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에서 절멸 직전인 야생동물 ‘크낙새’

문화 /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2020-04-02 12:02:14
울산의 야생동물

▲ 경기도 광릉 크낙새와 번식 둥지(1970년대). 문화재청 제공


■ 북한명: 클락새
■ 영명: White-bellied Black Woodpecker
■ 학명: Dryocopus javensis richardsi Tristram
■ 보호현황: 천연기념물 제197호(1968년 5월 30일 지정
)

수목이 울창한 천연 숲에서 갑자기 고요함을 깨고 “크아악-크악(클락-클락)”하고 큰 소리로 운다고 해 ‘크낙새(북한명 클락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딱따구리과에 속하며 몸길이가 46c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딱따구리다. 몸 전체가 새까만 ‘까막딱따구리(천연기념물 제198호)’와는 크기와 형태가 매우 비슷하지만 크낙새는 배 부분이 하얗다. 


수컷은 머리 정수리에 진홍색 반점 문양을 띄고 있다. 일부일처로 짝을 이루면 평생을 같이 보낸다. 알은 보통 두세 개 낳고 암수가 교대로 품는다. 먹이는 나무속에 기생하는 곤충(특히 갑충)의 유충이다. 긴 부리로 나무를 쪼아 판 다음 벌레가 숨어있는 구멍 속에 끈끈한 점액을 분비하는 긴 혀를 밀어 넣은 후 혀에 붙여 구멍 밖으로 끄집어내 먹는다. 크낙새는 까막딱따구리와 생태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다. 알과 어린 새는 구렁이에게, 성조는 담비와 참매 등 육식성 동물에게 포식된다. 

 

▲ 북한 황해북도 평산군 크낙새와 번식 둥지(1990년대). 정종렬 제공


20세기 초까지는 일본 대마도에서 우리나라 중부지역에 걸쳐 있는 낙엽활엽수림과 침엽활엽수림대의 큰 나무가 우거지고 비교적 어두운 산림지대에서 서식하는 새였지만 일본 대마도에서는 1920년 마지막으로 목격돼 사라졌고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과 산림의 황폐화로 급격히 그 자취를 감춰 1990년대 남한에서도 사라졌다. 현재는 북한의 황해도 평산군, 인산군, 평천군 등 일부 지역에만 제한 분포하고 생존 개체 수도 겨우 열 마리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희귀해졌다. 1945년 이전에는 황해도 평산, 금강산 송림사, 개성 송악산, 경기도 광릉, 수원, 양평, 군포, 충청남도 천안 및 부산에서 포획된 기록이 있다. 그 뒤로 경기도 금곡, 설악산에서 포획됐거나 목격된 사례가 있다. 

 

▲ 경기도 광릉 수컷 크낙새(1970년대). 문화재청 제공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오랫동안 경기도 광릉에서 번식했으나 1990년대 들어 목격 횟수가 매우 드물다. 현재 남한에서는 절멸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북한에서는 크낙새가 평화의 안식처를 찾아 월북했고 매우 잘살고 있다는 과학 영상물을 만들어 내부 홍보에 이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에서는 크낙새가 발견되면 즉시 발견 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 경기도 광릉 암컷 크낙새(1970년대). 문화재청 제공


크낙새는 천연산림의 건강성과 우수한 자연성을 상징하는 환경지표생물이다. 크낙새가 서식하는 숲은 최소한 수십 년 이상 잘 보존된 건강한 숲으로 생태계가 안정돼 있어야만 한다. 남한 최후의 서식지 광릉 숲에서 크낙새가 사라진 이유는 삼림 자체의 자연적 변화보다는 인간들의 영향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숲이 제공하는 생태적 서비스 기능(생태관광, 삼림욕 등)의 수용한계를 초월한 수많은 인간의 간섭과 이용 그리고 성숙하지 못한 관광문화와 주변 난개발, 차량 매연으로 광릉의 숲은 그 기능뿐만 아니라 숲 자체가 죽어가고 있다. 즉, 수백 년에 걸쳐 아무리 잘 보존되고 관리돼 온 숲도 한순간 인간의 무리한 욕심에 의해 그 자연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을 광릉 숲은 자신의 병들어 가고 있는 생생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 북한 황해북도 평산군 크낙새 서식지(1990년대). 정종렬 제공


2018년 필자를 포함한 남북한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크낙새를 증식해 남한에 복원하는 ‘남북한 천연기념물 크낙새 증식복원 공동사업’ 협약을 체결했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영향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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