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하고 위험한 공조 수사 <진범>

문화 / 배문석 / 2019-07-18 09:09:42
영화 덕후감

교차편집이 난무하는 추적 스릴러

 

영훈(송새벽)의 아내가 살해당한 살인 현장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용의자로 체포된 것은 아내의 절친 준성(오민석). 하지만 준성의 아내 다연(유선)은 남편의 결백을 주장하고 영훈도 그 사실을 믿기 어렵다. 그동안 두 부부는 서로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만큼 믿음이 돈독했던 사이라 더욱 그렇다. 


다연은 진실을 파헤치고 진범을 잡자고 영훈에게 제안한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의심이 커갈 때 뜻밖의 목격자인 상민(장혁진)이 등장하면서 진실도 진범도 모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피해자와 용의자의 남편, 아내가 함께 목격자에게 진실을 얻으려 하는 위험한 공조는 어떤 결말을 만들 것인가.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6개월이 지나 공판을 하루 앞둔 밤이 그 정점이 된다. 상민을 납치해 감금한 뒤 목격한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이제 말이 없는 피해자를 빼면 네 사람의 주장 중 진실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부터 시간을 뒤섞는 교차편집이 계속된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과거에서 또 앞뒤로 오고 가는 시간들에 순서가 따로 없다. 어쩌면 혼란스러운 시간의 재조합 속에 사건의 진행 상황뿐 아니라 단서들도 뒤섞인다. 관객들은 이 과정에서 주인공처럼 진범을 추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첫 장편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감독 고정욱은 ‘누가’ 진범인지보다 ‘왜’ 살인을 했는지에 궁금하길 바랐다고 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믿음’을 건드리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그런 부분은 확실히 관객과 밀고 당기는 효과를 줬다. 후반부 목격자의 말 한마디에 진범이 엇갈리는 상황으로 치달을 때는 극의 긴장과 관객의 궁금증도 정점에 이른다. 거기에 배우들이 펼치는 심리전이 몰입을 높인다. 

 


먼저 두 주인공을 연기한 송새벽과 유선의 열연은 칭찬받아야 한다. 송새벽은 이전에 인기를 끌었던 능청맞은 코믹 연기들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내를 잃고 상처받는 남편의 모습을 시선 처리와 걸음걸이 같은 기본 동작만으로도 잘 드러냈다. 용의자로 몰린 남편의 결백을 밝히는 아내의 절박함을 연기한 유선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목격자를 놓고 두 사람이 주고받는 연기 합은 잘 짜인 연극 무대를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하지만 과잉된 감정들마저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과잉이 관객들을 금세 피로하게 만든다. 그리고 열린 결말도, 부족한 추리도 아쉬움을 남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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