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오보는 오보가 아니다

오피니언 / 김창현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 특별위원 / 2020-05-20 10:43:08
통일

북 최고의 명절 태양절 금수산 참배에 김정은 위원장이 불참한 후 한동안 공식행사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자 이곳 남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너나 나나 한마디씩 막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출발은 4월 20일, 인터넷 매체 데일리NK의 기사였다. “김정은, 최근 심혈관 시술을 받았으며 모처에서 치료 중이다”라고 북한 내부 소식통을 근거로 기사화한 것이다. 4월 21일, 이 찌라시 수준의 매체의 글을 받아 그야말로 메가톤급으로 오보의 끝판왕이 돼버린 것은 CNN이었다. 나름대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CNN이 “수술 후 치명적인 위험에 빠졌다”고 기사화한 것이다. 그러자 4월 22일, 일본의 요미우리는 “2019년 말부터 김여정 최고지도자 권한대행 준비 진행”을 기사화했고 4월 23일, 채널A 인터뷰를 통해 태영호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김정은 유고 시 김평일 옹립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열려 “최근 북한 동향을 점검한 바 현재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하였다”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멈추지 않고 더욱 번져 갔다. 


4월 25일, 영국의 로이터는 중국 의료 전문가 등 대표단을 급히 북에 파견했다고 기사화했고 4월 26일, 일본 아사히는 ‘중국공산당, 의료전문가팀 50명 북한 파견’이라고 보다 구체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자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한중 비전 포럼에서 “우리나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 ‘북 내부 특이 동향 없음 확인’ 발표는 기술정보를 포함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보평가를 한 것”이라고 보다 적극적으로 막아 나섰다. 


정부의 이런 공식적 발언이 있음에도 다시 한번 더 나간 사람은 역시 태영호였다. 북에서 횡령과 미성년 강간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그는 4월 27일, CNN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확정적으로 못을 박았다. 이에 질세라 5월 1일 탈북자 출신 지성호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김 위원장 지난 주말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 99%라고 말씀드릴 정도이며 주말경 북한이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연합뉴스 인터뷰를 진행, 이 아무말 잔치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5월 2일, 북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의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을 보도했고 얼굴을 들기 어렵게 된 태영호와 지성호는 쏟아지는 비난 속에 5월 4일, 사과문을 발표함으로써 이 난리법석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필자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최첨단 과학이 발전하고 정보가 순식간 세계적으로 공유되는 21세기가 아니라 미신과 편견에 사로잡혀 온갖 마녀사냥을 자행하던 중세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다.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 수시로 벌어진다는 데 있다. 


1986년 11월 16일, 조선일보 일면 톱기사 “김일성 피격설”이 가장 대표적인 오보라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며칠동안 12면 중 7개 면을 김일성 사망기사로 도배했다. 김일성 주석은 8년 후 1994년 7월 8일 실제 사망했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조선일보는 2013년 8월 29일, 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가수 현송월의 처형 소식을 크게 실었으나 그녀는 2018년 삼지연 관현악단장 자격으로 남측을 방문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조선일보는 2019년 5월 31일 1면에 ‘김영철 노역형, 김혁철 처형기사’를 게재했다. 그리고 이틀 뒤 김영철은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에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나타나 다시 한번 조선일보의 뻔뻔함에 혀를 차게 했다. 


조선일보 만이 아니다. 미국 CNN은 2015년 5월 12일, “김정은, 장성택 이어 김경희도 처형, 독살시켜”라고 특종 보도했고 이를 TV조선은 연일 보도했다. 김경희는 이후 2020년 1월 25일, 삼지연 극장 ‘설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며 부활(?)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리영길 처형설, 동료선원 살해 북송선원에 대한 탈북알선책 둔갑 등 지금 이 땅에는 수도 없이 많은 북 관련 오보와 가짜뉴스가 차고 넘친다. 


되풀이되는 오보는 오보가 아니다. 의도된 조작이다. 고도의 심리전이자 집요한 공격이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만나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자고, 가슴 뛰는 화해 협력의 약속을 했으나 소위 급변사태를 간절히 원하는 세력들은 끊임없이 혐오와 저주를 퍼붓고 더러운 술수를 쓰며 이를 방해 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와 통일을 간절히 소망하는 이들은 북 관련 가짜뉴스에 혀만 차지 말고 두 번 다시 그 짓을 하지 못하도록 아주 한목소리로 꾸짖어줘야 한다. 의도된 오보야말로 반통일운동의 진수이기 때문이다. 


김창현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 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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