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성공 요인은

기획/특집 / 이종호 기자 / 2019-07-17 11:04:57
기획-울산 부유식 해상풍력(3)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기획 시리즈>

1.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닻을 내리다

2. 세계는 지금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 전쟁 중 

3.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성공 요인은 

4.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에 거는 기대

5. 전문가 집담-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의 현재와 미래  

 

▲영국 램피온(Rampion) 해상풍력단지(사진 제공=램피온 해상풍력)

 

사업 초기, 민간자본 유치와 전문성 확보가 관건

 

해상풍력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건설비용이 드는 기간산업이다. 그만큼 전문성 확보를 통한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는 성패를 가르는 중요 요소 중 하나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특성상 단계별로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해상풍력시장에 들어선 기업들과 지자체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협업관계를 구축하면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프로젝트에 돌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풍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중국의 골드윈드는 선진국과의 기술 제휴를 기반으로 내수시장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는 한편 기술 자립화를 이뤄내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했다. 현재 세계 풍력발전 설비 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세계 풍력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수출보험기관 넥시(NEXI)를 통해 재생에너지 수출과 관련한 무역보험인 ‘환경혁신 보험(가칭)’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보험은 보증률 95% 이상으로 거래처의 파산이나 테러·전쟁의 위험을 보증한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일본 기업들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Mitsubishi)이 지난해 세계 터빈 1위 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와 합작설립한 MHI베스타스는 이미 독일의 지멘스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1만㎾ 터빈 200여 개를 수주했다. 

 

일본 종합상사인 마루베니(Marubeni)도 2012년 해상풍력발전설비업체인 영국의 시잭스(Seajacks)를 인수해 일본 내 해상풍력발전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스미모토 상사는 벨기에, 프랑스 등 전 세계 8곳에서 260만㎾의 해상풍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풍부한 풍력자원을 보유한 대만은 국내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현재 수준 5%에서 20%까지 끌어올리고 2025년까지 5.5GW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해상풍력발전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대만 최초의 해상풍력단지 포모사 1 프로젝트 개발이 시작됐다. 이를 위해 11개의 글로벌 투자기관 및 대만 현지 은행들로 컨소시엄이 구성되어 187억 NT$(타이완달러, 약 7천억 원) 규모로 상환청구권이 없는 16년 만기 프로젝트파이낸싱이 이루어졌다. 현재 1단계인 8㎿ 규모는 상업운전 중이며, 2단계인 120㎿ 규모는 건설을 시작했다. 이에 이어 376㎿ 규모로 개발 중인 포모사 2, 그리고 1.9GW 용량의 포모사 3 프로젝트가 준비 중에 있다. 

 

최근 들어 무궁무진한 해상풍력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는 시장이 베트남이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발전으로 6000㎿ 규모의 전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년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께가 케이프 해안 지역에서 영국계 개발사 엔터프라이즈 에너지 그룹 (Enterprize Energy Group)과 총 3400㎿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13일 환경타당성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자금은 약 14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가 될 수 있어 해외 개발사 및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기업, 자금·노하우·인력 투입해 프로젝트 초기 견인

 

▲영국 램피온(Rampion) 해상풍력단지(사진 제공=램피온 해상풍력)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부분에 있어서 국내 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풍력발전기 터빈을 제외한 타워와 부유체, 해상변전소의 제작, 설치, 관리 및 해저케이블의 제작, 매설 등에서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은 세계적으로도 상업운전 시작 단계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만큼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라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국내외 최고의 민간 투자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중앙 정부와 우리 시, 그리고 기업체의 역할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송철호 시장은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해 10월에 투자유치단과 함께 해상풍력발전 배후항만으로 부흥한 독일의 브레머하펜을 찾기도 했다. 

 

울산은 해상풍력발전에 적합한 지리적 이점과 환경,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 등 잠재력 높은 밑바탕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지식 및 기술 이전 등이 더해질 경우 배후항만으로서의 변신이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해상풍력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에 성장동력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정부의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월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영국에 이어 해상풍력 2위로 독일의 2015년 풍력 신규 설치 용량 중 해상풍력 비중은 38% 수준이었으며, 독일 경제기술부는 2025년까지 해상풍력 설비를 1만㎿ 규모로 확대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매년 700㎿의 해상풍력을 추가 설치하고 있다. 

 

독일 브레멘주에 위치한 항구도시인 브레머하펜은 조선업, 수산업 등 구조조정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침체되자 정부 차원에서 해상풍력 산업을 통해 부흥시킨 곳이다. 유휴 항만시설을 해상풍력발전에 활용해 4개 부두 중 3개를 해상풍력과 관련한 제품의 출하, 제작, 보관 등에 사용하면서 주변에 400여 개에 달하는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했다. 

 

울산시도 중장기적으로 울산항만 인근 육상과 해상을 중심으로 기술개발, 제작생산, 운영보수, 인력양성 등 해상풍력 전 주기를 아우르는 연관시설 집적화를 통해 부유식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실증연구센터, 실해역 테스트베드, 설치선 및 해양지원선 등 선단 구축, O&M 지원센터, 전문인력 양성기관 등이 계획돼 있다.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이 해상풍력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초기 타당성 조사를 비롯해 단지설계·건설·유지보수 등 해상풍력사업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영국은 풍력 터빈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에 있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의 부품과 서비스 공급망 등을 함께 성장시켰다. 여기에 정책자금 지원도 경쟁력을 높이는 한 축이 됐다. 해상풍력 개발계획 단계부터 인허가·금융·건설·운영에 이르는 분야별 전문성은 프로젝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요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상풍력 개발 시 꼼꼼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GIG는 울산시에서 계획 중인 국내 최초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할 4개 민간투자사 중 하나로, 지난 1월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영국정부에 의해 세계 최초로 설립된 녹색투자은행을 전신으로 하는 GIG는 영국이 현재 해상풍력시장의 강자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녹색투자 및 개발 전문 기업이며, 재생에너지 사업의 발굴, 개발, 투자, 건설 및 운영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노하우와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350여 명의 재생에너지 전문 인력이 있으며, 29조8000억 원 규모의 그린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해 왔고 8GW 이상의 재생에너지 개발에 참여했다. 이 중 해상풍력 사업은 전 세계 15개 프로젝트에 총 생산규모 4.5GW에 달한다. 

 

GIG는 최근에 2조 원 규모의 에너지인프라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신재생에너지전문펀드인 (주)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과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국내 기업 및 울산지역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검토 중에 있다. GIG는 최근 한국해양대학교, 국내 설치업체와 협업해 울산 앞바다에서 풍황 자료 측정을 위한 부유식 라이다 설치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특히 GIG의 경우, 기술 이전, 현지 업계와 관련 경험 및 지식 공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유럽과 대만 등에서 축적한 해상풍력 사업 노하우와 경험을 한국 기업 및 유관 기관과 공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투자 중인 기업은 GIG 외에 세계 최대 석유·가스 기업인 에퀴노르와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 덴마크의 CIP, 스페인의 EDPR 등이 있다. 모두 해상풍력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실적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들이 울산에 주목하는 이유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가 현재 세계 최초 상업용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인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프로젝트'의 30배가 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이 함께해야 성공한다

 

2011년 산업부가 ‘서남해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추진한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주민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 심화, 인허가 및 경제성 문제 등이 발생해 거의 6년 가까이 지연됐다. 고창과 부안에 걸쳐 있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60㎿ 규모로, 당초 2014년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오는 11월로 사업 기간이 미뤄졌다. 시범단지와 확산단지는 주민 반대로 사업이 잠정 보류된 상태다. 

 

울산시는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성공적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12월에 ‘부유식 해상풍력 시민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지역주민들은 활발한 의견을 개진하고 풍력발전기 설치로 수심 깊은 곳에 사는 어종이나 관련 어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조사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밖에 투명한 정보공개와 어업권 보장, 주민 수용성 등의 문제가 제기됐고 어민들과 원활한 소통 등이 요구됐다. 유럽의 경우, 해상에 설치된 구조물이 인공어초의 역할을 해 오히려 어획량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 해양 생태 환경에 맞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주민 수용성을 위해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인 어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며 해결 방안을 찾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GIG는 해상풍력 단지 조성에 있어서 ‘주민 수용성’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면서 유럽에서 진행했던 사례를 토대로 주민/시민 참여형 사업을 제안하거나,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기금을 투입하는 등의 방안으로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GIG는 울산대학교와 협력을 통해 인턴십 및 장학금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인턴십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의 기회를 제공, 선발된 자원들에게 전문 교육 및 직무 수행을 통해 해상풍력 개발, 시공, 운영 전문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주민 수용성 높이는 국내외 사례

 

유럽의 해상 강국들도 해상풍력단지 건설의 성공 요인으로 주민 수용성을 꼽는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계획입지제도 시행, 계통 연계공사 최소화, 지역 경제와 적극적 협력, 주민 및 지자체와의 이익 공유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한다. 덴마크의 미델그룬덴 해상풍력 발전단지 개발 프로젝트는 코펜하겐시 전력량의 약 3%를 담당하는 해상풍력 건설사업이었다. 1996년부터 설계와 기획에 들어가 2000년에 완공됐다. 이 사업은 경관 훼손과 환경파괴, 소음문제, 어로활동 제약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주민의 주식 보유로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덴마크 미델그룬덴 발전단지는 사업 지분의 90%를 주민과 지역단체 등에서 소유하고 있다. 적극적인 소통 노력과 배당 등 이익 공유 제도로 수용성을 높인 것이다. 

 

주민 수용성을 위한 기금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에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인 영국의 월니 익스텐션(Walney Extension / 659㎿)은 덴마크의 에르스테드와 덴마크 연금펀드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에르스테드는 월니 익스텐션 풍력발전 프로젝트의 수명기간인 25년간 매년 60만 파운드(한화 약 9억 원)씩 총 1500만 파운드(한화 약 227억 원)의 커뮤니티 기금을 운영하게 된다. 이 기금은 어업진흥이나 환경, 기술교육 등에 활용된다. 

 

제주도는 아예 주민들이 직접 발전기를 자체 운영해 수익을 공유한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는 ‘신재생에너지 특성화 마을’이다. 동복리에 있는 16기의 풍력발전기 중 1기를 마을 주민 807명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15기는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한다. 마을에 광역 쓰레기매립장을 유치하는 대가로 제주시가 지원한 예산 중 48억 원을 투자해 2015년 8월부터 발전기를 가동했다. 2㎿ 용량의 발전기에서 연간 약 4억 원의 순수익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에 전기를 판매하는 대금과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적용대상인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팔아서 얻는 수입이다. 

 

그 밖에 해상풍력 대규모 단지사업에 지역기업이 조합 형태로 참여하거나 지역 여건을 고려한 해상풍력 단지 선정으로 주민수용성을 제고하기도 한다. 풍력 부품 생산지 인근을 사업지로 선정해 현지기업과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송전망 운영자가 재생에너지 발전허가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효율적인 계통연계를 구성, 유휴 전력망을 활용함으로써 육상 송변전 설비의 신규 건설을 최소화해 주민 불편함을 줄이고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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