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구조조정과 5.31 주주총회저지 투쟁(1)

오피니언 / 박근태 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 2020-02-05 10:21:03
노동과 사회연대

울산에 구조조정 바람을 이야기하면 IMF 시절 현대자동차의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과 2015년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떠올리게 된다. 현대자동차의 구조조정은 IMF 어려운 한 때를 더욱 피부에 와 닿게 했던 울산 공업도시의 첫 번째 시련이었다. 일하는 노동자는 물론 지역 상권에도 큰 영향을 줬고 지금도 현대자동차 앞의 상권은 주간연속 2교대 등의 영향으로 예전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런 모습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세계 물동량일 줄면서 선박발주가 감소하고, 유가 인하 때문에 심해유전 생산설비 발주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조선해양산업의 경기가 하락했다. 현대중공업은 노동자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구조조정은 가장 조직력이 약한 하청노동자를 시작으로 사무직 비조합원 여성노동자, 간접 생산직 노동자까지 이어졌다. 생산직 노동자까지 야금야금 구조조정 대상이 돼 회사를 떠나야 했다.


울산 동구의 어느 관광 해설사는 해양의 골리앗을 보며 말뫼의 눈물을 이야기했고, 한국의 조선 산업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게 조선산업 노동자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버텨내고 있는 시점에 현대중공업은 법인분할을 통해 하나의 회사를 지주사와 건설기계, 일렉트릭으로 나눴다.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삼호중공업 간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지주사 체계로 전환해 재벌총수의 이익구조를 변경하고 노동자들을 인위적으로 갈라놓았다.


노동자들이 임금을 동결당하고 구조조정을 당할 동안 재벌총수는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이익구조를 만들었다. 수천억 원의 막대한 배당이익을 챙겨가며 총수일가의 3세 경영승계 기틀을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과 구조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8년 임·단협에 어렵게 잠정합의하고 조합원 총회를 하루 앞둔 날, 언론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을 접한 동구지역 노동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집행간부들과 총회 준비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은 내게 노동자들은 다짜고짜 욕설을 해댔다. 급히 자리를 이동해 상황을 파악한 결과 언론의 보도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


노동자들은 아마도 내가 대우조선 인수 사실을 알면서도 임·단협 잠정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분노했을 것이라 짐작했다. 황급히 집행간부를 소집했다. 논의를 거듭한 끝에 새벽 4시경 조합원 총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긴급 속보를 준비해 현장에 알렸다.


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이 회사가 어렵다면서 구조조정을 하고 임금동결과 복지 축소를 해놓고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또다시 구조조정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합원들의 반대에도 2019년 3월 8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인수매각에 합의했고, 노동조합은 더 큰 문제에 봉착했다. 회사가 또다시 법인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사를 만들고, 현대중공업은 법인을 신설해 그 아래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고, 하루아침에 자회사로 전락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법인분할저지 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음에 계속)


박근태 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