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배제 아닌 배려가 필요하다

오피니언 / 김민찬 변호사 / 2019-06-20 09:07:12
생활 법률

도로교통법상 만 65세 이상은 고령 운전자로 분류하고, 정기적성검사 주기를 만 65세 이상은 5년, 만 75세 이상의 경우 3년으로 단축시행하고 있다(제87조). 그럼에도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고, 사고양상 역시 치명적이다. 최근 양산 통도사에서 75세의 고령 운전자가 또 다시 사망사고를 내면서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관할 경찰은 대낮에 보행자가 많은 곳에서 갑자기 속도를 높인 점으로 보아, 고령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적성검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그 주기를 단축하는 것만으로는 사고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이가 들면 집중력과 신체 반응속도가 떨어지므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자진반납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대부분은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하면 교통카드나 상품권 등의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반면 고령 운전자의 면허반납을 유도하거나 적성검사 기간 등에서 일반 운전자와 차별을 두는 것은 노인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반론도 있다. 노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택시나 버스 및 화물차를 운전하는 고령 운전자에게는 생계가 걸린 만큼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을 한다.


법적으로 운전면허 자진반납은 가능하다. 고령 운전자가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운전면허 반납 의사를 표시하면, 경찰서는 즉시 운전면허 취소결정통지서를 발급한다. 고령 운전자는 취소결정통지서를 관할 시·군청에 제출해 교통카드 등을 수령하면 되는 것이다.


한편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 결격사유에는 나이, 정신질환, 청각·시각장애, 양팔장애, 약물·알코올중독 등이 있다(제82조). 이때의 나이는 만 18세 미만이 운전할 수 없다는 최소연령 제한인 것이고, 최대연령에 대한 규정은 없다. 만약 고령 운전자의 자동차운행을 막는 법령이 생긴다면 이는 헌법상 행복추구권(제10조), 평등권(제11조), 거주이전의 자유(제14조) 및 직업선택의 자유(제15조)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그렇기에 고령 운전자를 도로에서 배제하기 보다는 더욱 배려하는 방향으로 교통 인프라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미국은 교통표지판의 크기를 20% 이상 확대하거나 빨간 신호등에 보조표지판을 설치해 반응속도가 느린 고령 운전자를 배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령 운전자를 위해 기존 신호등보다 훨씬 더 밝은 LED신호등으로 교체했고, 실버마크 부착을 의무화해 실버마크가 부착된 차량 앞으로는 끼어들기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도입해 볼만하다. 또한 적성검사를 실질화해 고령 운전자의 건강상태와 운전능력을 제대로 평가관리하고, 교통안전교육 활성화, 교통안전협의체 운영, 사업용 차량에 대한 교통수단안전점검 등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고령 운전자 스스로도 본인의 건강상태와 운전능력을 냉철하게 평가해 인지능력과 반응속도가 도로주행에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큰 사고를 막기 위해 운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만 67세의 이낙연 국무총리가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김민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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