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인간의 고향

기획/특집 / 김종관 농학박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2020-02-07 09:47:58
백년숲 포럼

숲이 좋아, 산이 좋아

숲,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말만 들어도 고향을 느끼는 단어다. 나는 시간만 있으면 산에 간다. 산에 간다는 말은 나무를 보고 새를 보고 온갖 자연을 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서다. 시원한 바람만 쐬는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리면서 산에 오르고 걷다 보면 심신이 절로 상쾌해진다.


내 친구 중에 은행에 근무했던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일요일이나 여가만 있으면 등산을 했다. 그 친구는 등산장비도 제법 갖추고 몇 개의 등산모임에도 가입해 국내의 이름 있는 산들은 거의 다 등반한 등산 애호가였다. 그 친구는 나를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야 임마! 너는 봉급 안 받아도 돼. 남들은 회비도 내고 또 돈 많이 들여서 산에 가는데, 너는 돈도 안 들이고 매일 산에 가니 봉급 안 받아도 돼.”


그 친구의 말뜻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임업분야에 근무하므로 직무상 산에 가기 마련이었다. 직무상 산에 간다는 말은 봉급을 받으면서 산에 간다는 말이다. 내가 봉급도 받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산행을 하게 되니 무척이나 부러운 눈치였다. 자기는 많은 비용을 들여 산행을 하는데 나는 봉급을 받으면서까지 산행을 하니 봉급을 안 받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봉급을 안 받으면 가족을 부양할 수 없지.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농과대학 임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이 돼 1999년 5월. 퇴직할 때까지 약 30여 년 간 임업분야에서만 근무했다. 30년의 기나긴 세월동안 산과 더불어 생활하고 숲에 대해서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긴 세월동안 숲과 더불어 살아 왔으면 이제는 좀 지겨워 질 때도 되련마는 이와는 반대로 산이 점점 더 좋아지고 숲이 점점 더 그리워진다.


이것은 나만이 느끼는 평온함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는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숲은 인간의 고향이며 영혼의 쉼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아름다운 숲만 생각할 뿐이지 아름다운 숲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숲을 만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보자. 그렇게 하므로써 더 아름답고 더 건강한 숲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아름답고 건강하게 관리되고 있는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참나무 숲. 2018년 10월 한독 임업기술협력 44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다시 찾은 독일 헤센주 산림청 관계자들과 소호 참나무 숲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백년숲의 기반 조성

푸르고 아름다운 숲, 어디를 가나 아름답고 푸른 산천이다. 전라도를 가도 푸르고 울창한 숲이며 경상도를 가도 푸르고 아름다운 숲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싱싱하고 아름답지 않은 숲이 거의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은 저절로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숲이 있기까지는 숲을 푸르게 키운 많은 조직, 단체와 이와 관련한 업무를 맡은 많은 분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내 어린 시절, 해방 직후와 6.25전쟁 이후, 못 살고 가난했던 시절의 헐벗은 산림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도 큰 발전이며 너무나도 큰 변화이기에 과거 당시 상황을 체험하지 못한 분들은 아무리 훌륭한 설명이라 할지라도 그 변화를 쉽게 실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동네 주위에는 거의 나무가 없었다. 취사를 하고 난방을 하는 연료는 임산 연료 밖에 구할 수 없었다. 산림관계법령이 엄격해 시골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공무원이 산림주사이긴 하지만 밥해 먹고 온돌 덥히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임산 연료를 채취하지 않으면 안 됐다. 푸른 솔잎을 채취하는 것은 큰 범죄행위인 줄 알고 감히 손도 못 댔지만 낙엽이며 썩은 나무뿌리들은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알뜰하게 전부 끌어 모아 연료로 사용했다. 그 결과 산림토양은 발갛게 속살을 드러내 보였고 비만 오면 황톳물이 쏟아져 내렸다. 도처에 산사태가 일어났고 조금만 비가 와도 하천이 범람하며 홍수가 일어났다. 황폐화가 가장 심한 일부 지역(경북 영일군 등)은 나무와 풀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반사막 지대로 급변하고 있었다.


1970년대 초, 급기야 정부에서 큰일들을 시작했다. 국토의 조기 녹화사업을 위해 상당한 비중의 예산을 배정했고 많은 산림공무원과 사방기술자에게 치산녹화를 조기에 실현하라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단호한 엄명이 내려졌다. 산림관계 기관과 지역별 사방 관리서(소)에서는 죽기 살기로 일을 했다. 치산 녹화 10개년 계획을 두 차례나 집행했다. 봄이 되면 골짝골짝마다 사방 공사하는 지역 주민들의 괭이와 삽질 소리가 온 계곡에 메아리쳤다. 정말로 거국적 대역사였다. 골골마다 황폐지에는 계단을 만들고 나무와 잔디를 심었다.


지금의 아름다운 숲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 불철주야 일한 산림관계 공직자들의 피나는 노력을 먹고 자란 것이다. 경제발전의 영향도 있긴 하지만 임업인 선배님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를 부인할 수 없다.
 

▲ 적정한 임도 설치로 보호와 경영이 유지되고 있는 소호리 침엽수림. 2017년 촬영.

생명의 젖줄, 산업의 근본

최근에 와서 세상 사람들이 숲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숲’이란 말과 ‘산’이란 말, 또 ‘산림’이란 말과 ‘삼림’이란 말을 거의 같은 뜻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들을 엄격히 따져보면 특징적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말들을 사용할 때의 의미를 간추려 보면 대개의 경우, 나무가 있고 풀이 있으며 그 속에는 온갖 생명체들이 함께 어울러져 살아가는 자연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자연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용어가 ‘숲’이라도 좋고 ‘산림’이라도 관계없다. 나는 여기서 ‘숲’이라고 부르고 싶다. 숲, 자연의 공동체, 얼마나 신비스러운 집단인가!


숲은 생명의 젖줄이다. 숲이 없이는 인간은 살아 갈 수 없다. 인간뿐만 아니라 많은 생명체들이 숲이 없이는 생명을 부지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숲은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생산해 준다. 숲은 인간이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을 생산해 준다. 숲은 인간이 안락하게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


숲의 기능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 생활에서 여러 가지로 사용되는 목재자원을 숲이 아니고서는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숲은 모든 산업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는 목재자원의 생산공장과도 같은 곳이다. 숲이 망가지면 각종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목재 생산공장이 파괴되고, 산소 생산공장, 맑은 물 생산공장, 삶의 터전인 생활환경까지도 동시에 파괴되는 격이 된다. 숲이 파괴된다는 것은 곧 환경파괴를 의미하며 이것은 앞으로 인간에게 다가올 큰 재앙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불행스럽게도 세계의 산림자원은 점점 감소 추세에 있다. 경제개발을 빌미로 해마다 많은 면적의 열대림이 소멸되고 있는가 하면 대기오염에 의한 산성비는 숲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공동체를 점점 초토화시켜 죽음의 계곡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문제는 한 국가나 한 민족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며 국경을 초월한 전 지구촌의 문제이므로 금세기를 살고 있는 전 인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절박한 심정으로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숲을 갖고 있다. 이 숲을 잘 관리해 세세연연 후손들에게 복된 삶의 터전으로 물려줘야 한다. 이 숲을 가꾼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숲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아름다운 숲을 누가 가꾸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숲을 가꾸는 사람들, 숲을 소유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그 분들의 어려움을 풀어 줘야 앞으로 더 아름다운 숲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40년 된 지금의 숲을 백년숲으로 만들어야 한다.
 

▲ 황폐지 복구를 위해 나무를 심었고 그 사이에 싸리와 잡초종자를 파종하는 아낙네들의 모습. 1977년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 밀폐된 숲의 육림작업 기술개발을 위해 임업기술 전문가들이 현지를 방문해 토론하고 있다. 1984년 울주군 두서면 구량리.


숲의 건강이 부실해 지고 있다

40여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산림이 엄청나게 많이 생장한 것은 사실이다. 40여 년 전에는 도처에 황폐지가 산재했고 대부분의 산림은 민둥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모든 산이 거의 다 푸르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 숲은 있는 그대로 자랐을 뿐이지 숲에 대한 육림작업을 해 주지 않아 숲이 너무 밀폐돼 있다. 인공적으로 심은 나무도 입목도(단위면적당 서 있는 나무숫자)가 너무 높지만 천연적으로 자란 나무들도 단위면적당 입목본수가 너무 많아서 나무들은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조금도 운신을 못할 정도다. 숲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숫자의 나무가 서로 경쟁 삼아 서 있기 때문에 가늘고 연약하여 키만 커 가는 기형적인 나무가 돼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 현실이다. 숲의 기술적 관리가 부족해 숲의 건강이 부실해 지고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생된 임분의 적당한 소개가 필요하다. 적당한 소개란 기술적 관리를 의미한다. 숲 속의 밀생된 나무들을 필요한 입목본수가 유지되도록 남겨 두고 나머지는 솎아주는 제벌작업, 간벌작업 등을 실시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한 숲이 유지돼 산소 생산도 많아지고 물 흐름체계도 개선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목재 생산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숲을 가꾸는 육림작업에는 어린 나무 가꾸기, 간벌작업, 가지치기 작업, 천연림 보육작업, 도시림 가꾸기 작업 등이 있다. 관계 당국에서는 이러한 육림 작업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그 작업 성과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접근이 쉬운 마을 부근이나 도로 인접지역 등에만 국한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산림은 임업기술자들의 손길 한 번 받지 못하고 태어난 그대로 밀생돼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숲 가꾸기 사업은 모든 산업의 근원이 되는 사업이므로 산림청이나 관계 행정당국에 한정된 차원이 아니라 정치인이나 국정 최고책임자의 절박한 인식과 과감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세를 사는 위정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다음 세대들로부터 많은 원망과 질타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림이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생산성 높은 백년숲으로 가꿔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들이 하루 속히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숨 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밀폐된 소호리 잣나무 임분. 2017년 촬영.


김종관 농학박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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