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울산장애인구강센터

교육 / 전은영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 회원 / 2021-09-14 00:00:34
학부모 칼럼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고충이 따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난감한 일 중에 하나가 병원에 가는 일이다. 의사소통이 힘든 아이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설명할 재간이 없고 그저 소리를 지르거나 울거나 화만 낼 뿐이다. 


의료진도 대부분 난색을 표하고 엄마는 그야말로 식은땀 한 바가지에 발을 동동 구른다. 그나마도 친절한 병원을 만나 아이의 상태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면 그것은 천운과도 같고, 대개는 전문 인력이 있는 병원을 가라고 에둘러 거절하기 일쑤다.


장애 전문 인력이 있는 병원이 어디 동네마다 하나씩 있느냐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이내 체념하고 아이의 증상이 대충 이러이러하니 가능한 약이라도 제발 처방해 달라고 굽신거리다 오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중에도 끝판왕이 존재하니 그것은 바로 ‘치과’다. 비장애 아이도 힘들고, 어른인 나도 사실 겁나는, 이름만 들어도 아플 것만 같은 치과 말이다. 아이가 비교적 어리고 몸무게도 가벼웠을 때는 집 근처 어린이전문치과에 가기도 했으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몸집이 커지니 그마저도 ‘전신마취’가 가능한 대학병원 치과를 가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으니 그야말로 걱정이 태산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울산에서 가장 가까운 전신마취가 가능한 대학병원 치과는 양산에 있는 부산대학병원 부속 어린이치과와 부산에 있는 장애인구강센터 두 곳이었다. 두 곳 모두 집에서 왕복 세 시간 거리다. 치과 치료라는 것이 한번 가서 끝나기는 쉽지 않아 일주일에 두 번 가야 할 때도, 또는 이틀 연속으로 가야 할 때도 있는 것인데, 그동안 많은 울산의 장애인과 그 부모들이 그렇게 어렵게 치과를 가야만 했던 것이다. 


장애 특성상 올바른 양치질이 어렵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진료 시기를 놓치는 장애인이 많아 수많은 장애인이 구강 상태가 취약한 편이다. 그래서 사실 치과치료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치료를 잘할 수 있을지 비용은 얼마나 나올지 보호자들은 걱정이 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우리 지역에 갈 수 있는 치과가 없다는 좌절감부터 먼저 드는 현실이 너무 야속할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얼마 전 울산 장애인구강센터 개소 소식은 너무나 반가운 뉴스였다. 사실 공교롭게도 바로 집 앞이라 오며 가며 얼마나 공사가 진행된 것인지, 의사는 채용이 된 것인지, 도대체 언제부터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보던 참이었다. 


마침 전에 치료했던 크라운이 빠진 아이를 두고 걱정하던 터라, 기다렸다는 듯 예약을 하고 얼마 전 진료를 다녀왔다.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주변 소문(?)을 듣지는 못했기에 긴장하며 병원에 들어갔지만.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써놓고 보니 꽤 서글픈 말이지만 여태껏 현실이 그랬으니까…


다행히 장애 이해도가 있는 의료진의 도움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진료를 받고 나오니 마치 큰 산을 넘은 듯이 속이 후련해졌다. 아이의 상태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들이 거절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표정 말투 한숨 소리 하나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렇게나 안도감을 주다니… 다행이면서도 참 서글프고 씁쓸한 일이었다. 또 집에서 왕복 세 시간을 들여 진료를 보러 가던 것을 걸어서 5분 만에 다녀오다니 헛웃음이 나올 만큼이나 기쁘고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학교를 가는 것이, 병원을 가는 것이, 혹은 미용실이나 마트를 가는 것이,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이 되는 사회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됐다.


내가 사는 지역 사회에서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게, 또는 불평등과 차별을 받지 않게 작은 것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소통한다면 조금씩 더 나은 동네가, 더 나은 지역이, 더 나은 국가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은영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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