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2)

기획/특집 / 특별취재팀 / 2021-11-22 15:20:59
전문가 좌담(3)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실태와 원인
▲2020년 2월 22일 오후 2시 현대중공업 2야드 매립지 1조립장에서 건조 중인 LNG선 저장탱크 내부 보온작업용 발판으로 사용할 트러스 구조물 조립을 위해 7단에서 작업발판(합판)을 설치하던 하청업체 진오기업 소속 김모 씨가 이동 중 고정되지 않은 발판(합판)을 밟아 발이 빠지면서 약 16.8미터 아래인 2단 작업 발판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하청구조 방치하면 조선산업 지속불가능

 

이종호 편집국장=물량팀, 단기계약팀, 돌관팀 등 실태는 어떤가?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복잡한 고용구조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윤을 많이 착취하려고 하는 구조 때문에 그런 거다. 그 과정에서 안전을 무시한다. 현대중공업이 정규직은 전혀 뽑지 않고 하청조차도 구하기 어려우니까 임시로 일하는 사람들을 알음알음해서 구하고 있다. 일하러 들어오는 과정 자체가 엉망진창인 거다. 처음 들어오는 사람에 대한 안전교육이나, 현장에서 익숙하게 일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이 없고, 보호장구나 안전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다. 이런 고용구조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단기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 계약, 분명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통계가 안 잡히는 유령노동자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번에 사내하청지회에서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전수조사를 요구했는데 노동조합에 보내준 하청업체 인원수와 노동부에 보고했던 인원수가 다르다. 노동부에 보고했던 게 더 작았다. 여기에 빈 사람들은 누구냐? 프리랜서 계약이거나 통계에 안 잡히는, 4대 보험도 들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그런 노동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거다. 이런 비상식적인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현대중공업이 ESG 논의도 많이 하고 있고 ESG위원회도 하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까지도 ESG 문제로 규제하겠다고 제도화하고 있다. 이미 유럽은 제도가 서서히 강화되고 있고 특히 독일에서는 아주 강력하게 제도가 확정됐다. 환경이나 투명한 재무구조 등은 통계가 잘 나오는 반면에 하청노동자에 대한 인권 문제는 기준이 잘 정비돼 있지 않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위험의 외주화로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산재은폐나 임금체불 등 하청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문제가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분명히 이렇게 배를 만들면 다른 제재가 들어온다거나 투자를 받지 못하게 해서 현대중공업이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이 이런 식으로 하청구조를 계속 방치해서 세계 1등 조선소의 위치를 어느 정도나 더 유지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정이 일본의 실패 사례인데 이걸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현대중공업에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서 숙련된 노동자가 줄어들고 조선산업에 대한 매리트가 없기 때문에 이쪽에서 일하려고 하는 노동자가 없으면 조선소는 망하는 거다. 이런 잘못된 고용구조는 우리 노동자에 대한 피해도 크지만 자본에게도 결코 유리하지 않고,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심각한 산업의 위기를 불러온다. 안전보건 문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사회 전반에도 대단히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거다. 앞으로 이 문제는 해결의 구조를 만들지 않는 한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단기 프로젝트 계약과 물량팀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단기 프로젝트 계약이라는 문제는 아직까지 현대중공업에만 나타나고 있다. 이게 한쪽에서는 물량팀을 양성화한 것 아니냐, 하청업체나 2차 하청업체가 사용하던 물량팀을 현대중공업이 직접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그래도 다단계 하청구조의 물량팀보다는 직접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측면이 있다. 이런 단기 프로젝트 계약이라는 방식으로 물량팀이 없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어쨌든 하청구조에 있는 물량팀보다는 원청이 직접 단기 프로젝트 계약을 통해서 계약을 맺는 방식이 더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기 프로젝트 계약이라는 방식만으로는 물량팀이 줄어들거나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량팀이 생기는 이유는 정해진 시간 안에 수주받은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쳐내서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 시간 안에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면 해당 공정을 외주화하거나 물량팀을 사용해서 빨리빨리 쳐내야 하는 거고, 그 과정에서 중간이윤들이 만들어지면서 아래로 하방하는 구조다. 

 

가장 말단에 있는 노동자들은 이윤의 희생양이 되거나 아니면 물량팀 같은 경우는 더 많은 비용을 자기가 감수하기까지 한다. 어떤 하청업체 소장은 자기는 물량팀 사용하고 싶지 않은데 빨리 공정을 맞추라는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물량팀을 고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원하청구조 안에서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물량팀까지 동원해서 아니면 프리미엄을 더 줘서라도 단축시켜서 빨리빨리 물량들을 소화할 거냐. 이런 문제가 기본적인, 마치 정상적인 시스템처럼 굴러가는 이상 물량팀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안전만큼은 원하청 통합시켜야

 

여기서 문제는 그럼 위험에 대한 비용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원청이 하청에게 물량팀 외주를 줄 때 해당 작업에 수반하는 위험과 관련된 비용들이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비용이다. 하지만 안전관리비 등을 제외하고는 그 비용을 산정하지 않는다. 하청업체도 그것을 계산해야 하는데 산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서 중간 마진이나 중간이윤이라고 하는 것 속에 위험에 대한 비용을 걷어내면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생긴다. 거기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사고에 직면한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 

 

위험의 외주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위험이 분할되면서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단위가 없어지는, 그래서 책임의 공백이 발생하면서 그 위험조차도 위험하다고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거꾸로 어떻게 해결해야 되냐면 원하청 안전을 통합시켜야 한다. 전체를 다 직고용해서 내부화시켜서 다 통합하거나 아니면 기업들이 죽어도 우리는 직고용 못 하겠고 외주화해야겠다고 하면 외주화된 분할의 간극을 메울만한 비용과 시간과 투자를 들여서까지라도 안전을 통합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하는 사회적 메시지나 규제가 없다면 이 외주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기업가라도 당연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원하청구조가 분절화된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비용은 굉장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왜냐면 절차가 굉장히 복잡해지기 때문에 안전관리자를 한 명만 둘 거를 계속 중간중간에 다 둬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는 안전 정책일 뿐만 아니라 고용에 대한 접근이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안전 전문가들은 이를 무시한다. 위험의 외주화는 고용 문제가 아니라 안전 시스템을 어떻게 확보할 건가에 대한 문제라고 하는데 정말 그 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확보하려면 직고용했을 때보다 더 많은 안전에 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 그것을 감수할 거냐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다.

 

하청노동자 절반이 물량팀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현대중공업이 사고가 났을 때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사에 필요한 기술인력이 부족하거나 물량이 변동할 때 유연하게 투입하기 위해서 물량팀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2018년 조선산업 사고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도 그렇고 작년 12월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현대중공업의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도 보면 선박 건조과정에서 고기량 숙련공이 필요하고 유연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물량팀이 필요하다는 걸 일단 인정한다. 

 

현대중공업이 노동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건조 기준으로 2019년에 물량팀 비중이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50%다. 지금은 30%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자기들도 주장하고 정부에서도 주장하는 고기량 숙련공에 물량변동에 유연하게 투입하는 노동자의 비중이 하청노동자의 50%라는 것은 사실은 그런 용도로 물량팀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중에 극소수 예전에 돌파해서 관철하자, 전쟁용어나 군대용어처럼 불렸는데, 물량팀의 원조처럼 돼 있는 돌관팀 같은 소수의 그런 역량들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 정도면 물량팀은 1차 업체에 있는 하청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상시적인 업무에 투입되는 거다. 더 권리가 없고 좀 더 다루기 쉽고 공기단축을 더 압박할 수 있는 이런 노동자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데 이걸 프로젝트 협력사로 양성화한다는 게 바른 것인지는 의문이다.

 

올해 7월에 도장공장 지붕에서 지붕교체 작업을 하다가 떨어진 노동자도 단기계약업체 소속 노동자였는데 그분이 지붕교체 작업 이력이 20년이다. 현대중공업에서만 지붕교체나 시설교체를 10년 이상 꾸준히, 다른 데 안 나가고 해온 사람이다. 사실은 현대중공업에서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인 거다. 그런데 그 상시작업을 현대중공업이 단기계약업체에 물량을 줘서 작업을 시키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상시업무 하청노동자 정규직화해야

 

단기계약업체 노동자들은 작업기간이 짧으면 한 달도 있고 길어야 석 달이다. 왜 단기계약 노동자들이 주어진 공기가 있는데 그보다 더 빨리 일을 하냐. 그 업체가 그 기간에 한 공사만 수주받은 게 아니라 현대중공업 내에 다른 공사도 수주를 받았다. 이 일을 빨리 하고 그 인원을 빼서 다른 데 투입시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그런 식으로 단기 계약업체 노동자들이 사용되고 있다. 1개월 단위이기 때문에 안전교육, 없다. 원하청이 함께하는 안전점검, 없다. 안전보건협의체, 없다. 한 달 일하고 빠지는데 무슨 법에 따른 원하청의 안전보건 공동협의회를 운영하고 점검하고, 없다. 그냥 주어진 일만 치고 나가면 끝이다. 

 

굉장히 위험한 상태로 일하기 때문에 이름은 바뀌고 계약 형태는 바뀌었지만 물량팀 노동자나 단기계약업체 노동자들의 처지가 바뀐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량팀이라든지 단기계약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회사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정부도 사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각종 보고서에 일정한 물량팀이 필요하다는 걸 전제하고 있는데 그 관점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 

 

고용구조를 바꾸려면 상시업무에 하청노동자들을 투입하고 있는 이 구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상시업무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상에는 도급금지 대상에 조선 하청노동자를 넣어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량팀을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고용구조를 바꿔서 원청이 직접 관리하고 원청에서 안전관리도 직접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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