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안 그러는데 노인세대 장애인 인식 여전”

기획/특집 / 김선유 기자 / 2020-09-16 15:28:45
장애인 이동권 기획취재, 중증장애인 1박2일 장거리 여행기

지난해 10월 창덕궁에서. 휠체어에 앉은 이가 김정선 장애인 인권강사다.


전동휠체어 타고 기차, 지하철로 1박2일 서울 여행기 - 김정선 장애인 인권강사

 

지난해 10월 다른 중증장애인 한 명과 동행자 두 명 등 총 넷이서 서울로 여행을 떠났다. 전날 사전예약했던 부르미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KTX역으로 향했다. 서울로 가는 길은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했지만 기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함께하기로 한 동료가 전에 제주도에 갈 때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비행기는 전동휠체어에 탄 상태로 탑승할 수 없고 사람과 따로 전동휠체어는 화물칸에 실어야 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전동휠체어는 파손돼 있었다고 얘기해줬다.
부르미콜택시를 이용해 KTX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KTX 탑승 전 전자동리프트를 신청했다. 예전에 KTX열차를 이용했을 때는 리프트 신청에 오류가 생겨 탑승이 지체된 적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탑승에서는 사전에 미리 리프트 신청을 해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았다.
전자동리프트를 이용해 안전하게 KTX에 올라탈 수 있었다. KTX열차를 비롯해 우리나라 모든 열차에서 우리 같은 중증장애인들은 화장실 이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서울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화장실 이용을 포기하고 참았다.
서울역에 도착해 급하게 화장실부터 들렸다. 화장실을 이용한 뒤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가게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아까워 서울역 안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했다. 서울지역 장애인콜택시를 신청하려 했으나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콜센터 직원의 말에 우리는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포기하고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여행이 초행길이어서 지하철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찾느라 한참을 돌아 다녀야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엘리베이터 위치를 물어 봤지만 평소에 이용하지 않는 비장애인들은 위치도 잘 알지 못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갑자기 엘리베이터로 뛰어 들어가는 노인 한 분과 실랑이를 벌이게 됐다. 한참 다툼이 이어지고나서 우리는 다툼을 멈추고 그 노인 분을 먼저 내려 보냈다. 그렇게 다시 기다리고 나서야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었다.
어렵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었고 역마다 달랐지만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열차와 스크린도어 간격이 넓은 곳도 있어서 틈새에 앞바퀴가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여행 첫 목적지인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시설도 좋았고 장애인들이 다니기 편하게 경사로 등 이동 편의시설이 잘 돼 있었다. 첫 목적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만족스럽고 즐거웠다.
두 번째 목적적인 롯데타워에 가기 위해 다시 지하철을 이용했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혼자만 타려고 하는 노인들과 항상 찾기 힘든 엘리베이터 위치 등 처음에 겪었던 어려움과 불편들을 데자뷰처럼 똑같이 겪어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롯데타워는 입장료 장애인 할인이 됐지만 그 금액도 비싸다고 느껴졌다. 함께한 동료는 전동휠체어가 오래돼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콘센트가 있는 곳이면 항상 충전을 해야 했다. 롯데타워는 1층에서 117층까지 1분 만에 올라갔지만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비장애인의 경우 계단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다. 117층에서 전망대까지 올라갈 때마다 층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다. 또한 장애인화장실을 찾기가 힘들어 일반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전망대 관람 후 롯데타워 지하상가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을 먹는 중에도 동료의 전동휠체어를 충전해야 했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동대문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30분 정도를 이동했다. 내가 사고 나기 전 동대문시장을 놀러 다녔던 경험이 있어 우리는 그 추억을 좇아 동대문시장으로 향했다. 20년이 지난 동대문시장은 크게 변함이 없었지만 전동휠체어를 타고 와보니 사람도 많았고 길도 좁아 불편했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우리는 주눅이 들었다. 동대문시장 구경을 급하게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다른 숙소들의 경우 턱이 있거나 문이 열려있지 않아 입장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번 숙소는 다행히 편의시설이 잘 돼 있어서 숙소 입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보통의 호텔이나 숙박시설의 경우 전동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화장실 사용은 거의 포기하는 편이다. 숙박시설에 장애인객실이 따로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다음날 아침을 먹으려고 밖을 나서려고 했으나 수많은 불편사항들이 떠오르고 가게 입장이 가능한 곳을 찾아야 했기에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식사 후 우리는 종묘와 창덕궁을 여행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이동했지만 곳곳을 다 갈 수는 없었다. 작은 문과 울퉁불퉁한 길, 흙길, 궁 안 계단 등으로 다른 사람들이 궁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행하고 있을 때 우리는 바깥에서 기다려야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하지만 식당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한 시간 넘게 해맨 후 어렵게 찾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항상 메뉴 선택에 제한이 많다. 식사 후 서울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지만 당시 지하철 파업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이동하는 데 불편이 가중됐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 교통약자들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도 어렵고 어렵게 찾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오더라도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주위에 물어봐도 대답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헤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어렵사리 서울역에 도착해 올 때와 마찬가지로 리프트를 신청했다. 사전예약으로 리프트 이용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울산KTX역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했고 식사 중에 울산 부르미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했다. 저녁식사 후 각자 예약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 여행에서 대부분 젊은 세대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그나마 개선돼 물어보는 질문에도 성실히 답해주고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노인세대의 장애인 인식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서울 또한 인도 폭이 좁고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한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많은 불편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꿈에 그리던 롯데타워 전망대에 올라 서울을 구경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루 빨리 교통약자 편의시설 등 이동권이 개선돼 많은 곳을 여행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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