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영체제 준비해야

오피니언 / 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 2020-09-09 09:25:31
노동과 사회연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고통의 시간은 언제 끝나나


2019년 임금협상은 1년이 3개월 동안 6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아직도 타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울산 동구지역은 지난 5년간 구조조정으로 3만50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떠난 이후 활기를 잃은 채 가는 곳마다 한숨만 가득하다. 작업현장은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가 창사 이래 467명이나 될 만큼 심각함에도 노동조합이 지적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일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마저도 임금체불과 4대보험 체납, 업체폐업 등 노동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과거 현대중공업에 속했던 건설기계 하청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은 2019년에 집단으로 노조에 가입해 단체교섭을 진행하던 중 지난 8월 23일부로 업체를 폐업하면서 집단해고됐다.


이 하청업주는 다른 하청업체와 달리 고용지원금 신청조차 하지 않으면서 의도적인 폐업의 정황이 드러났다. 원청에서도 약간의 임금인상만 하면 될 일을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설비를 빼내는 폐업 이후의 대처 상황이 상식을 벗어난 것이어서 명백한 노동기본권 유린으로 규정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현대중공업에게 2017년 1월에 선작업 후계약을 하지 말라는 재발방지 명령, 2019년 5월에 기술자료유용으로 4억 원 과징금, 12월에는 하청 불공정거래로 208억 원 과징금에 조직적인 조사방해로 1억 원 과징금, 2020년 7월에는 기술자료 유용으로 9억 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세계 1등 조선소, 글로벌기업이 하청업체와 그 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착취정책을 지속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시간은 총수일가의 세습경영에 맞춰져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으로 지원설비업무를 비롯한 간접직은 대부분 자회사를 만들고, 그 자회사에 또 하청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선박 A/S 사업을 빼내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설립하고 정몽준의 아들 정기선에게 대표를 맡기면서 본격적인 세습경영이 시작됐다.


2017년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사주를 이용해 재벌총수의 기업지배력을 높이고,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지주사에 편입해 높은 현금배당 정책을 진행했으며, 아들에게 5%의 지분을 양도해 지주사의 세 번째 대주주로 등재시켰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엔진·전기전자 사업관련 보증서비스 대행과 유상 부품판매 및 기술 서비스 제공, 선박 연료유 공급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현대중공업이나 다른 계열사들로부터 넘겨받은 사업들이어서 실제로는 다른 계열사 매출의 일부를 받아 모은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계열사와 연결된 사업으로 한해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재벌 3세의 경영능력을 추켜세우고 있고, 향후 대우조선 인수가 확정되면 더 많은 사업들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의 조선산업을 위한 경영체제 필요 


이처럼 온통 재벌총수 세습경영과 부의 집중화를 위해 하청 비정규직화가 계속될 경우 숙련된 기술인력이 없어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 자명해진다. 또한 세습경영에 걸림돌인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작업이 계속되는 한,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미래학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고,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벌총수 위주의 족벌경영, 하청구조를 이용한 착취경영으로 조선산업을 지속시킬 수 없다.


노동조합은 균등한 이윤분배를 위해 재벌총수만 배불리는 세습경영에 맞설 수밖에 없고, 사회적 약자인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착취를 막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신규 선박발주가 줄어 수주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일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 한국의 조선산업을 계속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조선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구시대적인 착취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경영체제가 필요한 때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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