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버린 아카데미, <기생충> 4관왕

문화 / 배문석 / 2020-02-13 09:45:30
영화 덕후감

BTS 무대 올렸던 그래미 어워즈와 달랐다

봉준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과 제작을 했던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모두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장편) 그리고 감독상과 작품상을 차지했다. 작품상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를 기록했다. 작년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크고 작은 해외영화제를 휩쓸어 왔지만 ‘로컬(지역)’영화제라고 불릴 만큼 완고했던 미국 영화 아카데미의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마치 <기생충> 영화에서 주인공 박사장(이선균)이 자주 중얼거린 ‘선을 넘다’란 말이 딱 어울릴 만큼 기대 밖이었다. 조심스러운 기대와 다양한 응원이 있다 해도 결과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리우드를 중심에 둔 아카데미는 변화를 시작하는 명분을 <기생충>에서 찾은 것처럼 변화를 꾀했다. 


그렇다고 아카데미가 급진적으로 모든 선을 깨트린 것은 아니다. 영화제 시작을 알렸던 크리스 락은 흑인 후보가 단 한 명인 것을 꼬집으며 1회 때 한 명도 없었던 때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우회적으로 풍자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전통적인 극장 스크린이 아닌 새로운 배급 플랫폼을 내세운 ‘넷플릭스’ 제작 영화는 24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어도 단 두 개(장편 다큐멘터리, 여우조연상)의 트로피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아카데미가 변화의 시작을 위해 단순히 최고상을 몰아준 것은 아니다. 그만큼 <기생충>은 우리 관객뿐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감동, 공포,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했다고 봐야 한다. 비록 영화가 아니라 현실로 느끼며 큰 충격을 받아 평가가 박했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감독 봉준호는 단편 데뷔작 <백색인>(1993)부터 산재 당한 노동자를 소재로 삼되 직설과 선동이 아닌 기묘한 페이소스를 보여줬다. 2000년 장편 <플란다스 개>로 충무로에서 입봉한 뒤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로 작품세계를 이어가는 동안 ‘봉준호 장르’라고 따로 칭해야 할 만큼 독보적인 연출력을 선보였다. 

 


이미 그는 우리가 체감한 것보다 세계적인 감독이었고, 뒤늦게나마 미국 아카데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엇비슷한 사회 문제를 소재로 삼아 미국 주류 영화 자본이 낳은 <조커>, 아카데미 모범답안을 써 내린 것 같은 <1917>이 있었다. 그리고 거장 마틴 스콜세지와 쿠에틴 타란티노의 작품보다 더 많은 호평을 받았다. 비영어권에 대한 편견과 ‘1인치 장벽’으로 부르게 된 자막를 넘어설 만큼 엄청난 영화를 만난 것이다. 

 


아카데미의 변화를 목격한 뒤 좀 더 빨리 미국 대중문화 속에 한 획을 그은 BTS(방탄소년단)와 그래미 어워즈를 떠올렸다. BTS는 2년 연속 미국 빌보드 시상식에서 수상 부문을 늘려가며 호평을 받았고, AMA를 비롯해 다양한 음악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보수적이라 불리는 그래미 어워즈는 지난달 26일(미국 시간) 62회 시상식에서 수상에는 빠트렸지만 특별한 연합 무대를 제공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문화는 국경과 인종 등 다양한 경제를 급속도로 무너뜨리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지 않지만 이번 아카데미는 그 상징 중 하나다. 그리고 봉준호, BTS를 비롯해 다양한 '한류‘가 그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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