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성파업 “임금, 시간, 존중!”

국제 / 원영수 국제포럼 / 2019-06-20 09:14:51
국제

남녀 임금격차 19.6%에 분노해 28년 만에 다시 총파업

6월 14일 금요일 수십만 스위스 여성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스위스 여성들은 1991년 50만 명이 참가한 여성 총파업 이후 28년 만에 다시 총파업을 이뤄냈다. 그 당시 여성 총파업의 성과로 5년 뒤 남녀평등법이 제정돼 작업장 내 차별과 성적 괴롭힘이 불법화됐다.


이번 2019년 총파업의 슬로건 “임금, 시간, 존중!”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여성들의 핵심적 요구는 남녀 임금격차 해소였다. 스위스 연방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여성은 남성에 비해 19.6퍼센트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 수치는 1991년 파업 당시에 비해 1/3 정도 줄어든 것이지만, 2000년 이후 임금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5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의 남녀 임금격차는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바닥 수준이었다. 스위스보다 격차가 더 심한 나라는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이스라엘 정도뿐이었다.


거기에 임금격차는 연금격차로 이어져, 남녀 연금의 격차는 임금격차보다 높은 37퍼센트다. 여성들이 육아를 담당해서 고용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남녀 연금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 총파업을 공동으로 조직한 단체 가운데 하나인 여성 파업 취리히 컬렉티브는 총파업 선언에서 “여성들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 적은 임금을 받고, 승진에서 제껴지고, 정부가 여성을 거의 대변하지 못하고, 전형적인 여성 직업은 저임금 직종이기 때문에 파업에 들어간다”고 선포했다.


1991년 파업을 조직했던 파올라 페로 여사는 감격스럽게 28년 만에 다시 파업에 참여하려고 거리로 나섰다고 밝혔다. 그녀는 지난 28년 동안 상당히 발전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임금과 연금격차를 지적했다.


이날 취리히, 베른, 바젤, 시온, 로란 등 주요 대도시에서 총파업 집회가 열렸다. 취리히에서는 남성의 이름을 딴 도로명이 모두 여성의 이름으로 교체됐다. 남서부 도시 로잔에서는 목요일 밤 12시 대성당 타종으로 파업이 시작됐다. 종이 만들어진 지 614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이 타종한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많은 여성들이 사전에 고용주에게 파업을 예고했고, 일부 여성은 임금격차만큼 노동시간을 19.6퍼센트 단축해 오후 3시 30분에 퇴근하기도 했다. 일부 사용주는 총파업이 불법이라고 반발했지만, 많은 대기업들이 여성파업에 호의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스위스의 이마트인 미그로스는 직원들의 파업을 원치는 않지만, 파업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지는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스위스 철도청은 직원들에게 파업 여부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고, 파업 당일 파업 기념 티셔츠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여성 총파업은 스위스 의회의 남녀 성평등 법안 논의 과정에 대한 불만에서 촉발됐다. 당시 의원들은 남녀 동일임금의 의무화를 완화시키려고 했고, 특히 100인 이상 기업에 제한하려고 해서 스위스 여성들의 불만을 촉발했다.


스위스 여성의 투표권이 1971년 보장됐고, 헌법에 남평평등을 명시적 권리로 보장한 것도 1981년이었다. 또 완전한 여성투표권 보장은 그보다 10년이 지난 1990년 대법원 판결로 완전하게 이뤄졌다.


원영수 국제포럼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