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가디슈>와 남북관계

오피니언 / 배성만 통일의병 부울경본부장 / 2021-09-06 00:00:35
통일

영화 <모가디슈>를 봤다.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최근에는 해적이 출몰하고 아덴만의 여명작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말리아의 수도다. 소말리아 내전 당시 대한민국과 북한 대사관 공관원들의 실제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90년, 22년 동안 1인 독재를 하던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소말리아 시민들의 시위와 이를 무차별 폭력 진압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광주 민주항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반군의 입성과 무차별 인명 살상은 현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다름이 없어 보여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에 기여한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출한, 작전명 ‘미라클’. 그 긴박했던 상황을 뉴스로 접하면서 영화에서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장면이 겹쳐 더욱 실감 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391명을 무사히 국내로 이송한 것에 외신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어 감개무량하기도 하다.


소말리아는 부정부패를 일삼는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에 의해 독재정권이 무너지기는 했으나 시민사회는 그 이후를 대비하지 못했다. 그 결과 무장한 부족들이 돌아가며 일으키는 반란과 학살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30년째 내전 중이다.


그들에게도 한 표를 애걸해야 할 정도로 국제 지위가 불안정했던 대한민국이 30년 후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동안 소말리아는 계속 내전 중이었고 대사관 폐쇄 후 아직도 외교관계를 재개하지 못할 만큼 비정상 상태다. 현재는 해적 때문에 가끔 뉴스에 나오는 나라이기도 하다.


남과 북이 서로 말을 섞는 것만으로도 처벌되는 적대관계가 된 상황에서 내전 중인 나라를 탈출하기 위해 일치단결해야 하는 아이러니.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그 법의 잣대로 반동에 대한 숙청이 정당화됐지만, 생명과 생존 앞에서는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그들은 한국대사관에서 함께 생활하며 탈출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식사 시간에 붙은 깻잎을 젓가락으로 잡아주는 장면은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성을 느끼게 한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독일에 기술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당시 안보교육을 받고 출국했다. 현지 체류 시 유고슬라비아 식당에서 식사하고, 팸플릿을 갖고 있다가 귀국할 때 문제가 될까 봐 호텔에 놓고 돌아온 기억이 생생하다. 그만큼 국가보안법 때문에 엄청 위축되는 시기를 겪은 경험 탓에 영화 속 장면들이 더욱 공감됐다.


소말리아 탈출 당시 실제로 남북 공관원들이 10여 일 동거했다. 국가보안법이야 있든 말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줬는데 지금 이 나라 이 땅에서 남북이 이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현실의 제 위치로 돌아가야지요.” “그럼 잘들 가십시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요.” 영화에서는 그렇게 헤어졌지만 당시 남북한 공관원과 그 가족들은 영화와는 달리 눈치 봐야 할 기관원들이 없었기에 뜨겁게 얼싸안고 헤어졌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남북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던 시기이고 유엔에 가입하기 전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당시 북한은 ‘하나의 조선’ 정책으로 유엔 단일 의석 가입을 주장했고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천명하던 남한은 동시 가입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유엔 가입의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중 소련과 중국은 남한에 대해 거부권을, 서방은 북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유엔 가입이 되지 않다가 1991년 9월에 남북은 160번째와 161번째 유엔 회원국이 되면서 냉전 구도 와해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올해 9월은 유엔 가입 30주년이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만장일치로 격상됐다. 


30년 전 소말리아를 탈출하던 시기의 국력과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지만 아직도 북한에 대한 인식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세계에서 무기 구입 금액이 가장 많은 나라, 자주국방을 외친 지 20년이 지나도 미국의 군사적 도움 없이는 안 된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는 소위 지도층, 전시작전권도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등을 생각하면 이제는 획기적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할 때다.


영화에서 한국대사의 대사 중에 “때로는 진실이 두 개일 때도 있다”는 말은 세상 일이라는 게 그리 간단하거나 평면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말은 오늘날 남북협력에 있어 금과옥조로 삼아도 좋겠다. 이 영화를 남과 북이 함께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배성만 새로운 100년을 여는 통일의병 부울경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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