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삼국지>를 읽기 시작하다

문화 / 백성현 글 쓰는 아빠 / 2021-05-04 00:00:00
아빠 일기

하루는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아이가 친구에게 배운 종이접기에 열중이었다. ‘스포츠카’랍시고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집안 정리에 빠진 엄마 아빠를 불러 자랑하기 바빴다. 이제 잠자는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는 기력을 다하며 그렇게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어느덧 시계는 저녁 9시를 가리켰다. 아내의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잠자는 시간임을 알리는 소리 말미에 항상 “~Have a good day!”라고 들려 온다. 낮이 아닌 밤인데 말이다. 아이는 여전히 낮인 듯 생생해 보였다. 이 시각이 되면 아이는 입에서 아쉬움의 한숨을 내쉰다. 잠자기 싫은 아이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폈다. 난 무표정으로 화답했지만, 엄만 턱을 돌려 방을 가리켰다. 아이가 잠시 시간을 끌려고 하면 아이의 엄마는 ‘마녀’로 변한다. 동시에 남편인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예사롭지 않다.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란 소리다. 마녀의 눈을 피해 아이를 얼른 안고 방으로 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잠꽃을 불태우기 전 아이와 난 늘 책을 읽는다. 자기 전 아이와 책 읽기를 시작한 건 아이가 동화책을 눈으로 보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이젠 습관이 돼버려 읽지 않고 넘어가면 아쉬운 맘이 든다. 아이도 늘 책을 챙겨 침대 옆 스탠드와 가까운 자리에 엎드려 눕는다. 그리고 책을 편다.


오래전부터 아내가 아동 도서를 중고로 제법 많이 장만해뒀다. 아이가 생기고 난 뒤 추천받은 책들을 지인들과 중고마켓을 통해 모았다. 이제는 작은방의 한 벽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되었다. 아이와 난 ‘도장 깨기’하듯 그것을 읽었다. 또 읽어야만 했다. 가끔 아이가 관심을 갖는 책은 엄마랑 도서관을 찾아 빌려 와서 읽었다. 한동안 빌려 온 책 중에 공룡과 동물, 특히 곤충에 관한 것이 많았다.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는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글이 많은 책은 나눠서 읽고, 이해가 필요한 책은 설명을 덧붙였다. 이렇게 책 읽기를 함께 하면서 아이가 달라지는 게 보였다. 우선 아이가 질문이 많아졌다.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묻는다. 또 ‘왜 그런지’를 묻는다. 때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답답함도 없진 않지만 가끔 아이답지 않은 질문에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예전에 접했던 표현이 다른 책에서 다시 등장하거나 생각나면 아이가 스스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럴 땐 책 읽기를 참 잘했다며 내 머릴 쓰담쓰담한다. 지금껏 거의 매일 빠짐없이 읽었으니 아이랑 함께 읽었던 책이 무려 수백 권에 달한다. 물론 동화책이 많다.


보통 아빠로서 시간적인 한계에 부딪혀서 아이와 꾸준히 함께 할 거리가 마땅찮다. 그럼에도 아이랑 매일 책 읽기를 해왔던 것은 아이에게도 좋은 밑거름이 되겠지만 내게도 큰 수확이다. 첫째, 일찌감치 아이와 일상의 대화를 나누거나 소통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둘째, 좋은 습관으로 정착했다. 책 읽는 것만큼 좋은 습관이 또 있을까. 그리고 아이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아이와 어려운 도전을 시작했다. 아이랑 소설 <삼국지>를 읽는 것이다. 책의 수준을 보면 초등학생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가 돼야 읽을 법하다. 글도 길고 문장을 이해하기까지 난관도 많다. 아이의 읽기를 도울 그림도 희박하다. 무엇보다 무려 20권에 달하는 대하 장편소설이라는 점에 아빠인 나 역시 우려스럽다.


현재 도원결의의 이야기가 담긴 1권을 넘기고 2권을 읽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1권을 다 읽는 동안 아이가 아직 흥미를 잃지 않았다. 특히 소설에서 인물과 그의 성격을 놓치면 전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앞으로 삼국지는 수많은 인물의 등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아이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때마다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서히 패권을 두고 서로 힘겨루기 중인 2권도 현재 순항 중이다.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아이랑 삼국지 대단원의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고 한 권 한 권 정복해나갈 것이다. 기대하시라.


백성현 글 쓰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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