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선 달라지면 장애인도 잘 살아갈 수 있어요

교육 / 박선경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장 / 2020-06-25 11:15:59
학부모 칼럼

태명을 ‘건강’이라고 지을 만큼 뱃속에서부터 건강했던 아이. 남편과 저는 민혁이가 저희에게 와준 것이 축복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잠시 뿐이었습니다.


아이는 갑자기 잘 먹지도 않고 힘없이 처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숨이 넘어갈 정도로 심하게 울며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 조금 넘은 민혁이는 원인도 모른 채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들어갔고 중환자실에서 심하게 경기를 했습니다. 곧바로 여러 가지 검사를 했고 원인 불명의 뇌수종, 뇌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응급으로 뇌수술을 받았고 두 달 정도 중환자실과 일반실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퇴원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첫돌이 지나도 민혁이는 뒤집기는커녕 옹알이도 하지 못 했고 눈 맞춤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그냥 바라만 볼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유명하다는 소아재활병원들을 옮겨 다니며 재활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울산에, 저와 아이는 서울과 경기, 대전에 있는 소아재활병원에 입원하며 몇 년을 집중 치료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아이와 긴 병원생활에 저희 부부는 지쳐갔고 가정도 돌봐야 했기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막상 집으로 돌아오니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혁이는 숨 쉬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최중증 중복 장애 아이입니다. 재활치료를 하는 이유는 더 좋아지기 위함도 있지만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치료할 곳을 알아보니 소아재활을 하는 병원이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기가 너무 길거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 이용함에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큰 도시에 아이들이 재활치료 받을 만한 병원이 한두 곳 밖에 없다는 것에 너무 속상했습니다. 사설 센터는 많았지만 금액도 부담됐고 정작 운동재활 하는 곳이 거의 없어 동구에서 북구까지 먼 길을 다녀야 했습니다. 


입원 치료를 받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장애인들을 무조건 불쌍하게 바라보며 수근거리는 시선들… 사람들이 지나가며 하는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고 도망가듯 그 자리를 피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학교 갈 나이가 됐을 때 학교에 보내 것이 맞는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한 번도 남의 손에 맡겨본 적 없던 아이고, 엄마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학교에 보내면 방치되는 건 아닌지, 밥 먹이는 것도 힘든데 잘 먹을 수 있을지 등등 이런저런 염려에 학교를 보내는 게 맞는지 고민과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민혁이가 원하는 건 뭘까?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진 않을까? 많은 고민을 하고 주위에 선배님들의 조언도 구하고… 


그렇게 민혁이를 학교에 보내게 됐습니다. 학교가 꽤 멀리 있어서 스쿨버스를 아침 일찍 타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민혁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더 건강해지고 감정표현도 많이 늘었습니다. 지금 민혁이는 주 3일만 학교에 출석하고 이틀은 재활치료를 다니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질 것 같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 저희 가족은 비교적 평범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민혁이가 성인이 되면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기고 시련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만 달라진다면 장애인도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장애인과 조금 다를 뿐 장애인도 함께 살아갈 친구이자 동료로 봐주면 좋겠습니다.


박선경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장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구독신청

오늘의 울산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