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계절

오피니언 / 조숙 시인 / 2020-07-30 10:59:24
작가세상

태양의 계절이 왔다. 지금은 잠시 비가 태양을 가리고 폭우를 쏟아붓고 있다. 이집트 태양에는 손이 달려있다. 석회석에 부조된 태양 빛살마다 손이 있어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이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에 손을 얹고 내 삶을 관장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좀 더 나가보자. 우리나라는 지금 비의 세상이다. 비에 손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우산으로 그 손길을 거부하지 말고 온몸으로 느껴야 할 것 같다. 기원전 이집트인들의 태양은 농사를 관장하고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의 존재인 것이다. 


태양을 신처럼 그리게 한 주인공은 ‘신왕국’의 왕 아멘호테프 4세로 불리던 왕이었다. 기원전 1345년경 만들어진 제단의 부조 <딸들을 안고 있는 아크나톤과 네르페티티>를 보면 손이 달린 태양의 빛 아래서 아기를 어르고 있다. 아기들은 늘씬한 팔등신이다. 아기들에 대한 생각이 그려져 있다. 어린이는 어른들의 축소판으로 어른과 같다고 여겼다. 그래서 어른처럼 엄격하게 규율과 노동을 적용했다. 지금은 아동기를 인정하는 시대다. 갓 태어난 아기를 그릴 때 3등신으로 그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2년 5월 1일부터 어린이날을 시행했으므로 100년 전부터는 ‘어린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것이다. ‘어린이’를 받아들이면 어린이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것을 허용한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음식과 놀이를 제공하고 호기심에 가득한 상상의 세계를 존중한다. 이렇게 성장한 세대는 인류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 보자. 이집트의 그림은 오랜 기간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얼굴은 옆모습이고 얼굴의 눈은 정면으로 보이는 눈을 그린다. 몸통의 윗부분은 앞모습이고 발은 또 옆모습인 것이다. 이집트는 사후에 영혼의 세계를 믿었기 때문에 사후에도 육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육신이 썩지 않고 보존되도록 처리했다. 그중에 심장의 무게와 영혼의 무게를 재기도 했다. 대영박물관에 누워있는 왕들의 시신을 보면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낸 위대한 기술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수많은 사원의 벽면에는 원반 모양의 태양 아래 왕과 귀족의 모습이 신처럼 새겨져 있다. 사원 기둥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글자들이 음각돼 있다. 신전의 기둥을 손으로 읽으면서 사막의 열기를 느끼던 순간, 태양의 손길 아래 잡혀있는 작은 인간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본다. 기원전에 그려진 이집트 조각 속에 아이들의 비율이나 태양 광선에 손을 그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눈에 비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배운 현대교육과 맞지 않는다. 종종 상상한다. 우리 눈에 비친 이 많은 물상 중에 보고 있지 못한 것은 얼마나 될까. 그것을 보고 나면 나는 또 어떤 사람이 돼 있을까.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중에 ‘분명히 두 눈 똑바로 뜨고 봤다’는 말을 많이 한다. 분명히 그렇게 봤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사회는 다원화되고 그것들이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각기 다르게 보고 느낀다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원화돼 독제정권에서 성장하고 그 시절을 아름답다고 추억하는 사람들은 한없이 번거롭게 느껴질 것이다. 


각기 보이는 것이 다르다는 건 과학적인 것이다. 역사적인 유적에 그 증거물을 남아 있다.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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