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장보고 요리하는 것, 올바른 식생활문화의 시작입니다”

사람 / 이기암 기자 / 2020-06-24 18:33:36
▲ 조영화 식생활교육울산네트워크 교육팀장. 조영화 팀장은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 동기부여를 받은 아이들이 집에서 조금이라도 요리해보려는 모습이 피드백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조영화 식생활교육울산네트워크 교육팀장은 어린이 미각형성기, 즉 어릴 때부터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조영화 팀장은 아버지 고향이 울릉도고, 어머니 고향이 강원도 평창이었는데 방학 때만 되면 식문화가 독특한 곳에서 한 달 씩 지내다보니 먹거리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호텔조리를 전공하게 되고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한 후 강사 자리가 마련됐는데 그곳이 식생활교육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꿈이었고 관심 있었던 것을 주제로 수업을 하면 좋겠다고 시작하게 된 강사 생활. 벌써 10년째다. 주변에서 너무 쉽고 재밌게 가르쳐준다고 하니 뿌듯하고 그 어느 일보다 만족감 높은 일이라고 한다. 우리의 식생활교육과 문화, 얼마나 중요한지 조영화 팀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Q. 식생활교육네트워크에서 강사로 활동하는데, 식생활교육네트워크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린다.

식생활교육지원법(2009년 제정)에 근거해 제1차와 제2차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제1차는 ‘건강한 국민, 녹색 식문화’를 비전으로 식생활교육을 위한 정책기반 구축과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것이었다면 제2차는 ‘바른 식생활, 건강한 식문화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비전으로 가정·학교·지역에서 식생활교육의 전국적인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제3차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로 변화된 정책 환경과 식생활 여건 변화에 기초해 새로운 5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젠 사람 중심, 사회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서 지속적인 식생활 실천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Q. 올바른 식생활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원래 식품첨가물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가 강사가 된 케이스다. 그런데 공부를 더 깊이 있게 하다 보니 식생활이란 게 큰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생활 전반에 이것저것 다 얽혀있더라. 특히 먹거리는 단순히 내 건강과 가족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닌, 그 차원을 넘어서서 공동체 마인드로 바꿔나가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본다. 일단 로컬푸드부터 시작해서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이게 조리하는 대한민국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 맞벌이 시대, 워킹맘 시대가 돼버린 현대에는 점점 가정에서 조리하지 않는 비율이 늘어나는 게 식생활에서 큰 문제가 됐다. 집에서 조리하더라도 반조리식품이나 거의 조리돼 있는 것들을 먹는 정도다. 이는 결코 좋은 식생활 습관이라 볼 수 없고 또 조리하지 않으면 전통시장부터 차례차례 쇠락하는 상권붕괴의 문제도 발생한다. 마트에 가도 채소 코너보다는 냉동 코너가 많아졌고 결국 그런 것들이 다 글로벌 다국적 대기업들의 식품이다. 또 식품첨가물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건강문제·환경문제와도 연결된다.

Q. 식생활 문제가 정말 중요해 보이는데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지?

식생활 문제는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집에서 요리하는 것, 즉 식생활 문제는 엄마한테만 주어지는 짐인 것 같다. 그렇게 엄마에게만 주어졌던 짐에서 조금은 긍정적인 부분이 나타나고 있는데 아이들과의 수업이 점점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수업해보면 동기부여를 받아서 집에서 조금이라도 요리해보려는 모습이 피드백으로 오고 있다. 함께 요리하고 장보기 시작하는 것은 음식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이고, 그 시작은 엄마가 끌어주는 것이긴 하지만 가족들이 같이 헤쳐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보통 요리할 시간이 없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요리 경험 자체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수업을 나가면 학부모들에게 주중에 힘들면 일주일에 한두 번씩 주말이라도 가족들끼리 다 같이 장을 보라고 권유한다. 아빠가 좋아하는 요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직접 시도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요리하는 맛을 들이면 점점 적응이 되고 더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수업을 하면 아이들로부터 시작되는 효과가 더 괜찮은 것 같다. 울산에 시장이 많은데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장을 보면서 제철음식도 많이 알아가고 또 가족과 함께 요리를 해봄으로써 요리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영화 팀장은 가끔 마트를 가면 내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이 ‘선생님 수업 듣고 엄마랑 같이 장 보러 왔어요’라고 하며 마주칠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이기암 기자

Q. 다른 나라의 식생활 문화 중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례가 있다면?

슬로푸드(slow food, 맛의 표준화와 전 지구적 미각의 동질화를 지양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추구하는 국제운동)라고 많이 들어봤을 거다. 이 말이 처음 생긴 곳이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1998년도부터 미각교육이 의무화돼 있다. 미각수업을 받는 이유는 내 건강한 입맛을 알아야 건강한 식생활 문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각수업을 받으면 파프리카도 달고 맛있으며 토마토도 단맛과 새콤한 맛이 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탈리아는 미각교육과 더불어 스쿨가든도 병행한다. 텃밭에서 잘 길러낸 자연재료들을 섭취하면 미각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는 식생활 강사만 해도 1만 명이 넘는다. 물론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텃밭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관심을 둔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버리면 그 밭은 다시 엉망이 돼 버린다. 식생활교육은 지속성이 중요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 아쉬움을 느낀다.

Q. 식생활교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민관 거버넌스 형태로 운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시비로 운영하는데 대상은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이 많고, 중고등학생들, 고령자, 그리고 작은도서관에서 시민들 대상으로 미각수업, 요리실습, 문화체험수업 등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시민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작은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도 생각하게 됐다. 여기서 좀 더 바람이 있다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도 해보고 싶다. 2018년에 북구보건소에서 우리랑 연계해줘서 임산부 대상으로 수업했는데 만족도가 굉장히 좋았다. 전국에서 임산부 대상으로 수업한 곳은 울산이 유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Q.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을 찾은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밝은 에너지를 갖고 열정이 많은가 보다. 보람이 있다면?

성향 자체도 밝고 나를 오랫동안 봐왔던 선생님이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하더라. 그런 피드백을 받으니, ‘아 내가 그런 단어를 사용하면서 즐겁게 하고 있었구나’하고 깨달았다. 수업 나가면 아이들도 그렇고 수강생도 그렇고 눈빛이 반짝 할 때가 있다. 그걸 발견했을 때 그 짜릿함과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미각수업하고 나서 채소를 먹지 않던 아이들이 채소를 먹게 됐다며 변화된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들이 ‘생전 안 먹던 채소를 우리 아이들이 먹어요’라며 감사의 사진을 보내준다. 또 우리 수업을 신청했던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로 옮겨도 우리한테 연락해 준다. 가끔 마트를 가면 내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이 ‘선생님 수업 듣고 엄마랑 같이 장 보러 왔어요’라고 하며 마주칠 때 보람이 많다. 외부에서도 수업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수업을 한 번 듣고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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