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주민들의 프로젝트–‘100년 숲’

문화 / 이승재 (주)나무와 에너지 대표 / 2019-11-06 09:29:04
나무와 에너지 이야기

우리나라의 산림자원량(146㎥/hr)은 OECD 국가들의 평균(131㎥/hr)을 상회한다. 70년대와 비교하면 지난 40여 년간 무려 14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성장하면서 정부는 그간 치산녹화와 숲 가꾸기에 치중하던 정책에서 숲과 나무를 ‘가꾸고 누리는’ 정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제 숲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 숲경영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일자리를 늘려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이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산목재 사용을 확대하는 일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008년 국산재보급량은 270만㎥로 자급률이 10.1%에 불과했으며 2018년 기준으로도 여전히 15%대에 머물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산림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은 더 어렵다. 임도가 부족하고 경제수종 육성이 안 돼 숲에서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국산재의 가격경쟁력이 낮아 고부가가치의 목재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을 이용한 복지와 휴양 등은 인프라 확충을 계속하고 있으나 나무를 심고 키워 제품을 만들어내는 목재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인식개선과 서비스 확충이 따라가지 못해 본격적인 산림휴양시대를 열기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숲에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협업경영 방식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조림이 가능케 만들고 임업 인프라 확충과 기계화 작업을 통해 목재생산을 용이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된 원목뿐 아니라 가지목 이파리 등도 모두 활용해 임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고 이렇게 해서 산주들의 소득이 증대돼야 숲에 재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숲 만들기에 최근 민간에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특히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울주군에서는 지난해 퇴직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영림조직인 ‘산촌임업희망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산림경영조직인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을 발족시키면서 지역의 풍부한 산림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에서 민관이 협력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종관)은 지난 10월 28일 울주군 상북면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여러 가지 사업을 입체적으로 주도하겠다고 포부를 다지고 있다.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를 ‘100년숲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있다. 즉 목재생산을 위한 실행주체와 기술인력을 양성해 숲경영을 지원하고 산림혁신파크와 바이오매스 발전소, 열공급사업소 등을 설치해 생산된 목재를 활용한 부가가치를 증대시키며 이를 통해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공동체를 복원시켜 다시 숲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표가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아직 많다. 산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업무의 영역이 겹쳐지는 민간사업자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인지도 문제다. 고부가가치의 목재품을 생산하는 일과 지역주민들의 동의 속에 바이오매스 분산형 열병합발전소를 만들어 경제성을 내는 일도 결코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백년숲’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숲을 잘 가꾼 서유럽 나라들이 그런 방식으로 우리보다 3배 가까운 임목축적을 만들어내고 성장한 숲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내고 있지 않은가? 


독일 바이에른 주 아헨탈(Achetal) 지역은 1999년 지역주민들의 출자로 ‘사단법인 생태모델 아헨탈(ökomodell achental e.v)’을 출범시켰다. 이들의 목표는 지역의 산림자원과 농업을 활용해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고 에너지, 생태환경, 관광 분야에서 특화된 사업들을 펼쳐냈다. 목질계 연료를 생산하는 아헨탈 바이오매스센터는 2006년 조성됐고 마을에 열공급사업이 시작된 것은 2010년의 일이다. 2015년부터는 가스피케이션 방식으로 열병합발전을 돌려 수익을 증대하고 있으며 연간 10만 톤이 넘는 목질계 연료를 거래해 지역 나무연료 수급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사업이 성장하자 지역의 제재소 가동 상황이 더 좋아졌다. 주민들은 나무로 얻은 에너지를 농업과 축산에 사용해 소득을 증대시켰고 마을 열공급으로 굴뚝이 사라진 마을은 ‘청정공기 지역’으로 인정받아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탄생에 기대가 가는 이유다.

 

▲ 독일 바이에른 주 아헨탈지역의 공동체사업 목표를 설명하는 이미지. 농업, 에너지, 관광, 생태 보호가 균형을 갖춰야 지역에 건강한 삶의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김종관 이사장은 1974년부터 진행된 한독 임업협력사업에서 한독산림경영기구 양산사업소 소장을 지냈고 산림사업 대통령표창을 받은 대표적인 임학자이자 임업인이다. 그는 퇴직 후에도 과거 산림사업을 하던 울주군 상북면에 자리를 잡고 후배들에게 숲의 소중함을 가르쳐 왔다. 40년 전 직접 나무를 심던 숲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그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모든 회의에 참여해 직접 챙기고 있다. “그땐 거의 맨손으로 했어요. 지금 장비도 좋아졌는데 못할 게 있나. 시간이 좀 걸릴 뿐이에요.”


그 숲에 나무를 심은 사람과 숲이 좋아 울주로 돌아온 사람들 그리고 울산지역 퇴직자들이 뭉쳐 숲을 살리고 지역에 희망을 심자는 프로젝트를 알리고 있다. 왠지 느낌이 좋다.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구독신청

오늘의 울산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