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물량팀 하청노동자 추락사

노동 / 이종호 기자 / 2020-02-25 20:25:31
다섯 달 만에 중대 산업재해 재발

발판 구조물 제작 작업 전체 외주화

작업 기한 쫓겨 물량팀 무리한 작업

안전망도 설치 안 한 채 작업 허가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사망 노동자 시신을 탈취해 강제부검을 강행하려는 검찰을 규탄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물량팀 하청노동자 21미터 높이에서 추락사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지난 22일 현대중공업 물량팀 하청노동자 김 모 씨(58년생)가 21미터 높이에서 합판을 조립하다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9월 20일 18톤짜리 탱크 기압헤드(캡)가 아래로 꺾이면서 캡과 탱크 사이에 머리가 끼여 하청노동자 박 모 씨가 사망한 지 다섯 달 만에 다시 일어난 중대 산업재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김 모 씨는 22일 오후 2시께 현대중공업 2야드 동쪽 PE장 풍력발전소 인근 LNG 트러스(작업용 발판 구조물) 작업장에서 21미터 높이 트러스 7단에서 합판 조립 작업 중 고정이 안 된 합판을 밟으면서 트러스 2단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사고 당일 강풍이 불었지만 21미터 높이에서 고소 작업이 무리하게 강행됐다”며 “공수를 줄이기 위해 현장의 안전난간은 일부 구간에만 설치돼 있었고 추락 시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안정망조차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은 트러스를 조립하고 해체하는 작업 전체를 외주화시켜 30여 명의 노동자들이 단 11일 만에 대형 트러스를 제작해야 한다”면서 “하청업체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 물량팀으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은 작업 기일을 맞추기 위해 짧은 기한에 쫓겨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고, 무리하게 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참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고소작업에 대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됐는지 현장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작업허가서를 발부했고,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대해서도 “트러스 조립, 설치 작업에 한해서만 부분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며 “불과 5개월 만에 같은 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했지만 노동부는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근본 대책 마련보다 협소한 작업중지와 형식적 절차로 사고를 수습하는 데만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 산재사고 38건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난 산재사고는 22일 김 모 씨 산재사망 사고를 포함해 모두 38건이다. 손가락·손 끼임, 충격, 충돌, 화상, 열상, 추락, 넘어짐, 가격, 얼굴 강타, 감전 등 크고 작은 재해가 빈발했다. 노조는 “지난 1~2월 사이 현대중공업에서 산재사고가 반복됐지만 노동부 울산지청은 사망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의 감독 요구를 거부했다”며 “유사한 이유로 산업재해가 무한반복되고 있는데도 현대중공업 사업주의 불법을 바로잡을 의지 없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 노동부 울산지청은 또 다른 노동자의 죽음을 방기하는 살인의 공범”이라고 몰아붙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끊임없는 죽음의 근본 원인은 원청 사업주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위험의 외주화, 다단계 하도급에 있다”며 “문재인 정권은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에서 제출한 다단계 하도급 금지 권고안을 이행하고 근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몽준, 정기선 부자 930억 원 고액배당

검찰, 산재사망 김 모 씨 시신 탈취 시도

 

김 모 씨 산재사망사고 나흘 전인 18일 현대중공업지주는 금융감독원 공시에서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에게 각각 777억 원과 153억 원을 고액배당하고 향후 3년 동안 70퍼센트 이사의 배당 성향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 발행주식 총수의 3%인 자사주 48만8000주를 1293억 원가량에 매입하고 소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사주 소각으로 정몽준 이사장 지분은 25.8%에서 26.6%로, 정기선 부사장은 5.1%에서 5.3%로 높아지게 된다. 

 

김종훈 국회의원(울산동구, 민중당)은 “작년 836억 원에 이어 올해도 930억 원가량의 배당 잔치를 벌이고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2.6%가량 감소했는데도 고배당을 강행하고 향후 3년 간 70% 배당 성향을 결정한 것은 정씨 일가에게 지속적으로 현금을 지원해 재벌승계를 마무리하려는 속셈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정몽준, 정기선이 수백억 원의 주식배당금으로 웃음짓는 동안 위험의 외주화에 내몰려 최소한의 안전 생명줄조차 없이 작업했던 노동자는 비참하게 사망했다"며 "살인기업 현대중공업 사업주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울산지방검찰은 23일 산재사망한 김 모 씨 강제 부검을 위한 영장을 발부받고 24일 오전 7시 울산대병원 안치실로 몰려와 시신 강제 인도를 시도했다. 유족들이 거세게 항의해 일단 물러갔지만 25일 오전 8시 다시 시신 탈취를 시도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의 추락 사망에 부검을 몰아붙이는 검찰의 태도는 중대재해 사고 원인 규명을 방해하고 현대중공업 원청의 중대재해 책임을 면피해주려는 행위”라며 “검찰은 부당한 부검 강행을 중단하고 산재사망 사업주에 대한 엄중 처벌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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