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산점과 인성교육진흥법

교육 /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2021-05-04 00:00:56
교육 톺아보기

학교엔 아이들만 바라보며 교육에 전념하는 교사들의 힘을 빼는 정책들이 있다. 교원평가와 성과급 제도와 함께 ‘학교폭력 승진 가산점(이하 학폭 가산점)’ 정책이 그중 하나다. 승진 가산점은 승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필요하지, 승진의 길을 걷지 않는 상당수 교사에게는 필요 없는 점수다. 교사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정책이란 뜻이다. 


매년 학교에서 학폭 가산점 부여 대상자를 추천하는 회의를 할 때마다 많은 교사들이 열패감에 빠진다. 생활지도, 학생상담, 학생부장 등으로 실질적인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노력한 교사 중에 이 점수가 필요 없는 교사들이 많다. 대상자 선정 회의를 할 때마다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승진하려는 이들이 누구인지 아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기여 교사를 말하는 것은 민폐에 가까운 행위가 된다.


이 정책은 2012년에 입법 공고됐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기다. 일제고사가 도입돼 초등학생까지 경쟁교육으로 내몰던 때였다. 당시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와 경쟁교육으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어느 중학교는 아이들 점심시간까지 운동장에 나가지 못 하게 하며 시험문제를 풀도록 강요했고 수업 시간엔 문제풀이식 위주의 수업이 진행됐다. 


아이들의 심성이 황폐화돼가는 증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먼저 나타난 게 아이들의 ‘틱’ 증세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신체의 한 부위가 실룩거리거나, 눈을 계속 깜박거리거나, 머리를 흔드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장의 교사들은 가장 약한 아이들부터 자신의 한계 상황을 넘어서는 ‘강요’를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해석했다. 제도가 행하는 폭력에 아이들은 말도 못 하고 느끼지 못하며 몸이 이상 행동을 보인 것이다. 순하고 착한 아이 중에 이런 증세가 발생했다.


좀 거친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일탈하거나 약한 아이를 골라 왕따를 시키는 등 학교폭력 행위에 가담했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나타나자 정부에서는 몇 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학폭 가산점 정책이다. 학폭 해결에 기여한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줘 학폭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리고 도입된 정책이 인성교육진흥법이다. 학교마다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강제했다. 학교의 모든 교육이 인성교육이어야 하지만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인성교육’을 주문했다. 아이들의 점심시간까지 빼앗아 시험문제 풀이를 하도록 강제하면서 아이들이 미치게는 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주문이 학폭 가산점과 인성교육진흥법이었다. 


2021년 지금까지 학폭 가산점은 살아 남아있다. 한 번 도입된 정책은 없애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학교의 에너지를 고양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부터 정리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좋은 정책들을 도입하더라도 에너지들이 곳곳으로 흩어져 버린다. 잘못된 정책들을 손보지 않아서 그렇다.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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