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이 멍한 밤에 생각나는 사람들

쓰담 / 이영미 평화밥상 안내자 / 2019-10-16 09:21:35
평화밥상

 

나쁜 권력이 난무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애쓰시던 분의 공직 사퇴로 맘이 멍한 밤에 내가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한 달 전에 저희 집에 다녀간 부부를 생각합니다. 마당에서 질경이, 괭이밥, 수세미, 방아잎, 민트잎을 보노라면 그들이 생각납니다. 잡초를 정말 맛있게 먹었던 부부였지요. 채식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채식평화연대에서 만나 부부가 된 그들은 채식평화마을을 만들려는 꿈을 간직한 채 지금쯤 경기 광명의 낡은 주택을 수리하고, 집주변에 꽃과 나무를 가꾸고, 저절로 자라난 잡초를 감사하게 뜯어먹고 있겠네요.


부산 기장에서 유기견 70여 마리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분이 생각납니다. 자신만을 위한 방 한 칸 따로 두지 않고 버려진 강아지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분은 사시사철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에 종종 후원받은 빵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앵두, 만두, 감자, 고구마, 철수, 깜이 등등의 예쁜 이름으로 불리는 개들은 전국의 유기견 보호소 개들 중에 가장 깨끗하고 착하다고 미용봉사하는 분들이 말했습니다. 다리가 부러진 채 집 앞에 버려진 강아지를 수술 입원시키려 부산에서 거제도 병원에 간다고 했는데 잘 다녀왔는지 궁금하네요. 부산은 너무 비싸서 유기견 할인이 되는 거제도에 간다고 했는데 현미밥과 비건된장찌개라도 챙겨드시고 힘내길 바랍니다.


80 평생 이 땅에서 힘들게 살아오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과 셋이서 제주도 여행을 간 울산의 ‘생태와 평화를 마음에 품은 탈핵실천가’를 생각합니다. 밀양송전탑마을, 상주사드배치마을, 제주강정해군기지마을, 월성원자력발전소마을 등등 이 땅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힘을 주느라, 길 찾는 젊은이들과 함께하느라 늘 바삐 지내다가 오랜만에 푹 쉬고 계시겠지요. 


농민생활협동조합에서 일하는 경북 안동의 청년을 생각합니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의 딸로서 농민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참 기특합니다. 며칠 전에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GMO 강의를 해 주실 강사님을 찾길래 조언을 해 주었는데 다행히 일정이 잡혔다네요. 생산자 농가 방문 중이라며 10월의 아름다운 황금 들판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따뜻해지는 사진이었어요.


평화밥상안내자교육에서 ‘밥상의 근원-자연농장’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주러 오실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전라도 장수에서 자연스레 농사지으며, 글과 강연을 통해 생태 영성의 삶을 전하느라 애쓰시는데 내일은 울산으로 먼 길 오시겠네요. 


이 땅 곳곳에서 평화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멍한 맘 추스르고, 다시 내일을 생각합니다.

<평화밥상>


참나물무침 그 안에 도토리묵
 


재료: 참나물, 도토리묵, 진간장, 국간장, 고춧가루, 식초, 매실발효액, 깨소금, 과일(배 사과 복숭아 등) 조금
1. 참나물을 각각 먹기 알맞은 크기로 썰어서
2. 준비된 양념에 묻혀서
3. 채썬 과일과 다시 살짝 버무린다.
4. 도토리묵에 양념장을 살짝 뿌려준다.


이영미 평화밥상안내자


*평화밥상은 사랑과 평화의 세상을 위하여 곡식, 채소, 과일 등의 식물성 재료로만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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