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입자로 암세포만 죽인다

과학 / 이종호 기자 / 2020-04-13 12:00:56
UNIST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교수팀, 암세포 사멸 결정화 원리 규명
▲암시야현미경으로 세포 안 나노입자를 관찰했다. 암세포(왼쪽)에서는 정상세포(오른쪽)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입자가 뭉치는 현상이 나타났다. UNIST 제공.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세포 안 나노입자가 환경에 따라 다르게 결정화되는 현상을 이용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방법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교수 연구팀은 표면에 전하를 띠는 꼬리 모양 물질(리간드)을 붙인 금속 나노입자를 이용해 암세포만 파괴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세포 안에는 '재활용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주머니 모양의 리소좀이 있다. 리소점은 세포에서 못 쓰게 된 기관을 분해해 다시 단백질로 만들거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물질을 파괴하는 활동을 한다. 리소좀 주머니 벽이 파괴되면 안에 있던 '쓰레기'들이 새어나오면서 세포가 파괴된다. 

 

이 현상을 암세포에서만 일어나게 하는 방법을 찾으면 항암치료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생긴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교수팀은 산성인 암세포에서만 결정이 커지는 나노입자를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금 나노입자 표면에 양전하와 음전하를 각각 띠는 리간드를 특정 비율로 붙이면 산성에서 결정이 커지는데 정상세포와 암세포에 주입했더니 암세포만 죽었다.

 

공동교신저자인 크리스티아나 칸델 연구위원은 "암세포는 산성을 띠기 때문에 나노입자가 잘 뭉치는 데다, 암세포는 그 기능이 비정상적이라 큰 결정으로 자란 나노입자를 배출하기 힘들어 결국 사멸한다"며 "암세포 선택성을 극대화하려면 리소좀으로 나노입자들이 잘 운반돼야 하는데 나노입자 표면의 양이온과 음이온 비가 8대 2일 때 덩어리 크기가 적당해 잘 운반됐고 사멸 효과도 높았다"고 말했다.

 

나노입자 결정을 품은 암세포의 리소좀 안에서는 세포 성장을 담당하는 신호 단백질의 작용이 억제되는 현상도 발견됐는데 이 단백질은 정상세포에서 더 활성화된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이 리소좀 벽의 파괴와 암세포 사멸에 영향을 줬다고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고장난 암세포의 특징, 즉 세포 주변이 산성이고 이물질 배출도 어렵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앞으로 동물실험을 진행해 항암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추가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Nanotechnology)> 3월 16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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