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버스, 청산보다는 매각 진행이 바람직”

노동 / 이기암 기자 / 2021-04-23 18:48:35
울산시의회 노동정책연구회, 대우버스 정상화 촉구
▲ 대우버스 노동자 355명이 지난해 추석 전 해고 통보를 받았다. 노조는 대우버스 정상화를 위해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지난해 12월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자일상용차 대우버스 부당해고에 대한 심문회의를 열어 대우버스 노동자 355명의 정리해고는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린 데 이어 올해 4월 중앙노동위원회도 사측의 정리해고는 부당해고라고 인정한 가운데 울산시의회 노동정책연구회는 사측에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대우버스 인수업체 발굴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시의회 노동정책연구회는 21일 “대우버스 소유주인 영안그룹은 제3자 매각을 통한 방법을 마련하고 정부 관계부처와 울산시에서 대우버스 노동자들의 생계보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우버스는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버스 전문 생산 기업으로 버스만을 생산해오며 성장해왔지만 지난해 3월 말 사측은 ‘대우버스 울산공장 폐쇄’와 ‘베트남 해외이전’을 선언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일 평균 8대 생산하던 물량을 6대로 축소하며 계약직 노동자 164명을 전원 계약해지했다. 이어 기존 생산 예정인 물량도 취소하며 대우버스 고객사에게 베트남에서 생산한 버스를 구입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결국 약 700명에 달하던 대우버스 노동자들은 (계약직) 계약해지, 희망퇴직, 자연감소 등으로 인해 약 400명으로 축소됐고 계속된 정리해고로 사실상 대우버스 노동자 전체인원이라고 할 수 있는 355명이 지난해 추석 전 해고 통보를 받았다. 대우버스지회는 지난해 12월부터 회사에 교섭을 요구해왔고 공장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안을 제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교섭은 2월 말 결렬됐다.
 

지난 2004년 12월 14일 울산시와 대우버스는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10년 부산에 있던 3개 공장을 울산으로 통합이전하면서 울산은 연간 1조1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400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95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울산시도 1만4000명의 인구 유입과 연간 500억 원의 세수 증대를 기대했지만 대우버스가 울산시를 떠나고 해외로 공장 이전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울산시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노조 “양도·공장이전은 노조와 합의해야”
회사 “수년간 누적적자 원인은 노조에 있어”


노조는 영안모자가 2003년 대우버스를 인수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건 해외지분을 늘리고 관계사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그 지배사를 또 지배하는 형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대우버스 베트남 이전 계획처럼 기업의 합병이나 해산, 양도와 공장이전은 반드시 노사가 합의하도록 돼 있는데 이 단협 12조를 사측이 위반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단협 체결에 앞서 생산관리총괄 임원 명의의 확약서를 통해 해외생산 완성차를 역수입 하지 않으며 국내생산차량의 해외공장 생산이전에 관련해 단체협약 12조를 준수한다고 서명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협 조항과 확약서는 영안모자 회장의 울산공장 폐쇄와 해외이전 한 마디에 휴지조각이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2020년 두 달 동안 회사는 강제휴업에 들어갔는데 노조는 회사와의 첫 번째 교섭 날 회사가 휴업공고도 동시에 붙였다고 전했다. 회사가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자고 했으면서도 교섭하는 도중 아주 기습적으로 휴업공고를 붙였다는 것이다.
 

대우버스노조는 이 같은 사측의 조치에 반발해 울산지법에 단체협약 위반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해 7월 결정문에서 ‘2020년 7월 23일 이 사건에 대해 노동조합의 신청을 인용하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단체협약상 절차상에 따른 채권자와의 합의 없이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BS090, BS106, 초저상 시내버스, FX116, 레스타 차량을 베트남 및 기타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한 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 처분 후에 사측은 울산공장 폐쇄 방침을 변경했는데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대신 울산공장에서 연간 600대의 버스, 월 50대를 생산하되 2020년 9월 30일까지 전체 인력을 퇴사시킨 후 필요인력 140명을 우선 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170명까지 선발하겠다고 방침을 조금 변경했지만 이는 노조에게는 별 의미 없는 조치였다.
 

사측은 생산물량 증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퇴직 인력을 재고용한다는 전원 퇴사후 단계적 재고용 방침을 노조에 제시했는데 재고용 인력의 조건은 임금과 퇴직금, 보험료를 합쳐 정규직은 연간 최대 5000만 원, 비정규직은 3000만 원으로 조정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노조는 여기서 말하는 연간 최대 5000만 원이라는 사측의 금액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으며 비정규직을 3000만 원으로 조정한다는 것도 사실상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든지 아니면 나가라는 통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우버스 인력구조조정 계획에는 본사와 해외주재원은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울산공장 정규직 439명 가운데 사무직 13명 등 20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해고하는 것인데 조합원 99%가 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대우버스가 울산으로 이전하게 된 데에는 울산시 차원에서도 여러 명의 서기관이 참여한 지원단을 구성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대우버스와 협력사들의 공동이전을 위해 울주군 상북면에 801억 원을 들여 길천 2차 일반산단을 조성하게 됐고 회사 진입도로와 교량 건설도 진행됐다. 시는 기반 건설과 추가 부지 제공 등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방세 특례제안법에 따라 대우버스가 감면받은 취득세와 재산세는 33억2000만 원에 달했다. 대우버스 완전 이전 첫해인 2010년 1월, 10월 두 차례 조례를 통해 투자보조금 20억 원을 수혈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울산으로 이전하고 난 후 흑자를 낸 기간은 4년뿐으로 나머지 13년간은 적자를 기록해왔으며 누적적자 원인이 노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전문 회계사에게 경영수지 분석을 의뢰했더니 사측의 적자 규모 통계가 엉터리로 나타났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노조 “청산보다는 매각절차 좀 더 진행해야”
“노사정 협의체 구성해서 상생방안 마련”


대우버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회사는 법인 청산을 하기 전에 매각절차를 좀 더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산을 하게 되면 대우버스에 종사했던 노동자들과 부품협력사들까지 모조리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매각을 좀 더 진행해야 한다는 노조 의견을 회사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대우버스를 인수할 의사가 있는 곳이 3곳 정도 있었는데 2곳은 자산 현황, 조건 등이 맞지 않아 포기했고 다른 한 곳은 인수제안서까지 보냈지만 회사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가 정말 매각하려 한다면 매각 의사를 공식적으로 하고 매각대금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지역경제와 고용문제를 감안해 울산시에서도 과거 대우버스가 인수될 당시처럼 지원이 있을 것이고 인수하는 측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버스 노조 박재우 지회장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M&A 전문업체에 의뢰해 매각을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여기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울산시, 회사, 노조가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 다각도로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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