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섹스의 꽃 람피온 해상풍력단지

기획/특집 / 이종호 기자 / 2019-10-10 09:57:08
<기획취재: 위기의 울산, 바닷바람이 살릴까-부유식 해상풍력>

<기획취재: 위기의 울산, 바닷바람이 살릴까-부유식 해상풍력>
1. ‘똥바다’ 위에 세운 청정에너지의 꿈
2. 한국 해상풍력산업의 현주소
3. 타이완 포모사 해상풍력
4. 세계 최고의 해상풍력국가 영국
-세계 첫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하이윈드
-서섹스의 꽃 람피온 해상풍력단지
-2050년 탄소 제로에 도전하는 영국
-“울산은 부유식 해상풍력 최적지”
5. 바닷바람이 부유식 해상풍력을 만나면



3.45MW 전 세대 터빈 116기 빼곡
영국 남해안 첫 해상풍력 발전단지


영국 남부 서섹스 해안에서 13~25킬로미터 남쪽 해상 람피온 해상풍력 발전단지. 베스타스의 3.45메가와트(MW) 터빈 116기가 영국해협 동서 11.5킬로미터, 남북 6킬로미터, 약 70제곱킬로미터 면적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허브 높이 80미터, 55미터 블레이드를 장착한 400MW 규모의 풍력단지에서는 1년에 1400기가와트(G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영국 3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연간 6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양이다. 독일 전력회사 에온(E.ON)이 50.1%, GIG 25%, 캐나다에 본사를 둔 에너지 운송업체 엔브리지가 24.9% 지분을 갖고 13억 파운드(약 1조9200억 원)를 투자해 2018년 완공했다. 운영은 에온이 맡고 있고, 운영관리 사무소는 뉴헤이븐에 있다.

 

▲ 서섹스 뉴헤이븐에 있는 람피온 운영관리 사무소. ⓒ이종호 기자


람피온은 대형 터빈에 밀려 가격이 많이 떨어진 전 세대 터빈을 이용한 영국 해상풍력 라운드2의 마지막 대형 프로젝트로 영국 남해안 최초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다. 영국의 전기수요는 런던 인근 남동부에 집중돼 있다. 영국의 해상풍력은 북웨일스 서해안, 스코틀랜드, 동남부 해안에 몰려 있는데 남해안 서섹스 지역에 해상풍력을 개발하면 수요가 많은 곳 가까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유리하다. 영국 왕실토지청도 왕실 소유 국유지인 12해리(22.224킬로미터) 밖 해저면을 활용해 수익을 늘리려고 했다. 개발사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12해리 밖 해저면에 대해 영국 재무부에 사용료(지대)를 지불해야 한다. 해상풍력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도입으로 지역주민들의 경제적 혜택과 고용창출도 기대됐다. 원래 700MW 규모로 설계됐던 람피온 프로젝트는 입지조건을 고려해 400MW로 줄였다. 석세스 해안에서 영국해협 쪽 밖으로 더 나가면 수심이 상당히 깊어지는데 고정식 모노파일 기초는 비용이 많이 들고, 주변에서 모래가 유입되는 지역이라 해저면 상태가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 영국 서섹스 남쪽 13~25킬로미터 해상에 빼곡히 들어선 람피온 해상풍력 발전단지. 람피온은 서섹스 카운티의 대표 꽃인 장미 이름이기도 하다. 사진=람피온 해상풍력단지


▲ 람피온 해상풍력 터빈과 케이블 연결도. 자료=람피온 해상풍력단지

 

쇠퇴한 남부 항구 도시재생 기회
고용창출, 지역 정치권 관심 높아


람피온 프로젝트는 2014년 7월 영국 정부의 개발승인명령을 받아 2015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개발승인명령을 받으려면 여러 정부 부처에서 계획동의서 등을 받아야 한다. 지난 8월 7일 뉴헤이븐에 있는 람피온 운영관리 사무소에서 만난 맷 포터 GIG 부이사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영국 내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터빈 가동 때문에 레이다에 방해가 일어난다는 이유로 공군이 반대했다. 증명하기도 반박하기도 힘든 이슈다. 레이다 업그레이드 계획을 지원하면 합의가 가능하다. 기업은 이를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레이다를 운영하는 공군은 반드시 업그레이드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난다.”


지방정부와 지역 정치권, 환경단체와 맺는 관계도 중요하다. 영국 녹색당은 하원에 의석이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하원의원의 지역구가 서섹스 남부 휴양도시 브라이튼이다. 브라이튼 해안에 있는 162미터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멀리 영국해협 남쪽 수평선에 줄지어 늘어선 람피온 해상풍력단지의 발전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녹색 의제를 핵심으로 하는 하원의원이 가까이 있어서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당과 지역 정치인들은 해상풍력을 지지하고 있다. 영국 남부지역에서 유일한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람피온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정치권의 관심도 높다. 지역에서 고용창출은 중요한 사안이다. 람피온 프로젝트로 운영관리 사무소에 지역민 60명이 풀타임으로 고용됐다. 지역 정치인들에게 예민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포터 부이사는 “뉴헤이븐에 있는 이 운영관리 사무소 건물만 해도 지역 내 유일한 새 건물”이라며 “브라이튼은 부유한 관광지역이지만 그 밖의 작은 항구들은 전통적으로 어업에 의존했고 상당히 쇠퇴해 많은 지역이 도시재생과 개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람피온은 가장 붐비는 해상노선인 영국해협에 설치돼 국가적 관심사였고, 첫 프로젝트라 경관 문제를 비롯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가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았다”며 “람피온은 브라이튼에서 보이지만 13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서 경관을 해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시작부터 지역의 600개 업체와 협력해 서플라이 체인(공급사슬)을 만들고 지역 기업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면서 “지역사회의 지지와 함께 정치계와 기업계 모두 힘을 합친 결과”라고 말했다. 람피온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지역 600개 업체의 등록을 받았다. 엔지니어링, 조립공장, 배송업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등록했고, 국제기업들이 참여하는 조달과정에서도 지역기업들과 연결시켜 로컬 콘텐츠를 강화했다. 해양생물, 조류보호단체들과 함께 일했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 신뢰와 협력을 얻어냈다는 점도 프로젝트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 람피온 운영관리 사무소 관제센터. ⓒ이종호 기자

 

310만 파운드 기금 조성, 지역사회 지원
씨앗 보존해 케이블 매설 뒤 다시 심어


건설 과정에서 부딪힌 유일한 반대는 송전 케이블 설치를 둘러싼 것이었다. 육상 케이블이 국립공원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케이블을 매설하면서 국립공원 특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식물의 씨앗을 보존해 런던의 식물원에 보관했다가 끝난 뒤 다시 심었다. 이런 복원 작업 때문에 케이블이 깔렸는지 모를 정도다. 기본 케이블은 깔린 상태지만 일부 구간은 다시 매설하고 있다. 포터 부이사는 “육상 변전소까지 25마일의 케이블을 까는 과정에서 국립공원 이용자, 주변 농가와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 불편을 끼쳤던 건 사실”이라며 “매설한 뒤 복구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잘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원 작업에는 람피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조성한 310만 파운드(46억 원)의 지역사회 기금이 쓰였다. 람피온 펀드는 서섹스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단체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람피온 해상풍력이 설립했고, 서섹스 지역사회재단이 관리한다. 지원 대상 지역은 서쪽의 리틀햄튼 항에서 동쪽 커크미어 헤이븐까지, 북쪽으로는 육상변전소가 있는 볼니까지 삼각형 지대다. 이 지역은 해저 케이블이 육상으로 이어지는 구역과 육상변전소가 있는 2구역, 그리고 그 밖의 육상과 해안 지역인 1구역으로 나눈다.


펀드 총액 310만 파운드 가운데 200만 파운드는 서섹스 지역사회의 장기 발전기금으로 사용하려고 할당돼 있고, 이스트워딩과 랜싱의 2구역에 50만 파운드, 변전소 지역에 30만 파운드가 사용된다. 나머지 30만 파운드는 해양활동단체를 지원한다.


기금은 신청 프로젝트 별로 1000파운드에서 1만 파운드까지 지원하고,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5만 파운드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기금의 목적은 지역사회 기여이고, 주로 환경, 생태, 기후변화, 에너지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돕는 프로젝트가 우선 지원대상이다.

해상변전소에서 타인햄 육상변전소로

해상풍력 터빈에서 발생한 전력(33kV)은 1차로 2000톤급 해상변전소로 모아서 송전할 때 전력손실을 막기 위해 150kV로 승압한다. 해상변전소는 해저면에 고정된 4개의 자켓 파운데이션(900톤) 위에 있다. 해상변전소에서 2회선의 해저케이블로 육지로 연결한다. 해저케이블의 길이는 16킬로미터에 이른다. 육상 구간은 모두 매립형이다. 이스트워딩 근처의 브룩스랜즈 플레져 공원 근처의 해안에서 27킬로미터의 육상구간에 들어가 볼니 근처에 있는 미드 서섹스의 타인햄 육상변전소와 최종 연결된다.


송전시설은 ‘발전자산과 송전자산을 동시에 소유할 수 없다’는 유럽연합 규정과 영국 법규에 따라 정부 입찰로 2020년까지 제3자에 매각해야 한다. 건설사는 송전시설을 제3자에 매각해 건설대금을 충당하고, 임대료를 내 송전시설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영국 해상풍력 라운드1에서는 특별한 규정은 없었지만 라운드2에 들어와 규모가 커지면서 유럽연합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됐다. 갤로퍼 해상풍력단지와 람피온의 송전시설이 매각될 예정인데 일부 업체가 다른 프로젝트의 송전설비를 대부분 매입해 정부의 의도대로 경쟁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람피온 운영관리 사무소 직원들. ⓒ이종호 기자


어민 보상 산정, 투명한 프로세스로
지역에 상주하면서 어민 접촉, 협상


어민과 관계는 프로젝트 초기 합의 도출과 건설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116개 모노파일과 트랜지션피스 등 하부 구조물 기초작업과 터빈 설치 작업을 하는 동안 어민들은 사이트 500미터 이내로 접근할 수 없어 어로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국 법규에 따라 어민에게 보상해야 한다. 선박 숫자, 어획량, 어획물 시장가격 등을 고려해 조정한 보상액을 산정한다. 더 먼 바다에서 어로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하는 아주 섬세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다. 어민들의 주장과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포터 부이사는 “어선과 어획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협의 산정 과정은 투명한 프로세스로 진행돼야 한다”며 “런던에서 나타나서 협상하고 사라지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 상주하면서 어민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협상했다”고 말했다. 

 

▲ 8월 7일 뉴헤이븐 람피온 운영관리 사무소에서 만난 맷 포터 GIG 부이사. ⓒ이종호 기자


건설 과정에서 감시 선박은 지역주민의 어선을 사용했다. 운영 과정에서도 작업용 선박은 운영회사가 보유하지만 감시 선박 같은 보조 선박은 지역 어선을 활용한다. 공사가 끝난 뒤에는 풍력단지 주위에서 터빈 반경 50미터 밖이면 자유롭게 어로작업을 할 수 있다. 단지 안에서 트롤(저인망) 작업이 금지돼 있어 어민들은 주로 바닷가재 통발을 놓는다. 2년 동안 어로작업을 못했기 때문에 어민들은 바닷가재가 많이 잡힐 것으로 기대했다. 터빈 하부 구조물이 어초 구실을 해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됐고 생물다양성이 증가했다. 


이종호 기자, 통역=원영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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