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그리고 졸업식

오피니언 /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2020-02-13 09:43:05
교육 톺아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사스나 메르스 때와는 또 다른 공포 속에서 나라 안팎이 어려운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감염률은 높지만 치사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혹시나 내가 감염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조금이라도 나와 내 가족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깨끗이 씻는다.


솔직히 나는 위생 관념이 약하다. 아내가 손으로 과일을 집어 먹는다고 한소리 할 때 속으로 ‘그게 어때서’라고 종종 생각했지만 하도 뭐라 해서 아내가 볼 때만 포크로 먹을 때가 있었다. 사스나 메르스가 창궐할 때도 나와는 먼 얘기라고 치부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혹시 나 때문에 내 가족과 지인들이 감염된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우한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교포를 위해 전세기를 띄우고 진천에 있는 공공건물에 격리 수용한다고 해서 일부 지역주민이 집회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댓글을 쭉 훑어봤다. 대부분 그 지역주민에 대한 비판적인 얘기로 가득 찬 것을 보았다. 심지어는 그 지역주민이 감염됐을 경우 아무 도움도 주지 말라는 댓글도 보았다. 하지만 우한에 마스크를 지원하고 우리 교민들을 우리나라로 하루빨리 데려와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부분의 댓글을 보며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혹시나 감염병을 우리나라로 가져올 수 있는 교포들을 그래도 품에 안고 함께 하겠다는 대다수 국민의 아름다운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4.16 세월호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그때 선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구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선생님과 여러 의인을 떠올리고, 반대로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이들을 구해야 함에도 먼저 탈출한 선박 관계자들을 생각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4.16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희망을 품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2월 11일(화)은 우리 학교 졸업식이고 그 다음날인 2월 12일(수)은 아들 졸업식이다. 그런데 졸업식에는 학부모를 비롯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다. 우리 학생들과 아들은 부모님과 친지의 축하 꽃다발을 졸업식장에서 받을 수 없다. 고마운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사진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여느 졸업식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이들이 훗날 자신의 졸업식을 어떻게 기억할까 궁금해진다. 분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기억하지 않을까?


하지만 자신들을 위하고 부모님과 친지들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기억할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혹시나 많은 인원이 모이는 졸업식 때문에 감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국가의 의무다. 졸업식이라는 통과 의례를 지나는 이 땅의 모든 청소년이 국가의 책무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여하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학교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청소년들에게 축하의 말을 지면으로나마 전하고 싶다. 그리고 ‘4.16’으로 야기된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을 넘어, ‘신뢰’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일궈나가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졸업생 여러분, 모두들 축하합니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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