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사회] 독일, 탈핵 결단하고 에너지 혁명중

기획/특집 / 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 2015-08-26 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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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독일의 자연에너지 일자리 수는 36만 7천명으로 12년간 6배로 폭증했다. 제조분야 일자리뿐 아니라 원료가 공짜인 설비를 지역기업이나 동네주민이 설치하거나 유지관리하기 때문이다.



13사진2함부르크 지하철안에서 본 에너지금융 광고 - 100유로 이상만 투자하면 8% 수익을 지급한다.




‘쥐가 들끓는 가난한 어느 마을에 피리 부는 광대가 등장한다. 쥐를 없애주면 보상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는 피리를 분다. 그 소리를 따라 희한하게도 어디선가 쥐들이 떼로 모여들더니 강물 속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의 피리소리가 말끔히 소탕한 것이다.’



이런 동화를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동화 속의 하멜른, 그리고 그 시청의 시뮬레이션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런 재주를 보여주었는데도 그 광대는 아무런 댓가를 받지 못했다. 주민들의 여력이 모자랐든지 아니면 고의였든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런 몇 년 후 그 광대가 다시 등장한다. 그가 피리를 부니까 동네의 아이들이 모두 따라 나선다. 그리고는 어디로 갔는지 행방불명이다. 아이들은 영영 찾지 못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수백년간 동화로 전래되었다. 독일중부에 있는 인구5만의 소도시 하멜른의 중세 이야기다. 실화이기도 한 이 동화에 대한 유력한 설명은, 당시 대흉년이 들어서 아이들이 더 많이 굶어 죽었는데, 너무 슬픈 이야기여서 그 슬픔을 극복하고자 신비적 색채를 입힌 동화를 만들어 전래한 것이란다. 약속을 잘 지키라는 교훈과 함께.




2012년 겨울, 그 슬픈 동화의 고장인 그 하멜른의 시청에 가서 흥미로운 시책을 들었다. 태양광에 대한 시책이다. 시가지의 모든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했을 때의 경제성을 시뮬레이션해서 빨강과 노랑 두가지 색깔을 칠해서 홈페이지에 올린단다. 경제성이 있으면 빨간색, 경제성이 없으면 노란색이다.




그걸 본 시민이 자기 집 지붕에 빨간색이 칠해져 있는 걸 보고는 생각에 잠긴다. 그가 시청에 연락하면 바로 상담해준다. 공무원이 나와서 지붕을 평가하고 은행을 연결해서 설치비용의 문제를 스마트하게 처리해준다. 유지관리에 대한 시청측의 보증과 함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최첨단 기술이자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거버넌스다.




독일이 탈핵을 결단한 것은




독일은 나치와 기술력의 두 가지 이미지가 교차한다. 20세기 들어서 나치라는 국가폭력의 폐해 때문에 시민사회의 성숙이 남달랐던 독일사회가 핵발전소의 위험을 최초로 감지한 것은 1979년의 미국 스리마일 사고다. 이후 반핵의 물결이 일었지만 성장지상주의가 지배적이었던 분위기에 눌려 있었다. 그러다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때 커다란 각성이 있었다. 800km 독일남부가 방사능 낙진으로 우유조차 못 먹을 지경이 되었는데도 정부 태도에 변함이 없게 되자 일부 뜻있는 인사들이 결단을 내린다. 대학에서 소위 ‘문사철’을 전공했던 30대 40대의 나이지긋한 반핵인사들이 공과대학에 다시 입학한 것이다. 에너지전환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다. 연마하고 졸업한 90년대 이후 그들은 에너지전환기술 사업을 창업하고 이를 세계에 전파한다. 오늘날의 범용화된 에너지전환기술의 씨앗은 바로 이들의 결기에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이 있다. 오랫동안 전개된 강력한 풀뿌리운동들과 더불어, 핵산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수십년간 세 가지 점에 대해 근거를 갖고 설득력 있게 전파한 것이다.




1) 핵에너지는 고도로 위험한 기술이고
2) 자연에너지(재생가능에너지)라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존재하며
3)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안전한 방법은 없다는 점




그런 과정에서 클라우스 트라우베라는 미국과 서독의 저명한 핵엔지니어 출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원전기업의 요직에 있었던 그가 현장의 실례를 들어가며 원전의 위험상태를 생생하게 전달하자 대중들에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온 것이다. 뒤를 이어 홀거 스트롬이란 인물도 나왔다. 그가 쓴 《파국으로 가는 평화로운 길 ㅡ핵발전소에 관한 보고서》는 민간핵시설들에 관한 1300쪽에 이르는 매우 상세하고 기술적인 연구서인데, 서독에서 64만부가 팔렸다. 에코연구소는 연구보고서들을 차례차례 발간하였고, 이것이 80년대 이후 나온 다양한 싱크탱크들의 모델이 되었다.




2011년 17인의 윤리위원회가 보여준 의사결정과정




그러한 흐름이 성과를 보기도 했지만 순탄대로를 걸어오지는 못했다. 적어도 후쿠시마가 터진 시점에는 독일의 정치인들은 원전과 관련된 거대 에너지 기업의 편을 들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2011년 3월 수십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궁지에 몰린 메르켈 총리는 절충안을 제시한다. 긴급히 17인의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토론회를 갖도록 한 것이다. 하필이면 왜 ‘윤리’라는 이름의 위원회였을까. 그 위원회를 운영한 사무총장 베크만은, "시민들이 핵발전소 문제를 부모세대가 자식세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반인륜적 윤리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11년 봄 그 윤리위원회는 원전 찬성론자 반대론자 할 것 없이 모여서 갑론을박을 8주동안 매주 펼쳤다. 종교인 주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섞여 있었다. 어떤 때에는 장장 11시간의 마라톤회의를 생중계했다. 그리고는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모두 폐기하는 대안을 도출하여 연방의회에 제출하였다. 이 안은 85.7%의 찬성으로 통과되어 5월에 탈핵을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바로 성숙한 독일사회의 결실이었다.




핵발전소가 없어도 전기공급에 문제가 없는 이유




이 과정에서 노후 원전 7기를 즉각 폐쇄하였는데도 당시 자연(재생가능)에너지에 의한 전기 비중(20.4%)이 원자력 전기 비중(17.7%)을 앞지르고도 전기가 오히려 남아돌았다. 사실 독일은 재생가능에너지법(EEG)에 의한 자연에너지 붐으로 2002년부터 전력 수출량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프랑스는 원전 비중이 75%나 되는데도 전기난방 등 전기 과소비 패턴이 고착화되는 바람에 그동안 폐기했던 중유발전소를 재가동했다. 겨울에는 주변국에서 전기를 수입하고도 부족해서 2009년에는 제한 송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가령 일본의 경우는 우리에게 좀더 현실적이다. 일본이 29%를 담당하는 52개의 원전이 모두 스톱했는데도 3년동안 전기공급에 차질이 없었다. 그것은 자연에너지의 증가와 에너지 절약도 원인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대형시설에 비상용 발전설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이나 학교의 발전설비에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원료를 때우는 방식으로 자신이 필요한 전기는 자신이 만들어 쓰는 자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방문했던 인구 32만 명의 독일 빌레펠트 시민들은 야심찬 계획안을 결의했다. 후쿠시마 이후 6개월 동안 진행된 시민참여 프로그램에서 에너지전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인터넷 포럼을 개최한 후 그 결과에 따라 학교와 공공기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에너지 리모델링을 확대하도록 하였다. 그 계획은 현재 에너지 사용량의 50%를 감당하는 원전을 2018년까지 0%로 전환하겠다는 것과 17%를 감당하는 석탄에너지도 2020년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6년만에 원전의존율을 '제로'로 할 수 있다니!




태양광이 원전과 석유발전을 퇴출시키고 있다




2012년 5월25일 맑은 오후, 독일의 태양광발전용량이 22기가와트를 돌파했다. 이 값은 독일 전체 전력수요의 1/3에 해당하는 것으로 태양광발전 점유율 세계기록이 되었다. 그 다음날 오후에는 50%까지 생산해 전날의 세계기록을 갱신했다. 위도가 높아서 태양광선의 경사각 효율이 한반도보다 불리함에도 말이다. 이 3년전 벌어진 놀라운 일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기술혁신에 따른 에너지비용의 현저한 하락에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 ‘학습곡선’이라고 표현한다. 공급량이 2배 증가할 때마다 가격이 저하되는 수준을 말하는데, 태양광의 ‘학습곡선’은 22%다. 즉 2011년의 전세계 태양광설비용량에 비해 2013년은 꼭 2배가 늘었는데, 단가가 22% 하락한 것이다.




이런 본질 때문에 지금 전세계가 태양광 혁명중이다. 2008년에 1만6229메가와트이었던 발전용량이 2013년에는 14만1156메가와트로 8.7배가 폭증했다. 미국은 더 심하다. 그 5년 사이 298메가와트에서 4751메가와트로 무려 16배다. 이건 폭발이다. 그 결과 1970년 이래 원유가격이 35배 오르는 사이에 태양광 패널가격은 1/154로 떨어졌다. 이는 무얼 말해주는 것일까?




태양광 때문에 전기값도 급락하고 있다. 독일의 2013년 전력도매가격은 2008년의 60%다. 원전이나 석유발전은 이 가격을 견뎌낼 수 없다.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데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학습곡선’이 진행되면 우라늄이나 화석에너지가 배겨낼 재간이 없다. 한계비용 제로의 무한정한 공짜 원료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석유가 고갈되어서 석유에너지시대가 종말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돌이 모자라서 석기시대가 청동기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전기저장기술과 스마트그리드




독일 에너지관리청을 방문했더니 자연에너지 확대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은 ‘균질한 전기를 어느 때나 보장하기 위한 기저부하(基底負荷)’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였다. 태양광발전은 햇빛에 의해 전력량이 변하고, 풍력발전은 바람 세기에 따라 전력량이 변한다. 이에 대해서는 함부르크에 있는 그린피스 본부의 테스케 국장은 보완 설명을 한다.




"기후나 계절적 영향 등에 의해 수급량이 달라지지 않는 '기저부하'를 유지하려면 잉여되는 시간대에 기저부하를 돌리는 발전소를 꺼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석탄과 원자력은 불가능하고, 가스는 가능하다. 순간순간 대응해야 하는 부분에 좋은 예상도가 필요하다. 바람이나 태양을 언제 이용할 수 있는지는 이틀 전에 예상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인공지능 전력수급체계)를 통해서 인터넷 기술과 결합해 순간순간 다이내믹하게 배치할 수 있다. 즉 스마트 그리드와 자연에너지(재생 가능 에너지), 가스화력발전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스마트 그리드는 덴마크에서 시작됐는데, 될수록 도시 내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가 작은 유닛(지역단위) 안에서 해결되도록 하고,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면 큰 유닛에서 끌어다 쓴다. 작은 유닛에서 충전할 수도 있다. 자동차 배터리에 충전하는 경우다. 독일에서는 100% 자연에너지로만 전기를 공급하는 마을이 있고, 전국적으로 스마트 그리드 개념을 가진 지역이 적지 않다.




이제 전통적인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기저장기술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스페인 등에서 소금을 소재로 하여 전기를 저장하는 혁신적 기술도 실용화되었다. 원래부터 태양광은 피크시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저장기술과 결합하는 단계에 있다. 지금은 각광받는 천연가스가 기저부하 시장에서도 벌써 태양광에 밀릴 조짐이 보인다.




미래경제는 에너지혁명에 있다




에너지 금융쪽의 혁신도 눈부시다. 함부르크 지하철에는 원전에서 풍력으로’를 강조하는 에너지회사의 광고가 있다. ‘100유로 이상을 투자하면 8%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쓰여 있다. 에너지전환을 은행에서 주도할 수도 있지만 P2P 비즈니스 개념으로 해서 공모펀딩을 통해 곧 바로 투자금융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은 풍력보다 훨씬 균등한 투자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도 이쪽 부문에서 유력한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 집 지붕에 태양광을 달면 곧바로 할부금융이 시작되고 그 할부금은 ‘전기요금’을 내기만 하면 저절로 갚아지는’ 그런 시절이 온 것이다. 이건 자동차 할부금융보다 더 좋은 개념이다. 운전을 하지 않아도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자동차에 비해 전기는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상품이어서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 한마디로 쓰는 만큼 갚는다. 에너지혁명은 금융이 선도하고 있다.




경제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원전이나 석유발전은 대규모 중앙집중식 발전소다. 원료의 채굴, 가공, 운송, 생산, 공급 이 다섯 단계 모두 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다. 어디 하나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 게 없다. 우라늄광산 개발자금이나 원전건설 공사대금 2조원이나 밀양 송전탑 공사를 생각해보라.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다. 그 과정에서 지구환경의 파괴와 지역사회의 파괴는 필연적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수년간 피해보상 비용만 6조엔에 이른다. 방사능 제염 비용은 아직 계산조차 못하고 있고, 사고지역 수십킬로 그리고 수백킬로 반경에 버려진 땅값과 집값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태양광과 같은 자연에너지는 원료가 공짜인데다 깨끗하다. 패널 값은 갈수록 폭락하고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데, 그 설치하고 유지관리 하는 일을 둘러싸고 지역의 기업에 고용을 늘린다. 주민이 돈을 버는 것이고 백성에게 민부를 돌려주는 경제인 것이다. 다만 초기설치비용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지금 금융자산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연성비용이다. 패널단가의 급격한 하락에 비해 연성비용 곧 행정비용(인허가 조사 세금 상호연결수수료 검사비 설치비)은 별로 변동이 없다. 독일은 이 부분에 강점이 있다. 바로 하멜른이나 빌레펠트의 사례에서 보듯 행정측의 적극적인 자세 때문에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연성비용조차 시장경제에 맡기고 있는 미국보다 정확히 와트당 2.8달러의 자본비용이 적게 들고 이는 미국의 반값이다. 어쩌면 바로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하멜른처럼 관청이나 공공 측에서 ‘값 싸고 질 좋은’ 태양광 설치를 장려해주고 유지관리까지도 보증해주는 시스템!




독일은 자신의 미래경제가 에너지혁명에 달려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이런 정도의 혁명이나 혁신이라면 우리도 밥 먹듯 해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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