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문화 / 이은민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 강사 / 2020-09-16 00:00:32
망원경 인문 교실 5강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태도를 선택하는 자유’를 인문 교실에서 함께했다. 누구나의 삶에도 시련은 찾아온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끔찍하고 처참한 2차 세계대전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 빅터 프랭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시련과 불행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고심케 한다. 2014년 망원경의 첫 수업으로 이 책을 선정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다양한 군상의 인간이 보여주는 행태는 거부하고 싶은 어두움으로 보여지고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은 현실이 고맙기까지 했다. 강의는 살아남은 자, 철조망, 선택, 여전히 철조망, 의미치료 그리고 비극 속에서의 낙관 순으로 진행됐다.


1930년 의학박사학위를 받고 종합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의사로 근무한 프랭클은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강제수용소에서 인물과 상황을 관찰하고 자신이 세운 로고테라피를 실제 체험했다. 전쟁이 끝나고 수용소에서 풀려났을 때 그에게 가족은 없었지만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출판해 삶의 의미를 상실하여 실존적 공허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줬다.


수용소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생기 있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유리 조각으로 면도하는 대목이나 아내의 생일날 내면의 대화를 하며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장면, 쾌적한 강의실 강단에 서서 강의를 상상하는 장면에서 불안과 절망의 대처법을 알게 됐다.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극적인 순간마다 그가 선택한 결과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운명적이었다. 최선을 다해 삶에 충실한 결과 살아남을 이유를 부여한 걸까? 


수용소에서 벗어나도 철조망 증후군과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생존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삶의 의미가 중요한 지점이다. 지독한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나는 유년시절 어른들 앞에서 심한 창피함을 겪었다. 그 후로 트라우마가 생겨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지시로 책 읽기를 할 때도 읽는 내내 울먹이는 소리와 호흡곤란이 왔고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최대한 숨기며 살았다.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발표를 해야 할 때도 매번 피해갔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당하는 이상한 꿈도 자주 꿨다. 그런 나에게 1회 망원경 콘서트 ‘만담’ 코너가 주어졌고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심정으로 참여했다. 청심환을 먹고 무대 위에서 나를 내려놓는다는 자세로 솔직하게 준비한 원고대로 풀어내었다. 긴장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용기를 내었다. 진심이 느껴졌는지 관객과 지켜보는 망원경의 반응은 좋아 응원을 많이 받았다. 


집에 돌아와 그때까지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내면의 아이를 쓰다듬으며 한참을 울었다. 그 후로 책 읽기의 호흡곤란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고 긴장하는 내 모습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진정됐다. 내 그림자를 인정하는 경험들은 자존감 회복에도 도움이 됐다. 책과 사유를 통해 알게 된 것을 삶에서 체험했다. 고통은 성장을 끌어당기나 보다.


이은민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 강사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구독신청

오늘의 울산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