모든 숲은 공적 자산이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계획적으로 숲에서 나무를 생산해 소득을 내는 행위를 임업경영이라고 한다. 숲을 상대로 소득을 내는 행위에도 원칙이 있다. 이것을 ‘지속가능경영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많이 회자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본래 임업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1713년 독일 동부 작센주의 산림청장이었던 카를로비츠(Hans Carl von Carlowitz)에 의해 주창됐다. 그는 ‘나무를 자라는 양 이상으로 수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당시 독일은 인구의 증가와 함께 연료용 목재 수요가 급증하고 건축 자재로서뿐 아니라 유리 생산 등에 대량의 나무를 사용하면서 숲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었다. 카를로비츠의 숲 경영 원칙은 이후 정책으로 만들어져 오늘날 임업 선진국 독일의 조림에 기여했다고 평가 받는다. 2013년 독일 연방정부는 카를로비츠의 지속가능한(nachhaltig, nach 이후에도 haltig 유지되는) 임업경영을 기념해 독일 임업 지속가능 경영 300주년 기념식을 크게 열었다.

 

▲ 종합목재품 생산업체 예거(Egger)사의 목재재활용 정책. 원목생산, 제재, 제품생산, 바이오매스발전 등이 한 개 사업장에서 순환된다.


숲을 공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것은 숲을 이해하는 가치관이고 ‘지속가능성’이 숲경영의 원칙이라면 목재 사용의 원칙은 무엇일까? 공공의 자산인 나무를 목재로 만들면 그때부터는 시장의 논리에 맡겨 두면 되는 것일까? 모든 원자재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쪽에 사용되므로 나무도 그렇게 쓰이는 걸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우선 산에서 수확하는 단계에서 나무의 굵은 부분만 수확되고 대부분은 숲에 버려진다. 수확된 나무들도 값싼 수입목재에 밀려 구조재나 가구재로 만들어질 기회를 잃는다. 상당수의 나무들이 펄프산업에 이용되거나 에너지시설로 보내져 연소된다. 나무는 그 용도가 다 하면 에너지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만 에너지로 사용되는 나무는 물질로서 충분히 사용된 후이거나 임업의 부산물이어야 한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종합목재품 생산기업 예거(Egger)사의 목재사용 정책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예거(Egger)사 독일 공장이 있는 브릴론(Brilon)은 숲이 많은 곳이다. 숲 인근에서 최대한 운송비를 줄이고 숲에서 일자리를 창출한다. 생산된 나무는 예거(Egger)사가 직접 보유한 제재소에서 목재로 만들어진다. 각재와 판재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으로 판매되고 임업과 제재산업의 부산물이 지역의 폐목재(1,2등급)와 함께 브릴론(Brilon) 공장에서 가구용 파티클보드로 만들어진다. 수거된 폐목재중 3,4등급과 한 번 사용된 폐목재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열병합발전소로 보내져 열과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된 전기는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따라 매각해 수익을 높이고 폐열은 보드 생산 전 과정에 쓰일 충분한 스팀을 제공한다. 이렇게 해서 브릴론(Brilon) 산촌에 얻어진 일자리는 총 1100여 개, 깨끗한 폐목 처리과정과 안전한 배출가스로 지역 주민들의 환영도 받는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전국에서 바이오매스발전 반대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대표적인 환경운동단체들조차도 현재의 바이오매스발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오매스산업이 국민의 외면을 받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돼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단순히 미세먼지에서 찾아선 안 된다. 공적 자산이라는 숲을 보는 가치관과 지속가능 임업경영의 원칙과 함께 목재를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이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그것은 목재의 단계적 사용이다. 나무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오랫동안 탄소고정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먼저 물질로 충분히 활용돼야 하고 최종단계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시설로 보내져 에너지로 만들어져야 한다. 원칙이 지켜져야 반칙이 사라진다.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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