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날의 진공노면 청소차량 탑승기

기획/특집 / 이소정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2019-10-04 09:08:00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바다쓰레기 ‘줌(ZOOM, 주움)’ 프로젝트 ⑧진공노면 청소차량
어느 무더운 날의 진공노면 청소차량 탑승기

- 진공노면 청소차량 운행은 더위와 땀, 먼지와의 사투
- 생활쓰레기, 바다쓰레기, 미세먼지 저감 효과 탁월
- 운행 일주일이면 다시 원상복구
- 어떤 손길은 변해가는 세상을 지키고 보듬는 일


특수 차량에 대한 호기심은 하얀 연기를 뿜는 유년의 소독차에서부터 시작한다. 매캐한 냄새가 나는 소독차가 동네를 지나갈 때면 나와 내 동생들은 그 차 뒤꽁무니를 쫓고는 했다. 냄새 때문인지 굴뚝 속에 들어간 기분이 되기도 했고, 사라졌다 금세 다시 나타나는 얼굴과 나무와 풍경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 차를 쫓는 아이들은 많았고 어쩐 일인지 그 수는 점점 느는 것 같았다. 한참을 달려 목이 칼칼하고 눈이 매울 때쯤 스르르 흩어지는 연기 속을 빠져나오면 나와 내 동생들은 어느새 멀리, 다른 동네에 와 있곤 했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아주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보는 모든 풍경들이 모두 꿈같았다. 

 

▲ 울주군에서 운행 중인 진공노면 청소차량
▲ 차량 외부에 달린 청소용 솔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길을 가다 여러 대의 특수차를 봤다. 노란 은행잎을 모두 빨아들이는 차나, 롤러가 달려 쓰레기봉투를 밀어 넣는 차, 길가에 물을 뿌리며 가는 차들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차들을 따라가고 싶은 호기심은 들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그 차들의 출현은 내가 사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 같았다. 미세먼지가 많아졌고, 거리의 쓰레기들의 종류와 양은 늘었다. 바닷물고기들이 오염된 물속을 헤엄쳤다. 이제 바다 생물의 뱃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는 건 흔한 일이 돼 버렸다. 나는 그 폐허의 세상에 따라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게 청소차를 탈 일이 생겼다. 그것도 폭염주의보가 내린 8월, 온산공단에서 말이다. 우리는 한국제지 삼거리에서 오전 9시 40분에 만났다. 그에 앞서 나는 흔쾌히 동반탑승과 인터뷰를 허락해주신 기사님을 위해 편의점에서 음료수도 한가득 샀다. 운전은 기사님이 하실 테니 느긋하게 옆자리에 앉아 어떤 기대와 설렘도 없이 아이스커피를 홀짝거리며 인터뷰를 할 작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었고 종국에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청소차의 정확한 명칭은 진공노면 청소차량이었다. 울주군에는 이런 차량이 총 4대(8톤 3대, 16톤 1대)가 있고 노선과 요일을 나누어 운행되고 있다. 진공노면 청소차량 말고도 도심열섬 살수차량, 재활용품 수집 같은 차량도 운행되고 있다.

 

▲ 운행 노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진공노면 청소차량은 탑승부터가 만만치 않았다. 이층 높이 정도 되는 차량을 작은 발판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기사님은 특히 내려올 때 더 위험하다고 했다. 좁은 발판을 밟고 올라가자 기사님은 내게 맨 먼저 마스크를 챙겨주셨다. 아침부터 무서운 속도로 오르던 기온은 차량에 탑승하자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로 절정이었는데 마스크라니. 하지만 차가 달리고 나서 얼마 안 돼 나는 마스크의 끈을 더욱 바짝 조였다. 진공청소기의 원리와 같은 이 청소 차량은 운행과 동시에 도로의 쓰레기와 먼지를 흡입하는데 그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차안으로 사정없이 들어왔다. 작은 모래 바람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도로에는 페트병이나 휴지, 나뭇가지 같은 큰 쓰레기들도 있었지만 그것들과 함께 도로 바닥에 깔린 흙과 먼지들이 사정없이 빨려들었다. 운행 얼마 후부터 백미러와 차량 안의 모니터, 의자에 하얗게 먼지가 쌓였다. 기사님은 마스크와 장갑, 긴팔 옷을 입고 땀을 흘리며 세심하게 작업했다. 중간 중간 세 대의 모니터와 백미러를 봐야했다. 나는 머리가 어지럽고 코가 간지러웠다. 특히 먼지 속에는 중금속과 같은 성분들도 포함돼 있어 아무리 더운 날도 장갑과 마스크는 필수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 나는 음료수를 권했던 것이다. 커피를 홀짝거릴 생각을 한 내가 한심했다. 

 

▲ 청소차량 내부 모습


오른쪽으로 바닥을 쓸며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대형 솔이 있고 뒤쪽에는 쓰레기를 흡입해 모으는 대형 수거통이 있었다. 차는 청소를 위해 도로면에 바짝 붙어 운행하고 시속 10킬로미터 미만으로 운행됐다. 나는 마치 거대한 진공청소기에 올라탄 기분이었다. 차 내부는 세 대의 모니터와 각종 버튼들이 즐비했다. 모니터를 보고 차 외부에 달린 흡입기를 컨트롤했다. 도로면에 바짝 붙어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도 어려웠지만 차량 진행을 방해하는 나뭇가지와 청소기로 빨아들일 수 없는 큰 쓰레기도 조심해야 했기에 업무는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만약 30센티미터 이상의 쓰레기가 솔에 걸리면 차를 세우고 노즐을 청소하는 데 많은 애를 써야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길가에는 음료캔과 페트병, 비닐봉지 등이 많았다. 덤프트럭에서 떨어진 흙, 나뭇가지도 늘 생기는 쓰레기들이라고 했다. 나는 마스크를 낀 채 숨이 막히고 땀 때문에 눈이 따끔거렸다. 나는 그런 기사님을 자꾸 방해하며 덥지 않으세요? 눈이 따갑거나 코가 간지럽거나, 숨이 막힐 것 같지 않으세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해댔다. 기사님은 그런 내게 뒤를 보세요, 라고 했다. 


우리가 지나온 길들이 반대편 도로와 비교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깨끗해져 있었다. 그걸 보는 일에는 감동적인 구석이 있었다. 차가 지나간 길은 거짓말처럼 깨끗해졌다. 환경미화원분들이 1차 청소를 하고 그 뒤 청소차를 운행하면 도로는 씻은 듯 깨끗해진다고 했다. 특히 바다와 인접한 도로의 경우 바다쓰레기 저감의 효과가 있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도 크다고 했다. 하지만 깨끗해진 길도 며칠 후면 다시 원래대로 쓰레기가 쌓인다고 말했다. 그러면 또 거리를 쓸고 깨끗해진 도로를 확인하고 하는 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청소차를 타고 한 시간을 달리고 나자 나는 이상한 안도감에 휩싸여 더 이상 코가 간지럽지도 눈이 따갑지도 않았다. 그 옛날 소독차와 일별하고 돌아가는 길, 해가 어슷해지고 멀리 집이 보일 때의 안도감에 다리가 풀렸던 것처럼. 

 

▲ 1차 도로 청소중인 환경미화원들


나는 머지않은 미래의 풍경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지금 내가 보고, 냄새 맡고, 만질 수 있는 세상이 너무 멀리 흘러가 버릴까봐 말이다. 아직도 어떤 곳에서는 전쟁은 끊이지 않고, 핵을 둘러싼 음모는 현재 진행 중이며, 원전사고로 인한 오염수는 언제 바다로 흘러들지도 모른다. 환경오염으로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은 존재들이 하나, 둘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마지막이 우리가 아닐지……. 먼지가 폴폴 날리는 쓰레기차에 앉아 나는 폐허의 지구를 상상한다. 사라진 세상의 마지막 인간의 고독을 생각한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라고 말한 황지우 시인의 시를 생각한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황지우 ‘뼈아픈 후회’ 중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그의 표정에서 그가 이 일을 사랑한다는 것을 발견한 일이다. 뒤를 보세요! 그가 지나온 길은 모두 아름다웠다. 어떤 손길은 자꾸만 변해가는 세상을 지키고 보듬는 일이라는 믿음. 그 일의 숭고함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더해 차에서 내린 나는 주섬주섬 음료수가 든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며 사무실에서 다함께 드시라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너무 많다며 나눠 먹자고 다시 검은 봉지를 내게 내밀었다.

이소정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이 원고는 울산연안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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