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여름 추억과 쌀알 돌맹이 침식

과학 / 권춘봉 이학박사 / 2021-11-22 08:58:13
생활 속의 자연과학

북구 정자와 강동 사이에는 해안 바위가 많은 지역이 있다. 8월 말, 이른 아침에 들른 그곳에는 동네에서 나고 자란 것 같은 인상을 주는 20대 젊은이들이 아침부터 바닷물 놀이로 젊음을 즐기고 있었다. 여름 내내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와서 즐기는 곳이다. 주전의 몽돌이 새알 크기라면 이곳의 돌은 쌀알 크기로 옷 사이사이에 끼지 않아 모래보다 옷 빨래하기가 쉽다. 또, 기차바위라 이름 지어진 바위들로 방이 만들어지고, 몽글몽글 돌들이 충분히 산포돼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비바람이 거셌던 한 날을 지나고, 이른 아침에 찾아간 그곳에는 입구 쪽에 3개 정도의 텐트를 칠 수 있었던 편평한 몽돌사장이 사라지고 거친 바위가 드러나 있었다. ‘이곳이 그곳이었나?’ 한참을 어리둥절했다.

 

▲ 쌀알 크기의 자갈이 유실되고 드러난 바위

왜 이렇게 됐을까? 이곳이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드러난 거친 바위를 충분히 덮던 이곳 모래들이 얼마간 사라진 현상인 “연안 침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눈에 띄게! 한 철만 방문하는 사람은 현지 상황을 깊이 이해할 수 없다. 그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할머니, 할머니. 저기 있던 모래가 없어졌어요.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나요?” 


“모래는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그런데 돌이 저마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오! 이런 현상은 있어왔다니 한숨이 놓인다. 필자가 궁금한 것은 모래가 다시 들어올 때, 원상복구가 되는지다. 활어차에 시동을 켜고 출발하려는 현지인께 말을 걸었다.


“사장님, 사장님. 저기에 모래가 없어졌어요.”


“모래가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그럼 다시 들어오면 예전만큼 회복이 되나요?”


“원래만큼은 안 되는데… 아마, 바다 밑에 시설이 있어서 거기에 모래가 쌓이니까 덜 들어올 겁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도 필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고향이 방어진 바다인 70세 노인께 물었다. 그분은 “다시 안 돌아온다!”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해안침식은 해안의 모래와 자갈이 바람, 파도, 물흐름 등에 의해 씻겨 해안이 조금씩 후퇴하는 것을 말한다(해양수산 용어사전). 보통 해안의 모래와 자갈은 공급되고 유실되는데, 유실되는 양이 많으면 침식이 일어난다. 이는 자연적 침식과 인위적 침식으로 나뉜다. 자연적 침식의 원인 중 하나는 ‘기후로 인한 침식’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수온도 함께 상승시켜 태풍의 세력이 세지고, 이로 인한 파력과 파고의 증가로 연안 침식은 급격화 된다. 또 하나는 지형적 요인에 따른 침식이다. 파도, 즉 파랑은 일반적으로 바다로 돌출돼 나온 뾰족한 땅인 곶(cape, 串)을 향해 굴절된다. 곶에는 파랑에너지가 집중되기 때문에, 곶 전면은 침식이, 곧 주변에는 퇴적이 발생한다(김상욱, 2011). 

 

▲ 2021년 8월 5일(위)과 8월 30일(아래)의 해당 지역 모습. 소형자갈이 유실되고 바위가 드러난 모습(원 표시).

 

연안 침식의 인위적 요인은 연안 돌출 구조물, 이안제, 호안, 준설에 의한 침식, 방풍림 조성에 의한 침식 등 그 요인이 다양하다. 인위적 구조물을 설치하는 이유는 해안선의 후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나 구조물 설치 때문에 또 다른 지역에 침식이 발생하는 역작용을 일으킨다. 예로, 방파제는 모래 이동이 많은 연안에 설치하는데, 이 방파제는 모래의 이동을 차단시켜 구조물 인접 상류에는 퇴적이 발생하고 하류에는 침식을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다. 파도의 파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해안선에 평행하게 설치하는 구조물인 이안제는 파력은 감소시키나 입사파랑을 일으켜 해안침식과 퇴적 작용을 활성화시키는 단점이 있다. 해안선 후퇴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가장 오래된 공법인 호안 설치는 반사파에 의한 파동을 증가시키고 호안의 하부구조가 세굴돼 궁극적으로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침식의 원인을 토대로 원인을 유추해보았다. 울산은 2016년 동해안의 해수면 상승률이 가속화되는 세부지역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서 28년간(1989~2016) 관측한 해수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28년간 해수면 높이의 평균 상승률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3년에 발표한 전 세계 평균값(2.0mm/yr)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동해안의 해수면 상승률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울산 주전, 강동 일대다. 동해안의 이 같은 현상은 1개월 전, 뉴스 “석달 새 사라진 동해안 백사장”과 같은 기사에서도 그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채널A, 2021.9.18. 방송). 

 

▲ 유실된 모래 때문에 비어있는 구조물

인위적 요인이 있는가? 2008년 강동 해안 몽돌 유실의 원인 조사를 위한 실험방법이 파랑, 해빈류 등 몽돌 이동의 외력 조사와 과거의 해안 변화 이력과 몽돌 공급의 근원지에 대한 기초조사 등이었다(박원경 외 2인, 2008). 과거 해안 변화 이력을 살펴보자면, 울산 해안선 정비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바다를 매립하면서 시작돼 1943년 울산공업도시건설 사업으로 인해 대대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다가 1960년경에 공장 건설 부지 확보와 항만 출조 사업로 울산 자연해안선이 본격적으로 사라졌다고 본다(울산저널 창간 3주년 특별기획-사라진 해안선, 2015.8.13). 울산의 해안선 일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인위적 가공이 있어 왔다. 특히, 최근 강동 일대에 관광단지와 대규모 거주지 건설이 있었다. 또한, 강동 해안 몽돌 유실 원인 분석에 관한 논문을 참고하면, 이번에 유실이 발생한 지역은 해빈이 매우 강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 해빈이 강하게 미치는 기차바위 주변, 원 표시(출처. 박외 2명, 2008)

해안 침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특성을 반드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통된 주원인은 다음과 같다. 기후온난화로 인한 전 지구적인 해수면 상승은 피할 길이 없고 더욱 가속화된다. 이는 태풍의 힘을 더 세게 만들고 파력이 더 커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한 해안 모래 유실 방지를 위해 설치한 구조물은 한쪽은 퇴적을, 그러나 다른 한쪽은 침식을 가져오는 결과를 준다. 원래, 연안의 모래는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지만, 복합적인 이유로 연안선은 더 급격하게 소멸될 것이다. 

 

필자는 해양공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시민이 여름 내내 추억을 쌓으며 놀던 곳의 변화를 몹시 당황해하며 상식선에서 이유를 찾아보았다. 다양한 인위적 활동에 의해서 엎치고 덮친 격의 전 지구적인 힘이 작용하면서 파괴돼 쉽게 돌이킬 수가 없는 자연환경, 아마 내년 여름 다시 이곳을 찾고 놀라는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 김상욱, 2011. 현안보고서_국내 연안 침식 방지를 위한 정책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V.130, p.73.
박경원, 정대연, 김해성, 2008. 울산 강동 해안 몽동 유실 원인 분석 및 방지 대책 설계 사례. 한국해안·해양공학회 학술발표논문집, 제17권, pp.13~16.
울산저널, 창간 3주년 특별기획_사라진 해안선, 2015.8.13. http://usjournal.kr/news/newsview .php?ncode=179513415750772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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