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수출한 야생동물 ‘다람쥐’

문화 /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2020-06-25 11:04:56
울산의 야생동물

 

▲ 다람쥐의 전신 모습(강원도 점봉산자락, 2007년 8월)

사람들은 대개 ‘쥐’를 싫어한다. 다람쥐는 쥐와 사촌 관계지만 앙증맞은 모습과 귀여운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귀여움이 화근이 돼 1962년부터 1980년대까지 애완용으로 외화벌이를 위해 한 해 수십만 마리가 외국으로 수출됐다. 


3공화국 시절, 정부는 빈곤 타개와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한 외화벌이가 절실했다. 당시 야생동물 자원관리를 담당했던 농림부 산하 산림청은 강원도에서 생포한 다람쥐 655마리를 한 마리당 미화 1불씩 받고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했다. 다람쥐는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다람쥐를 처음 본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산림청은 외화벌이를 위해서 다람쥐를 대량으로 생포해 해외에 수출하는 계획을 만들어 실행했다. 특히 강원도지역이 다람쥐 생포 주 무대였다. 화전민이 대부분인 산촌 주민들은 예부터 식량이 부족한 긴 겨울 동안 생존하기 위해 다람쥐가 겨울잠을 자는 흙 굴을 파서 다람쥐가 모아놓은 도토리와 밤 등을 빼앗아 먹고 겨울 기아를 이겨냈다는, 지금은 믿기 어려운 말이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당시 궁핍한 생활을 하던 강원도 산촌 주민들은 돈도 벌고 식량도 구할 수 있는 다람쥐 생포를 환영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참여했다고 한다. 1970년에는 30만 마리가 수출됐다. 남획이 문제가 되자 1971년 산림청은 다람쥐 수출을 10만 마리로 제한하고 수출용 포획만 허용했다. 그러자 다람쥐 증식을 위한 사육이 붐을 이뤘고 다람쥐 수출은 1980년대까지 이어져 1991년이 돼서야 산림청은 다람쥐 포획을 전면 금지했다.

 

 

▲ 앞발과 뒷발을 이용해 가려운 곳을 긁는 귀여운 모습(강원도 점봉산 기슭, 2007년 8월)

해외로 팔려나간 다람쥐는 현지에서 탈출과 방생을 통해 야생 정착에 성공했다. 유럽의 경우 22개 지역에 다람쥐 야생 집단이 정착해 거주하고 있다. 프랑스가 절반에 해당하는 11개 지역으로 가장 많고,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국가의 도시공원과 도시 근교 숲에서 흔하게 관찰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웃 국가 일본의 홋카이도 삿포로시 공원에도 한국 다람쥐가 살고 있다. 이 역시 수출된 다람쥐를 키우던 일본인이 풀어놓은 다람쥐가 정착한 것이다. 

 

▲ 다람쥐의 전 세계 분포 그림(Mori 외 2018년 논문에서 인용)


처음에는 다람쥐의 귀여움에 반해 그리고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낮은 시기에 생긴 일이지만 유럽에서는 다람쥐에 의한 ‘라임병’이 알려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다람쥐는 유럽연합체에서 세계 100대 외래 침입 야생동물 종으로 지정돼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 해발 2700미터 백두산 천지 호수 초원에 살고 있는 다람쥐(2001년 6월)


야생동물은 자연에서 야생상태로 생존하고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야생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 19’등 비위생적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잘못된 식습관과 신체적 접촉에 의한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다람쥐 수출에 의해 프랑스에서 라임병이 발생한 교훈을 우리는 심각하게 반성하고 두 번 다시 지난 과오를 재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국제적 멸종위기에 처한 전 세계 각지의 야생동물들과 희귀 야생동물이 국내 애완동물 사육 붐을 타고 한 해 수백만 마리가 반입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죽거나 일부는 자연에 버려지고 있다. 

 

▲ 다람쥐의 알비뇨 개체(지리산, 2002년 10월 하정욱 촬영)


<필자 주> 라임병은 사슴과 같은 우제류와 설치류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 보렐리아라는 바이러스가 여러 기관에 침투해 심각한 장애를 주는 감염성 질환으로 처음에는 미국 북동부지역의 풍토병으로 알려졌다. ‘제2의 에이즈’로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강원도 화천에서 참진드기에 물린 여성 등산객이 국내 첫 라임병 환자로 보고된 이후 드물게 강원도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다람쥐 신상 명세>


● 국명: 다람쥐
● 분류: 설치목 청설모과
● 영명: Siberian chipmunk
● 학명: Tamias sibiricus (Laxmann, 1769)
● 서식 지역 환경: 도시공원, 해안 초원, 저지대에서 고지대 산지 산림
● 크기: 머리와 몸길이 124~165mm. 꼬리 길이 105~130mm. 뒷발길이 35~38mm. 귀 길이 14.0~17.5mm. 몸무게 68~100g
● 형태: 소형으로 네 발과 귀는 비교적 짧고, 꼬리는 편평하다. 입안에 큰 볼주머니가 있어, 한 번에 도토리 등의 종자를 열 개 이상 가득 저장해 운반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등에는 5개의 검은색의 줄무늬가 있고, 검은색의 줄 사이에는 크림색의 줄이 있다. 배면은 희다. 머리는 전체적으로 가늘고 길다.
● 생태: 해안에서 고지대에 이르는 초원, 교목림, 관목림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다. 산림지역의 키가 큰 나무가 밀집해 자라는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적고, 노출된 환경에 많다. 나무 위에서도 활동하지만 주로 땅 위와 숲의 낮은 부위에서 활동한다. 주간에 활동하는 주행성으로 수목이나 초본의 종자류, 꽃, 곤충류, 육상 패류 등을 채식한다. 나무 구멍도 이용하지만 동면과 번식은 땅속에 파 놓은 굴에서 행한다. 봄부터 가을에 걸쳐 연 1회(2회 번식한다는 보고도 있음) 출산하고 약 30일간의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번에 3∼7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겨울철 동면을 위해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이 있으며 동면은 단독으로 행한다. 수명은 사육상태에서는 최장 9년, 야외에서 수컷은 5년, 암컷은 6년의 관찰 기록이 있다. 야생에서 다람쥐를 포식하는 동물에는 여우, 족제비, 무산쇠족제비, 담비, 삵과 구렁이, 참매 같은 맹금류가 있다.
국제적 분포: 중앙아시아~동북아시아. 유럽과 일본(북해도)는 한국에서 수입돼 야생화 정착
● 국내 분포: 전국 내륙 및 인접 도서(제주도는 육지에서 유입)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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