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그 때 그 시절...

문화 / 배문석 / 2019-10-03 09:39:07
영화 덕후감

1960년대 미국을 그린 쿠엔틴 타란티노 신작

타란티노 감독은 오랜 시간 할리우드의 괴물이라고 불렸다. 1992년 <저수지의 개들>을 선댄스 영화제에 선보인 후 다음 영화 <펄프 픽션>(1994)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의 감독 인생 초반에 선보인 두 작품만으로도 잊히질 않을 역사를 써버렸기 때문이다. 

 


<헤이트풀8> 이후 4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그가 선택한 소재는 1969년에 일어난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대로 50년 전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를 여전히 기이하고 매우 독특한 감각으로 펼쳐 놓았다. 


무엇보다 살인사건은 관심이 없는 듯 내 팽개쳐 놨다. 그 대신 잘나가던 TV드라마 주인공이었다가 한물 가버린 스타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매니저 클리프(브래드 피트) 두 남자에게 시선을 맞춘다. 

 


과거에도 현재도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세계를 대표했다. 물론 지금의 영화산업이 몇 백 배로 커졌지만. ‘할리우드’가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는 과정 중 1960년대의 모습에서 타란티노 감독은 그 시절만의 낭만과 그림자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감독은 이제는 고전이라 불리는 당시 화제가 된 영화들을 끌고 온다. 과거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다면 더 쉽게 빠져들 것이고 그렇지 않다 해도 빠르게 변주하고 해체하는 감독의 속도전을 뒤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하다. 살인사건이 중심소재라고 해도 그 범죄를 추리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골치 아플 것도 없다. 감독이 실제와 허구를 버무려서 찍어낸 끝에 이르면 기발한 작법에 무릎을 치게 된다. 

 


오히려 관심은 초대형 스타,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호흡으로 쏠린다. 두 사람 모두 지금 연기 인생은 정점에 서있지 않지만 한 때 최고 인기를 구가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긴 연기 이력이 생겼으니 영화 속 주인공 릭 달튼이 가진 감정을 소화하는 데 적격이었을 것이다. 디카프리오는 철부지고 피트는 알고 보면 과격한 반전의 인물을 연기한다. 이 둘 모두 그냥 인기만 먹고 살았던 게 아니라 연기 쫌 하는 배우임을 증명한다. 둘 외에도 마고 로비, 알 파치노, 커트 러셀, 다코타 패닝 등이 타란티노 영화에 기쁜 마음으로 얼굴을 드러낸다.

 


그럼 타란티노는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어느새 중년을 넘어선 괴물이 과거를 회상하며 만든 이 영화가 일종의 러브레터라는 디카프리오의 인터뷰가 정확한 해석일 수 있다. 과거 그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어딘가 싱겁고 또 어딘가 부드러운 농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자신이 걸어 온 영화인생, 몸담아 왔던 영화판의 과거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배어있다. 그럼에도 후반부는 기대할 만하다. 빠른 속도로 짓궂게 풀어내는 그만의 농담은 여전히 유쾌하기 때문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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