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의사들이 사는 세상으로 들어가다

문화 / 배문석 / 2020-04-02 11:05:03
TV비평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

‘응답하라’ 시리즈는 잠시 쉬어가고 이제는 ‘슬기로운’ 시리즈다. KBS에서 예능PD로 자리 잡은 뒤 tvN으로 방송국을 옮긴 후 드라마PD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원호가 신작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다섯 명의 의사가 등장한다. 역시 예능으로 시작한 이우정 작가는 앞선 작품들과 달리 단독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이 이번엔 어떻게 슬기로운 결과를 얻어 낼 것인가. 

 

전작은 ‘감빵생활’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로 잘나가던 주인공이 범법자로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과 죄수, 교도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슬기’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잃어버린 성공으로 되돌아가는 욕망 대신 평범한 삶을 꿈꾸는 행복의 가치를 넣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성공보다 일상 속 행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감빵’ 대신 병원이란 공간이 다를 뿐. 그리고 스타에서 추락해 범죄인이 된 주인공 대신 병원을 물려받을 수 있던 황금수저 안정원(유연석)이 절친한 동기 5명과 의술을 펼치는 좋은 소아과 의사를 꿈꾼다는 것도 다르긴 하다. 그의 친구들은 간담췌외과 이익준(조정석), 흉부외과 김준완(정경호), 산부인과 양석형(김대명), 신경외과 채송화(전미도)로 모두 1999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20년을 알아왔기에 서로 눈만 봐도 상태를 알 수 있다. 다른 전공, 다른 성격과 배경을 지녔지만 채송화를 중심으로 4명은 애정과 우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리고 모두 좋은 의사라는 기본 품성을 지녔다. 의학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출세를 위해 권력과 결탁하는 나쁜 의사는 이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체 12개의 에피소드 중 이제 4분의 1이 공개됐는데 각 회마다 한 명의 인물을 중심에 놓고 소개하면서 주변 동료들과 다양한 환자들, 병원 내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그렸다. 등장인물은 적지 않다. 웬만한 의학 드라마에 뒤지지 않는 스케일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형적이지 않다. 


수술방에서 피가 튀기는 이상으로 병원장을 정점으로 치열한 권력다툼을 봐왔던 시청자들에겐 많이 낯설 수 있다. 자극적인 성공보다 일상 속 소소함이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마치 보증수표라도 단 것처럼 전작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더구나 계획에 포함 안됐던 코로나19 상황까지 이 드라마에 긍정효과를 부여해준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그리워하던 시청자들이 빠져들 만한 유사한 구조도 한 몫 한다. 제작진의 의도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벌써 한 명의 여주인공 주변의 네 남친 의사들 중 누가 짝일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응답하라’의 중요한 재미요소였던 ‘남편 찾기’의 재현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마저 다 깨는 기발한 변주가 있을지 모른다. 

 


드라마로 PD와 작가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제작진이다. 늘 시청자의 예상을 깨는 것에 골똘했고, 그런 밀고 당김이 관심을 더 크게 일으켰다. 매번 엘리트와 천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데도 위화감을 주지 않고 우리 이웃처럼 느끼게 만든 것도 미덕이다. 그래서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했지만, 앞으로 의사들이 사는 세상에서 발견할 슬기로움이 얼마나 될지 더 궁금해진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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