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장애등급 폐지 왜 했나

오피니언 /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 2021-11-22 08:55:06
장애인권

장애인 활동 지원은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이 어려운 모든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이 제도 덕분에 나를 돌봤던 가족들의 부담이 줄었고, 나 역시 가족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던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도라고 장담한다.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기존 인정조사에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로 바뀌었다. 당시 인정조사와 종합조사의 다른 점이 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개별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급 갱신 재판정을 받고, 결과를 받은 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앞이 막막한 느낌이었다. 국비(보건복지부) 시간 기준 월 391시간에서 330시간으로 ‘뚝’ 떨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활동 지원 시간이 하락한 장애인들에게 기존과 같은 시간을 3년간 유지할 수 있도록 ‘산정특례’를 적용했다. 이것도 내년이면 끝난다는 게 문제! 


종합조사에 따른 하락한 시간 330시간으로 살아본다고 시간을 계산해보면, 일단 기존 시간보다 월 60시간, 하루로 따지면 약 2시간 정도 줄어들 것이다. 하루 쓸 수 있는 시간이 14시간에서 12시간!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는 큰 제약이 생길 게 뻔하다. 공휴일이 있는 달에는 하루 10시간을 넘길 수 없을 현실, 혼자서 체위 변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더 막막하기만 하다. 


보건복지부가 내 목숨,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이만큼만 허용한 건가? 주어진 시간에 맞춰 식사의 횟수를 줄이고, 외출을 나갈 수 없게 되고, 재택근무는 물론 병원 재활을 중단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 대신 원하지 않지만 기저귀를 사용해야 할 것이고, 침대에 누워서 버텨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악화된 몸으로 다시 가족들의 부담으로 지내야 할까? 그게 맞는 걸까? 시간이 줄어서 생기는 일들이 내가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병의 진행으로 증상이 심해져 아프기라도 한다면,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까?’ 굳어진 몸이 체위 변경 없이 견뎌야 되는데, 욕창이 생기지 않을지 진심 걱정된다. 


기존 인정조사 4등급에서 종합조사 15구간으로 개편하면서 장애인들을 더 촘촘히 지원하겠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는데, 현재 내가 현실에서 느끼는 건, 막막하고 불안하다는 것! 사람에게 숫자로 등급 매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장애등급 폐지를 왜 한 건지 모르겠다. 내년이면 3년이 되는데, 여전히 시간을 유지할 방법이 없어서 무섭다. 제발 본래 취지에 맞게 개인별 장애유형과 정도, 욕구와 사회환경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종합조사표’가 있었으면 좋겠다.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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