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에 대하여

오피니언 / 김민찬 변호사 / 2019-11-13 14:08:33
생활 법률

최근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인터넷상의 악플로 고통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일로 한 대형 포털사이트는 연예 기사란의 댓글 기능을 잠정 폐지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시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켜달라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4년 ‘공직선거법’상 선거기간 중 주민등록번호로 실명을 확인한 사람만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일일방문자수 20만 이상’의 포털사이트 모든 게시판에 주민등록번호로 실명이 확인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법이 2007년에 만들어졌다. 이처럼 당시 인터넷 실명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가 어디인가라는 고민 끝에 태동한 면이 컸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2년 “인터넷상 본인확인제는 게시판 이용자가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함에 있어 본인 확인을 위해 자신의 정보를 게시판 운영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중 게시판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면서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다(2010헌마47등). 당시 기존 인터넷 실명제가 반대 정치세력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면이 있다는 점과 인터넷 실명제 도입 후에 악플이 줄어들었다는 실증적 자료가 전혀 뒷받침되지 못한 점 및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 등의 직접적 규제보다는 사회문화적 의식개혁을 통한 자정정화 노력을 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다. 사실 인터넷 실명제는 모호한 면이 있다. 인터넷상에 사용자의 실제 이름이 사용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 외에도 개인정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악플의 개념도 주관적이다. 어떤 댓글이 악플인지 아닌지는 사법기관의 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재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인터넷 실명제는 사라졌으나, 이제 설리 사건을 계기로 다시 ‘악플방지법(준실명제)’라는 이름으로 관련 법제화 운동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댓글 아이디의 풀네임 및 IP주소를 공개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표시 의무를 부과해, 각 포털별로 다르게 이뤄지던 아이디 공개 정책을 통일했다. 또 다른 개정안은 혐오·차별적인 악성 댓글 등을 불법정보에 포함해,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그것을 본 누구라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2018년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건수는 1만5926건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올해는 더하다. 이제 악플은 연예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포털 자정정화 기능을 높이고, 사회인식이 같이 바뀌어야 한다. 인터넷 직접 실명제나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언론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소지가 높다.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계 기업에게는 인터넷 직접 실명제를 공평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오히려 경찰과 정보기관의 인력과 자원을 늘려 IP 추적 등 댓글범죄의 ‘신속한 사후’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혐오표현에 대해 ‘누구’에게나 삭제요구권을 부여하는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민사상 손해배상 인용액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표현의 자유는 무한한 것이 아니고 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제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언행은 나부터 스스로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자유는 남의 자유가 시작하는 곳에서 멈추는 것이니 말이다.

 

김민찬 변호사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