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제비싸리-강양천

기획/특집 / 글 사진 김묘정 / 2020-08-14 10:28:43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 울산연안 특별관리해역 연안오염총량관리 / 울산연안 지역역량강화사업

바다에서 본다-울산연안 생태문화 에세이-식물

이름부터 생소하다. 사실 진하해수욕장과 만나는 기수지역이라고만 생각했던 터에 높은 다리가 지나가고 내려서 보고 싶은 아름다움(?)은 없었다. 그저 지나가면서 ‘기수지역인데 물이 깨끗해 보이지는 않네. 그럼 바다는?’이라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강 옆으로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있었고 개인 업을 하는 건물들이 있어서 조사하러 내려가는 곳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내려간 곳엔 낚시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곳은 생각보다 참담했다. 물은 탁도가 심했고 날려 온 쓰레기, 주변에서 버린 쓰레기, 심고 남은 모와 모판까지 처참히 버려져 있었다. 특히 굵은 낚시줄… 버려진 지 오래돼서 흙이 덮여 빼내기도 어려웠다. 덤불에 버려져 있어서 새들이 둥지라도 틀었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 갈대와 억새

기수지역이지만 오염 때문인지 특징적인 식물들은 없었다. 사람이 있는 인가와 가깝고 주변에 낮은 산들이 있어서인지 소루쟁이, 명아주, 억새, 갈대들이 주로 있고, 빠지면 섭섭한 환삼덩굴이 기세 좋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유채인가 보면 야생 갓인 경우가 많았다. 이곳도 역시 야생 갓이 사이사이 쑥쑥 많이 자라나 있었다. 

 

▲ 야생 갓

이렇게 환경의 파괴가 많이 진행되고 척박한 곳에 보라색 꽃대로 분위기를 팍팍 살려주는 족제비싸리를 역시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족제비싸리는 아까시나무 씨앗이 날아와 자라 난 어린 개체로 여기기도 한다. 족제비싸리는 다 자라도 3미터를 넘지 않고 기찻길이나 도로가, 환경이 척박한 곳에 많이 있어서 다들 그런 오해를 한다. 

 

▲ 족제비싸리

5월이 돼서 흰 꽃이 피지 않으면 ‘어? 뭐지?’하게 되는 나무. 우리나라가 민둥산이었을 때 황폐한 우리 땅에 맞는 나무를 골라 많이 심었다. 그때 많이 심은 나무들이 아까시나무, 리기다소나무, 사방오리나무, 족제비싸리 4인방이다. 다른 세 나무가 큰 덩치로 운신의 폭에 제약이 있는 데 비해 족제비싸리는 덩치가 작고 수많은 종자를 매달아, 심고 가꾸기 쉽기 때문에 여러 지역에 퍼졌다. 햇볕을 워낙 좋아하는 식물이기도 하고 일단 황폐지에 정착했다가도 토종 우리 나무들이 들어와 그늘을 만들어버리면 족제비싸리는 자리를 내어주고 다른 척박한 곳에서 땅을 이롭게 한다(콩과 식물이라서 토양이 비옥해지는 데 도움을 주는 착한 녀석이다). 


족제비싸리는 이름이 독특한데 꽃대가 족제비 꼬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남아메리카산인 녀석이 한국에서 이 이름이 붙여질 때는 족제비가 흔했나 보다. 족제비싸리는 아까시 나무와 생김새만 닮은 게 아니라 역시 훌륭한 밀원이기도 하다. 많이 자라 있는 곳에 가면 벌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우리 역시 아침 일찍이나 늦은 저녁 즈음에는 달달한 족제비싸리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니까. 족제비싸리가 많은 건 양봉인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까. 족제비싸리가 많이 자라 있다는 것은 좋지만 또 안 좋은 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척박한 곳이라는 반증이므로.

 

▲ 환삼덩굴

어릴 적 기억에는 바다에서 놀고 기수지역 쪽으로 이동해 민물에 몸을 씻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제 이어지는 곳은 양쪽 옆으로 높게 직강으로 만들어진 곳도 있고(접근성 자체가 사라짐) 물이 깨끗하지 않아서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어린 친구들은 샤워장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 명아주

흙 상태도 좋지 않고 물은 더 상태가 안 좋다. 해변을 이루는 모래톱들은 기수지역에도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 기수역에 자라는 식물들을 볼 수 없는 것이, 지금 힘들어지는 지구와 비슷해서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맘이 따끔거렸다. 사람들이 이런 환경을 더 익숙해 하는 것도 앞으로 나아질지 모른다는 기대감 자체를 잘라버리는 것 같아 씁쓸했다. 


글 사진 김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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