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는 안되나? <가장 보통의 연애>

문화 / 배문석 / 2019-10-17 09:23:56
영화 덕후감

로맨틱 달인 공효진 아낌없는 내공 시전

 

로맨틱 코미디 보통의 연애, 이제 나이대가 올라갔다.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이 사라진 지 오래인 30대 중반의 남녀가 주인공이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전 남친, 전 여친의 굴레를 막 벗어난 중. 재훈(김래원)은 결혼 상대였던 수정(손여은)의 잘못으로 파혼했다. 선영(공효진)은 전 남친이 바람을 피자 바로 돌아섰다. 이 두 사람이 한 직장 같은 팀에 묶이면서 알 수 없는, 아니 충분히 예상되는 무슨 일이 벌어진다. 


둘의 성격은 정반대다. 재훈은 과거에 미련이 많고 선영은 깔끔하게 끝내는 성격. 남자는 상처를 곱씹으며 힘들어하고 여자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밀고 당기기에 거침이 없다. 하지만 동일한 것은 외롭다는 것. 사랑 없이는 견디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이 둘의 만남이 만만치 않다. 

 


두 사람이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관계를 지닌 채 회사라는 공간에서 사랑을 쌓아가는 게 아니다. 회사라는 공간은 둘의 관계 주변의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단체 채팅방 메시지를 보내면서 조심하거나 주말 단체 산행을 떠나기도 한다. 반대로 안 좋은 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때로는 가짜뉴스처럼 누군가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감독이 선택한 해결 방법은 술자리다. 매우 파격적이고 또 원초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자리로 술을 집어넣은 것이다. 특히 재훈이 술에 취해서 벌이는 실수는 진부하다. 전 여친에게 무안하고 지질한 멘트를 SNS 메시지로 보내던 그가 이젠 선영에게 두 시간 넘게 핸드폰을 붙잡고 사랑의 하소연을 할 정도니. 선영 역시 그런 재훈에게 술자리에서 거리를 재지 않고 훅 들어갔다 빠져나온다. 그리고 오해를 풀고 또 상처를 다독이는 위로를 건네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빈번한 술자리와 과도한 음주는 독이 되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실수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매우 당연한 풍경으로 그리는 것은 진부하기까지 하다. 또 웃음을 주기 위해 쓰인 장치들도 때때로 위태하고 시원한 웃음보다 그저 양념에 그칠 만큼 성공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이 ‘보통의 연애’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는 힘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빚어진다. 김래원은 어느새 중견 배우의 여유가 풍긴다. 그리고 공효진은 그녀의 별명 ‘공블리’와 또 다른 결의 연기를 정색하며 선보일 만큼 내공을 발산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신이 그냥 붙여진 칭호가 아닌 셈이다. 매번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같지만 그때마다 다른 결을 직조해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능력이다. 

 


결국 이 영화는 여주인공 선영, 그리고 공효진을 중심에 놓고 흘러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결론으로 가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부분도 선영이 지닌 아픔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그런 아픔을 뻔한 과거 회상장면을 곁들여 풀어내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보통 이상의 결과를 뽑아낸 것도 그 덕분이다. 어느 계절보다 짧은 가을, 바람이 금세 차가워질 시간에 무겁지 않은 영화를 선택한다면 나쁘지 않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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