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멸종으로 치닫고 있는가?

오피니언 / 조종오 독자 / 2020-07-02 11:32:58
독자 투고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 50억 년 전 뜨거운 핵반응의 불길 속에서 태양계 탄생, 46억 년 전 태양계를 떠돌던 가스와 먼지들의 이합집산으로 지구 생성, 38억 년 전 최초의 생명체 바다에서 탄생, 2억 년 전 최초의 포유류 출현, 500만 년 전 걸어 다니는 원숭이 출현,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등장, 5천 년 전 문자 발명.


그 사이 지구상에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인 4억4500만 년 전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하고 곳곳에 화산이 폭발했으며 86%의 생명이 멸종했다. 고생대 데본기 후기인 3억7000만 년 전 운석이 충돌해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하고 75%의 생명이 멸종했다. 고생대 페름기 말인 2억5200만 년 전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고 곳곳에 화산이 폭발했으며 극심한 온난화가 닥쳐오면서 96%의 생명이 멸종했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인 2억100만 년 전 지구 곳곳에 대규모 화산이 폭발하고 대륙들이 사막화되면서 80%의 생명이 멸종했다. 중생대 백악기 말인 6600만 년 전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76%의 생명이 멸종했으며 1억5000만 년 이상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도 이 때 멸종했다.


이제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다. 7만5000년 전, 수마트라섬의 토바 화산 폭발 때는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으로 전 세계 인구가 겨우 천 명밖에 남지 않을 정도의 멸종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인간들은 극적으로 살아남아 오늘날 약 80억 명에 이를 정도로 번성하며 지구의 지배자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얼마나 갈까? 3억 년의 역사를 가진 고생대의 삼엽충이나 1억5000만 년의 역사를 가진 중생대의 공룡은 고사하고 고작 600만 년도 채우지 못하고 잠시 반짝하다가 다른 수많은 생명체들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영영 사라지지 않을까?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온난화는 마치 ‘브레이크 없는 벤츠’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동기능을 상실한 채 격렬하게 내달리고 있으며, 땅과 바다, 하늘과 바람, 햇빛과 물을 통해서 자라는 동식물들은 단기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간들의 먹이로 전락한 지 오래고, 금, 은, 철, 석탄, 석유, 텅스텐, 구리, 알루미늄, 티타늄, 각종 암석 등 온갖 광물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생존을 위한 도구로 이용돼오다가 이제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과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숲들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파헤쳐지고 그 자리엔 파인애플 농장과 공장과 도시와 댐이 건설되고 있다.


좀 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잘 입고, 잘 놀고, 잘 다니고, 잘 누리고, 잘 즐기고… 한 마디로 잘 살고 싶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오로지 이윤의 극대화만 추구하는 ‘자본주의’라는 괴물을 만들어 지구상의 모든 자원을 불가사리처럼 마구 먹어 치우고 있다.


미래는 필요 없다. 후손도 소용없다. 오로지 풍족하고 편리하며 흥청망청 신나게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풍부한 재물과 화려한 옷과 번쩍번쩍한 자동차와 혀끝에서 살살 녹는 요리와 향기로운 술과 광란의 리듬과 우뚝 솟은 마천루와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지구별의 눈부신 경치마저도 그렇게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


한시가 급하다. 지구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과학자들은 이미 그 마지노선을 지나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말한다. 스웨덴의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피를 토하는 간절한 절규 “제발 우리의 미래를 파괴하지 마세요.” “세상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지 마세요.” “우리들이 죽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지구를 살려주세요.” “제발 멈추세요.” “STOP!, STOP!!, STOP!!!” 목이 쉬도록 소리쳐도, 그 외침은 트럼프들의 외면과 비웃음 속에 공중으로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지구온난화는 현실이다. 요즘은 눈도 거의 안 온다, 우리 어릴 적 그렇게 자주 오던 눈이. 정확히 20년 전만 해도 4월 중순까지 교실 안에 난롯불을 피웠다. 꽃샘추위가 오면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기 때문에 4월 말이나 돼야 난로를 철거했다. 4월 초인데도 남부지방에 큰 눈이 온 적이 있다. 양지바른 길 모서리에 일찍 핀 목련은 반드시 봄의 된서리를 맞곤 했는데 이젠 그런 일도 없다. 겨우 10~20년밖에 안 됐는데 마치 아주 오랜 옛날에 있었던 일만 같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먼 과거 같다.


호주의 산불로 캥거루와 코알라 등 수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타죽은 게 얼마 전이다. 스웨덴에서는 몇 백 년만의 고온으로 산불이 꺼지지 않아 공군 전투기에서 폭탄을 투하해 겨우 진압했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하는 허리케인의 위력은 해마다 더 강력해지고, 동남아의 태풍과 홍수의 규모는 갈수록 커져 몇 백만 가옥과 사람을 집어삼키며, 아프리카의 식수는 점점 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온 수만 톤, 아니 수십만 톤의 방사능 오염수는 지금도 태평양의 해류를 타고 세계 곳곳의 바다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이 물질들이 일으킬 폐해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강과 바다의 어획량은 급감하고 사막의 넓이는 갈수록 넓어지며 여름은 해가 갈수록 더워지고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는 하루하루 짙어진다. 지금도 생명들은 계속 멸종하고 질병의 종류는 해마다 늘어난다. 신종 바이러스의 침투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급기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6.25 전쟁 때를 빼고는 최초로 개학이 다섯 번이나 연기됐다가 6월 8일에야 겨우 등교할 수 있었다. 


마침내 세계보건기구인 WTO에서조차 ‘팬데믹(감염병 세계유행)’을 선언할 지경이 됐다. 분명 이 한 번으로 끝날 리는 없을 테니,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얼마나 일어날까? 모두가 인간의 탐욕이 부른 환경 파괴와 관련이 있다.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를 급격히 잠식함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잦아지고 동물 속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투하면서 이중 일부가 변이를 일으켜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누가 100세 인생을 말하나? 누가 150세 수명을 말하나? 물론 과거에 비go 인간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한때 인간의 평균 수명은 40을 넘지 못했고 지금도 아프리카 어떤 부족의 평균 수명은 37세에 불과하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무지막지한 사용으로 인한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배출과 이로 인한 기온의 급격한 상승,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과거에는 인구 10억이 증가하는데 130년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10년이 채 안 걸린다. 앞으로 20년 안에 100억 명을 넘길 기세다), 자연환경의 막개발로 인한 산림 훼손, 농약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토양 오염, 석유를 이용한 자동차, 비행기, 공장 가동, 가정 난방, 회사 관공서 각종 건물이나 사무실의 전기와 냉난방으로 인한 공기 오염, 매일 넘쳐나는 쓰레기, 급격히 늘어나는 사막, 사람과 가축이 먹고 농사지을 물의 부족… 이 모든 문제들은 인간의 수명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각국의 정치가들과 과학자들과 공무원들과 국민들이 협력하고 노력해서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문제다. 인류는 이제 삶이냐 죽음이냐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나와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대통령과 국민, 흑인과 백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만의 문제도 아니다. 현재 이 시점에 지구상에 발 딛고 사는 모든 인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우리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사느냐 죽느냐 멸종이냐 번영이냐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판가름하는 갈림길에 섰다. 지금의 선택이 우리와 후손들의 미래를 결정한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한다고들 말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이 환경과 생태의 위기는 너무도 절박하다.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후에야 비로소 ‘장밋빛 100세 인생’을 이야기하고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사무자동화, 로봇, 레이저, 인공위성, 우주개발을 꿈꿀 수 있지 않겠나?


우리 인류는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이 땅에 잠깐 왔다 사라진 무수한 그들처럼 멸종하고 말 것인가? 이 초롱초롱 맑게 빛나는 우리 아이들은 어찌하라고? 이 아름답고 멋진 생명으로 가득한 푸른 별은 어찌하라고? 이 빛나는 태양과 눈부신 하늘과 화사한 꽃과 싱그런 풀과 잎이 무성한 나무와 맑은 강물과 끝없이 펼쳐진 저 푸른 바다와 저 산의 다람쥐와 토끼와 노루와 참새와 풍뎅이와 개미와 나비와 벌과 열매와 흙과 돌과 바위와 산과 계곡과 넓은 들, 곡식과 채소, 산꼭대기에 걸려있는 구름과 눈과 빙하, 시원한 바람과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과… 이 사랑스러운 모든 소중한 것들은 어떡하라고?


눈물이 난다.


조종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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