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편찬위원회의 존재 이유

기획/특집 / 이종호 기자 / 2021-06-02 00:00:19
지역사에서 찾는 울산의 정체성

부산시사편찬위원회와 강원도사편찬위원회

2002년 <울산광역시사> 출간을 위해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가 한시 운영됐지만 시사 발간 뒤 해체됐다. 상설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에 견줘 울산의 지역사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사 연구는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필수다.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이 갖는 특징과 나아갈 방향, 정책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역사 자료를 발굴해 분석하고 정리해서 역사서를 편찬할 전문 연구기관이 없다면 지역의 정체성 찾기는 불가능하다. 202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60주년을 맞이하는 공업도시 울산의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울산에 상설 역사 전문 연구기관이 왜 필요한지, 지역사 연구가 지역 정체성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취재한다. <편집자 주>

1. 독립된 상설 지역사편찬원이 왜 필요한가
2. 지역사편찬위원회의 존재 이유
3. 지역박물관 따로 또 같이
4. 지역학연구센터와 지역사 연구
5.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복원과 상설화


“쉬운 역사서 많이 펴내야” 부산시사편찬위원회
 

1991년 <부산시사> 전 4권 완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항도부산>

부산시사편찬위원회는 1962년 조례가 제정되면서 운영을 시작했다. 편찬위는 그해 12월 <항도부산>을 창간하고 이듬해 <부산사료총서> 제1집(동래부사례)와 제2집(접대왜인사례)를 발간했다. 1964년 <부산사료총서> 제3집(동래부계록 상), 1965년 <부산약사> 발간에 이어 1974년 <부산시지(상)> 발간을 끝으로 편찬위는 활동을 중단한다. 1972년부터 시작된 부산시와 편찬위의 갈등 때문이었다. 

 

▲ 1991년 <부산시사> 전 4권이 완간됐다. 출처: 부산광역시

시사편찬위가 활동을 다시 시작한 건 1988년.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부산시사> 전 4권을 완간했다. 제1권은 자연환경과 통사, 2~4권은 행정, 경제, 도시계획, 사회, 인구, 교육, 문화예술, 종교와 민속, 인물 등을 다뤘다. 1969년 제7호 발간 후 펴내지 않던 <항도부산>도 1991년 제8호를 내면서 복간했다. 해마다 한 호씩 내던 <항도부산>은 2016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로 선정되면서 2017년부터 연 2회 발간하고 있다. 올해 학술지로 재인증됐고, 지난 2월 제41호가 발간됐다.


1994년 <부산사료총서> 제4집(동래부계록 하) 발간 뒤 해마다 한 권씩 부산역사 고문헌을 한글로 번역해 발간했다. ‘국역다대진공문일록’, ‘국역영남진지’, ‘국역내영정적’, ‘국역내영지’, ‘국역추호유고’에 이어 ‘국역왜인구청등록’ 5권과 ‘국역전객사별등록’ 4권을 발간했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역통신사등록’ 8권 등 <부산사료총서> 제27집까지 펴냈다. 올해부터 개항기 자료인 ‘조선사무서’ 국역에 들어간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부산지명총람> 8권과 총색인목록을 발간했고, 2006년 <자료로 본 부산 광복 60년>을 출간했다. ‘부산 뿌리 찾기’ 시리즈로 2001년 <부산학연구문헌목록집>과 2002년 <부산금석문>, 2005년 <부산의 당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의 자연마을> 6권을 펴냈다. 1910년 이전에 제작된 부산 지도들을 모은 <부산고지도>는 2008년 간행했다. 자치법규와 행정규칙, 기구표 등 시정 기초자료와 연표를 정리해 1992년부터 부정기로 발간한 <시사자료>는 2019년 7집까지 나왔고 2002년 4집부터 CD로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함께 ‘디지털부산역사문화대전’ 연구편찬 사업을 벌여 전자 백과사전을 구축하고 2015년 홈페이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사업엔 국·시비 약 40억6000만 원이 들어갔다.


동부산, 서부산, 중부내륙 문화권의 설화와 민요를 문헌자료 조사와 현장 구술채록으로 모아내는 <부산구술문화총서>는 2012년부터 해마다 한 권씩 발간해 지난해 제11권까지 펴냈다. 올해와 내년 중부산 문화권 민요 자료를 정리하면 총 13권으로 마무리된다. 2018년 <감전동 사람들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을 공동체의 생활사와 주민들의 생애사를 구술자료로 실은 ‘부산근현대구술자료집’도 지난해 <400년 자연마을의 근대화 풍경-임기마을 사람들 이야기>까지 7권이 나왔다. 

 

▲ 지난해 발간한 <부산역사산책>. 시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35개 주제로 풀어 썼다. 출처: 부산광역시


시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35개 주제로 풀어 쓴 <부산역사산책>과 원도심 문화유산 답사기를 모은 <원도심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서>를 지난해 발간했다. 부산시사편찬실 이연심 상임위원은 “홈페이지에서 피디에프 파일을 다운받는 횟수가 다른 자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방과후수업에 필요하다며 교사들로부터 책자를 구할 수 없느냐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면서 “연구자가 받쳐주고 예산이 확보된다면 시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삶을 녹여낼 수 있는 대중적인 역사서를 더 많이 발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해양도시 부산의 문화교류’와 ‘부산지역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영화도시 부산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온라인으로 열렸고, 11월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에서 ‘피란수도 부산과 부산사람들’을 주제로 피란수도 부산의 생활사를 재조명했다. 이연심 상임위원은 “지역사 연구를 위한 인프라가 없으면 학문은 쇠락할 수밖에 없다”며 “<항도부산>은 연구 실적을 인정받는 등재지로 연구자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부산학과 부산역사 연구의 대표 학술지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줌을 활용한 저자 토크 콘서트처럼 학술대회에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임기제 상임위원, 연구위원 전임


▲ 이연심 부산시 문화유산과 시사편찬 상임위원. ©이종호 기자


부산시사편찬위원회는 “부산지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살아있는 역사 지식을 연구자,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편찬위는 조례에 시사편찬 상임위원과 연구위원을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산시청 11층 시사편찬실에서 근무하는 상임위원과 연구위원은 5년 임기제로 부산시 문화유산과 문화유산정책팀 소속이다. 시정자료 조사를 주로 담당하는 기간제 직원도 함께 일한다. 이연심 시사편찬 상임위원은 2015년 연구위원으로 편찬실 업무를 시작해 2018년부터 상임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시사편찬위원회는 한 해 2~3회 전체 회의를 열고 편집분과위원회를 5~6회 진행한다. 편찬위는 발간 후 30년이 지난 <부산시사>를 20~30권짜리 주제사로 새로 편찬하는 사업을 기획 중이다. <한 권으로 읽는 부산역사>도 계획하고 있다. 


부산박물관, 부산근대역사관, 임시수도박물관, 정관박물관,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 조선통신사역사관, 임시수도기념관, 부산민주항쟁기념관 등 부산에 있는 다양한 역사박물관들의 전시, 교육 프로그램과 겹치지 않는 부산시사편찬위원회만의 시민 역사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고 유지해갈 것인지도 과제다. 이연심 상임위원은 “조선통신사, 임진왜란, 개항, 초량왜관, 한국전쟁 시기 피란민과 토착민의 상생 등에서 보듯이 부산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산역사 전 시기를 아울러 부산의 정체성을 얘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 강원도사 준비” 강원도사편찬위원회
 

▲ 2018년 <강원도사> 전 24권 완간 기념식. 출처: 강원도

 

1995년 4권짜리 <강원도사>가 발간됐다. 일제강점기 1940년 <강원도지>, 해방 후 1956년 <강원도지>, 1959년 <강원도지> 상권, 1975년 <강원총람> 등이 간행됐지만 조례를 제정해 강원도사편찬위원회를 꾸리고 체계를 갖춰 도사를 편찬한 건 1995년 <강원도사> 전 4권이 처음이다.


도사 편찬 뒤 수정·증보 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5년에 1940년간 <강원도지> 국역판을 발간하고, 2007년 강원도사편찬위원회를 정비한 뒤 이듬해 강원도사편찬실을 새로 열었다. 편찬위원회는 <강원도사> 수정·증보 작업에 본격 들어갔다. 처음엔 30권을 펴낼 계획이었지만 24권으로 줄였다. 민간에서 위촉한 상임위원과 편찬연구원이 <강원도사> 편찬 작업을 총괄하고 실무를 도맡았다. 


2018년 완간된 <강원도사> 1권부터 10권까지는 강원도의 자연·인문환경과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광복과 분단까지 시대사와 역사 인물을 담았다. 11~21권은 행정·의정, 경제·산업, 교통·통신, 건축, 관광, 사법·치안·소방, 사회복지, 문화·예술·체육, 교육·종교, 의병·독립운동, 전란 등 분류사를 다뤘다. 22~24권에는 마을·생업, 세시·신앙, 구전·예술 등 강원도의 민속을 실었다. 


24권의 <강원도사>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다양한 분야의 주제사를 다룬 <강원역사총서>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2019년 제1권(강원의 성곽과 봉수), 제2권(강원의 향촌사회제도와 조직), 지난해 제3권(강원의 고분문화), 제4권(강원의 효열문화)을 발간했고 올해는 제5권(강원의 누정문화)을 발간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한반도에서 유일한 남북 분단 도다. 도사편찬위는 남북 강원도의 역사적 통합과 동질성 회복을 위해 <북강원도사>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해 제1권(금강산권역)이 발간됐고, 올해 제2권(자연·인문환경)을 발간할 계획이다. <북강원도사>는 2024년까지 전 10권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원도사편찬위원회 위원은 모두 14명이다. 위원장은 당연직으로 경제부지사가, 부위원장 두 명은 당연직인 도 문화체육국장과 편찬위원 가운데 호선한 한 명이 맡고 있다. 행정조직에서는 도 문화유산과장과 문화유산과 담당 계장이 당연직으로 간사와 서기를 맡는다. 2018년까지 도사 편찬 실무를 총괄했던 상임위원은 지금은 공석이고, 문화유산과 문화유산정책팀 소속 담당 주무관이 강원도사편찬실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8년 <강원도사> 전 24권 완간까지 들어간 예산은 약 36억 원이었다. 올해 도사편찬에 편성된 예산은 약 1억5000만 원이다. 지난해 3억 원가량 편성됐던 예산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 김정현 강원도 문화유산과 강원도사편찬실 주무관. ©이종호 기자


김정현 강원도사편찬실 주무관은 “도사편찬실은 지역사 연구기관이라기보다 지역사 연구 진흥기관으로 연구 지원이나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지역사 연구는 별도의 연구기관이나 지역대학에서 담당해야 상생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역사 자료를 수집·정리·보존하고, 조사연구와 학술지 간행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도에서 출연해 지역사 연구를 전담할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지역사 연구는 지역문화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추적해 지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기초 작업”이라며 “지역 정체성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니고 지역의 뿌리인 역사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정리된 과거를 통해 반성하고 되새겨야만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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