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 편중에서 벗어나 우리 배 보급 늘려야"

사람 / 정승현 기자 / 2021-11-24 08:39:01
울산우리배연구회 강성중 회장 인터뷰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 발전유공 분야 대통령 표창 수상
▲ 배나무 전정작업을 하는 울산우리배연구회 강성중 회장. ⓒ정승현 기자

 

[울산저널]정승현 기자 = 배는 우리나라에서 자연적으로 나고 자란 토종 과일이다. 한데, 우리나라 배 산업에서 일봄품종인 신고품종의 편중 현상은 심하다. 품종별 재배면적으로 보면 '신고' 한 품종이 86.4%를 차지해 다양한 배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전체적인 소비는 줄어들게 되고, 가격마저 하락해 농가 경영은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울산우리배연구회가 나섰다. 울산우리배연구회는 신고 품종을 국내 육성 품종으로 대체하는 데 목적으로 두고 조직됐으며, 그 중심에 강성중 회장이 있다. 지난 23일,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 발전 유공 분야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강 회장을 울주 두서면에 위치한 그의 농원에서 만났다. 

 

Q. 자기 소개 부탁 드린다. 

 

울산우리배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고, 6000평의 농원에서 신고배를 비롯한 황금, 그린시스 등을 재배하고 있다. 

 

* 신고 품종 : 1927년, 일본에서 육성된 품종으로 일제강점기에 국내에 들어왔다. 과피는 담황갈색이며, 육질이 비교적 유연하고 과즙이 많아 맛이 우수하다. 

* 황금실록 :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동양배 품종의 하나. 과실의 무게는 430 그램 전후이고 과피는 황금색이며 과육은 백색이다. 단맛이 많이 나고 신맛은 적어 맛이 좋다.

* 그린시스 : 황금배와 서양배인 바틀렛을 교잡해 국내 최초 중간교잡 품종으로 나온 배. 배의 주요 병해인 검은별무늬병에 내병성을 가지고 있으며, 작물 보호제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Q. 울산우리배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연구회는 어떤 계기로 만들었고 현재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울산우리배연구회는 88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민간주도형 생산자 단체다. 현재 우리나라 배 산업을 보면, 일본 품종인 신고 품종에 편중돼 있는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이 연구회를 만들게 됐다. 우리의 목표는 신고를 국내 육성 품종인 황금이나 그린시스 품종으로 대체하는 것인데 40~50% 정도 국내 육성 품종 배로 전환시키려고 한다. 

 

전국적으로 봐도 우리나라 배 품종을 확대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거의 없다. 민간 주도형 단체를 만든 것도 울산우리배연구회가 처음이고. 우리 연구회 인원 수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재배 면적도 눈에 띌 정도로 커지고 있다. 

 

Q. 신고 품종보다 국내 육성 품종 배들이 더 나은 것인가?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다. 신고 품종은 수확기가 늦어 추석 때가 되면 조기 출하하기 위해서 맛없는 배를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국내 육성 품종은 적기에 수확해서 맛있는 배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또 신고 품종은 꽃 피는 시기가 국내 품종에 비해 일주일 정도 빠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그게 더 빨라지기도 하고... 그래서 신고 품종은 동상해나 서리 피해를 많이 입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배를 많이 늘려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린시스 배의 경우 검은별무늬병(흑성병)에 내성을 갖고 있는데, 신고 배는 그 병에 취약하다. 

 

Q. 울산우리배연구회 육성, 그린시스 수출단지 육성, 황금배 무봉지 재배 성공 등 여러 공로를 인정받아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저 혼자 잘해서 상 받은 게 아니다. 우리배연구회 회원들, 농업기술센터 등 주위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 그린시스 품종의 경우 울산 수출 전략 품종으로 선정됐는데, 3년 전부터 배 연구소 품종 육종 박사님과 협동으로 작업했다. 연구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목표도 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울산우리배연구회 강성중 회장. ⓒ정승현 기자

 

Q.  92년부터 과수원을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전산 업무를 하는 직장인이었다. 한데, 직장 생활이 잘 안 맞고, 상당히 힘들었다. 그때 작은 과수원을 사서 일이랑 병행하다가 아내가 아예 과수원을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Q. 대통령 표창 수상한 건 아내의 덕이기도 하겠다. (웃음) 우리 배 품종 얘기를 더해보고 싶다. 황금실록과 그린시스는 어떤 장점을 가진 품종인가?

 

2015년 처음으로 ‘황금실록’이라는 이름의 브랜드가 나왔다. ‘황금실록’이라는 이름에는 황금배가 조선왕조실록처럼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라는, 즉 황금배를 우리 배 재배 역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당도가 12°Bx 이상으로 상당히 달고, 잔류 농약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안전을 보장한다. 또 생산촉진제를 사용하지 않는 등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서 올해도 합격한 황금실록 농가는 8농가 뿐이다. 

 

수출 전략 품종으로 육성된 그린시스는 올해 처음으로 수출했고,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상온에서 두 달 가까이 품질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국내 육성 품종 배 중 몇 개 품종을 제외하고는 상온에서 유통 기한이 너무 짧은데, 그린시스는 그런 면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다. 또 황금배도 그렇고 그린시스도 무봉지 재배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과수원도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무봉지 재배를 하면 노동력과 생산비가 절감된다. 

 

Q. 울산우리배연구회를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재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배 수확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기술 개발을 위해서 우리 과수원에서 테스트를 많이 했다. 결국 동상해 방지 시설도 개발했고. 궁극적으로 배 농사가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그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재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회 회원들이 좀 더 편하게 농사를 짓고 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후계자고 많이 생기고 귀촌 귀농하는 인구도 늘어나 노동력 부족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Q.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나 뿌듯했던 일이 있나?

 

배 꽃 동상해 방지 시설도 공동 연구로 만들었는데, 이걸 설치·운영한 농가가 서리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고맙다고 했을 때 굉장히 뿌듯하고 기뻤다. 또 편중된 신고 품종을 국내 육성 품종으로 전환시키다보 니, 신고 품종을 육성하는 농가들의 소득도 늘어나는 상생 구조가 만들어졌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서 기쁘다. 

 

Q. 기후위기 때문에 여러 모로 농작물 피해가 큰데, 우려되는 점은 없나?

 

지구 온난화로 갈수록 배 재배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그래도 국내 육성 품종의 경우 개화시기가 비교적 늦기 때문에 기상이변에 따른 냉해 피해를 덜 입는다. 관리를 잘하면 조금 희망이 있지 않을까. 

 

Q. 울산시나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대농에 비해 소농들이 받는 지원이 다소 부족하다. 또 노동력 부족 문제도 심각한데, 이런 부분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배를 다 같은 품종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 앞으로 우리는 배 품종별로 박스를 달리해서 다양한 품종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자기 취향, 입맛에 맞는 배가 다 다르기 때문에 배를 살 때 품종을 한 번 확인해주시면 좋겠다.

 

Q.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신고 품종의 절반 정도를 우리 배로 전환해서 서리 피해 없이 농가 소득이 일정하게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싶다. 다같이 상생하는 구조 말이다. 또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서 이산화염소를 이용한 과피얼룩 방제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런 기술 개발 연구도 꾸준히 할 것이다. 

[ⓒ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