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태풍에 작동 멈춘 핵발전소

환경 / 김선유 기자 / 2020-09-09 18:48:05
태풍 마이삭, 하이선…고리, 월성 핵발전소 비상정지
▲ 고리1,2호기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길천마을의 모습.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제공.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7일 오전 8시 38분경 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경주 월성핵발전소 2호기가 정지됐다. 이어 3호기는 오전 9시 18분경에 터빈 발전기가 정지돼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3일 9호 태풍 마이삭 때 고리 1, 2, 3, 4호기와 신고리 1, 2호기가 모두 소외전원을 상실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월성핵발전소도 태풍으로 멈춰버리면서 핵발전소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울산시민들은 핵발전소 안전이 걱정돼도 현재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곳이 없다”며 “외부전원 상실로 비상디젤발전기가 기동됐다 하더라도 이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고리원자력본부의 핵발전소 6기가 운전 중 서로 다른 시간에 정지한 이번 사례는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언제 문제가 발생해서 어떤 계전기가 동작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발전기 정지로 이어졌는지 데이터를 공개하라”면서 9월 3일, 4일, 7일 연이어 성명서를 내는 것은 그만큼 핵발전으로 인한 위험도가 높아졌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핵발전소는 기후재난에 치명적 위험 발전방식”

2018년 스웨덴과 폴란드는 폭염으로 냉각수로 이용되는 바닷물의 수온이 안전 수준을 넘어 오르자 원전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 시간을 줄여 운영했다. 원자로는 냉각을 위해 차가운 ​​바닷물을 이용하고 있지만, 기온이 너무 올라가다 보면 안전 가동에 적합하지 않은 온도까지 수온이 상승할 수도 있다. 이에 스웨덴 원자력 감독 당국(SSM)은 폭염 피해로부터 원자로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수개월 내에 마련해 제출할 것을 원전 운영업체들에게 요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3일 논평을 통해 “이번 태풍으로 인해 부산·울산의 핵발전소가 모두 멈췄다는 사실은 그 불안감이 그대로 현실화된 것”이라며 “태풍에 의해 전원 공급이 중단돼 전원이 완전 상실되는 경우 원자로 냉각이나 사용후핵연료가 과열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태풍의 위험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풍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는 기후재난에 치명적인 위험을 갖고 있는 발전방식”이라며 “핵발전소는 한 기가 담당하는 전력부하가 크기 때문에 이렇게 한꺼번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때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정책에서 핵발전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며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태풍에 멈춘 핵발전소, 기후위기 대책 될 수 없어”

환경운동연합은 7일 정부가 핵발전소 정지 등 대규모 전력공급 중단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태풍으로 인한 핵발전소의 잇따른 정지사고는 핵발전소가 예측가능한 안정적 에너지공급원이 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더구나 핵발전소는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원인 조사와 조치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력수급의 불안정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의 태풍으로 고리와 월성에서만 가동 중이던 6기 핵발전소가 동시에 멈췄고 정비 중인 발전소까지 포함하면 8기가 한꺼번에 멈추게 된 것”이라며 “기후위기로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 반복되고 있는 지금 핵발전소는 위험에 위험을 더하는 불안요소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핵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방안이 없는 상태다. 한국 역시 핵발전소 가동 40년이 지났지만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이 없어서 핵발전소 부지 안에 ‘임시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더구나 사용후핵연료도 포화상태에서 지역의 반대에도 임시저장시설 증설이 추진 중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런 문제에도 일부 보수정당과 찬핵 진영은 영구 정지된 월성1호기가 멀쩡하다며 다시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기후위기와 지진, 사용후핵연료 문제까지 위험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위험투성이의 월성핵발전소는 시급하게 폐쇄하는 것만이 사고를 방지하며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제대로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리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이번 고리와 월성 핵발전소의 태풍 정지사고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기후위기와 지진과 같은 예측불가능한 자연재해로 인한 핵발전소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핵발전소 대규모 정지에 대비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시와 기초자치단체, 시민들은 사고 원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발전소는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원안위는 고리와 신고리핵발전소 등 조사 경과를 매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와 울산, 고리 지역은 대표적인 지진위험지대다. 활성단층이 62개 이상 확인된 고리와 신고리 핵발전소 단지는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며,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집도가 높은 핵발전소 지역이다. 여기에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이변까지 잇달아 일어나 핵발전소 위험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월성, 고리 등 한반도 동남부는 지진발생에도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문제는 월성핵발전소의 경우 최대발생지진을 버티기 어려운 0.2g의 낮은 내진 설계를 갖고 있으며 근본적인 강화도 불가능한 발전소라는 점이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고리와 월성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지금보다 강화된 핵발전소 안전기준을 마련하길 요구한다”며 “폭염과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안전성을 강화하고 테러 위협으로부터 핵발전소와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안전대책 기준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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