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문화공장-사람들> 크레이티브 클럽 ‘찍다’, 김종률

사람 / 구승은 인턴 / 2022-05-11 00:00:46

▲ 크리에이티브 클럽 ‘찍다’ 회원들. 맨 오른쪽이 김종률 대표


Q. ‘찍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청년 제작자 단체 [찍다](이하 찍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영상, 사진, 디자인 사업자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모인 ‘모임’은 대체로 두 가지 중 하나의 형식을 갖는 것 같다. 방법론이 같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목적을 향해 달리거나 아니면 방법론이 다른 사람들끼리 같은 목적을 향해 달리거나 이렇게 두 가지인데 ‘찍다’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영상, 사진, 콘텐츠 창작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도 했다. 8월에는 다른 활동가와 클럽 파티도 공동기획했다.


뮤직비디오 촬영 같은 영상 관련 카테고리의 일은 다 하려 하고 있고 아니면 업체들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일도 나가보고, 이렇게 방법론이 같은 사람들끼리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 어떨까 싶어서 만들어진 창작자들 단체가 크리에이티브 클럽 ‘찍다’다.


간단히 소개할 때는 사진영상동호회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들어오면 굉장히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오픈 채팅방에서 면접을 진행하는데, 그때 다른 동호회와는 다르다고 설명을 많이 한다. 우리는 다른 사진 동호회처럼 출사를 자주 가지도 않고 별 영상 찍으러 가거나 육교 위에서 사진 찍으러 가지도 않는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그냥 핸드폰 하나 들고 찍는 거 좋아하고 유튜브 영상 찍는 거 좋아하고 비슷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단체이고 싶달까.


결과물의 포맷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 영상이든 사진이든 방법론만 같다면 그 사람이 뭘 하든 최대한 도와주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제작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제작자들이 울산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이 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얘기가 많으니 찍는 걸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도의 옛날 표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Q. ‘찍다’ 구성원은?

공식적인 운영자는 대표인 나와 부대표가 있다. 내부적으로 조금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두 가지로 설명하자면, 동호회로 보이는 ‘찍다’는 실제 인원이 35명 정도 된다. 업으로 활동하는 분들부터 진짜 초보로 우리가 활동하는 걸 보고 와서 보조해 주고 그냥 배우는 게 좋아서 있는 분들도 있다. 내가 따로 분류하고 있는 협동조합 구조의 ‘찍다’는 실제로 상업적 촬영을 포함해서 공식적인 결과물이 필요할 때 고객에게 바로 보낼 수 있는 인원으로, 정확히 누구라고 정하지는 않았지만 8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2021년부터는 울산 청년 예술단체 ‘그려용크루’와 MOU를 맺어 ‘찍다’라는 이름으로 같이 활동하고 있어서 ‘범 찍다’ 멤버를 합치면 6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Q. ‘찍다’는 어떤 활동을 해왔나?

처음 만들어진 건 2020년 10월이다. 그때까지는 조용히 우리끼리만 활동했다. 실제 외부 활동가들에게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영업을 뛰기 시작한 건 작년 6월부터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단기간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작년 상반기 목표였는데 상반기 목표는 이룬 것 같다. 청년센터 ‘하고재비’ 역할이 컸다. 무작정 외부에 알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청년센터에서 6월부터 시작한 ‘하고재비’에 신청했다. 그걸 제외하고는 하반기에 ‘위드코로나’를 예상해 지역의 활동가들이나 영상업계 사람들이 다 와서 즐기는 클럽파티나 뮤직비디오 촬영 등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 무산됐다. ‘하고재비’ 활동을 마무리 지으면서 하반기 계획을 다시 세웠다. 그래서 소수로 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 촬영, ‘성민도가’처럼 지역 청년들의 물건을 광고하는 영상을 작업했고 지역 음악가들의 라이브 클립 영상을 찍었다. 모여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계획이 많이 틀어졌다.


물론 아쉽지만, 그와 동시에 좋은 기회가 생겨 청년 사업 쪽과 연계돼 능력 있는 멤버들과 함께 디자인, 문화사업, 영상 제작, 사진 촬영 등 상업적인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진심으로 제작하는 제작자들은 소량의 제작비를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사업 외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지원사업은 좋긴 한데 정산이나 사무 일을 하기가 부담스럽더라. 그래서 오히려 조금 큰 단위의 사업을 가져오거나 제작업계 특성상 꽤 일이 많아서 함께 상업적인 촬영을 나가거나 작업을 하나라도 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찍다’에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참여하는 데 크게 어려울 건 없다. 10명이 신청했을 때 면접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다 보면 4명은 지쳐서 떠나더라. 들어오고 나서도 일반적인 사진영상 동호회라 생각하고 온 분들은 이 구조 자체를 이해 못 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 나이 제한은 없지는 않은데, 회원 대부분이 18~35세다. 그래서 나가는 분들도 꽤 있다. 활동하다가 왜 출사량이 적냐, 왜 기술적인 이야기는 안 하냐,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땐 정중히 말한다. 우리는 그런 동호회가 아니고 청년단체에 가깝다고.


이런 과정이 처음에는 감정 소모가 심했는데, 그 덕분에 지금은 영상 사진뿐만 아니라 외부활동 좋아하고 소모임 좋아하고 이런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됐다. 일할 때 빼고는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항상 얘기하며 네트워킹도 이뤄지고 있다. 그냥 영상 사진만 찍으면 질리기도 하고 일 같지 않나. 하지만 ‘찍다’ 자체가 전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제작업이 전업인 분들이 나를 포함해서 5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대학생이나 취업한 분들, 업체 대표 등 다양한 분들이 있다. ‘찍다’나 개인사업자의 이름으로 지역의 상업활동을 많이 진행하고 ‘찍다’ 멤버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 더 열심히 뛰려고 한다.

Q.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원래 서울에서 영상 일을 했다. 프로게이머들이나 유명 인플루언서들이랑 일하는 PD였는데 개인 사정도 있었고 사람에 치이는 게 너무 지쳐서 내려왔다. 울산에 내려와서 조용히 회사만 다니려다가 오래 일을 열심히 한 분들은 은퇴하고도 못 쉰다고 하지 않나. 취미로 영상 제작이나 해야지 하면서 ‘찍다’ 이전에 다른 팀을 구성하면서 평생 살았던 울산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됐다. 서울과는 굉장히 다른 매력이 있더라. 나 같은 경우는 너무 치열한 곳에 있다가 왔으니 울산이 굉장히 편안한, 매력이 있는 곳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가진 역량으로 더 큰 일을 해 봐야겠다 싶어서 ‘찍다’를 만들게 됐다.


서울에 있는 어떤 동호회를 벤치마킹해서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사진이면 사진, 영상이면 영상, 모델이면 모델, 입문자면 입문자, 아마추어면 아마추어, 프로면 프로, 이렇게 끼리끼리만 모이는 경우가 많은데 다 같이 모인 모습의 시너지를 믿으며 들고 왔는데 울산에서는 생각보다 수요가 많았다. 내가 재미있자고 시작한 건데 오히려 지금 있는 분 중에서 절반 정도는 나한테 이런 팀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한다. 그걸 보고 내가 더 열심히 해도 되겠구나 싶어서 내부적으로 가장 믿는 친구에게 인원 관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서 부대표 자리를 맡겼고 SNS 관리, 사진 담당자를 다른 두 분께 맡겨서 체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예전에 서울에서 같이 일했던 동업자가 ‘찍다’의 포맷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기회가 된다면 서울에도 같은 이름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러면 서울의 업체나 사람들과도 교류가 생기지 않겠나. 코로나 끝나면 더 활발해질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코로나 끝나길 마냥 기다리기보다 코로나가 끝나면 터뜨릴 수 있게 준비하는 중이다. ‘찍다’ 서울지부를 만들려는 이유는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다. 요즘은 서울의 지원사업이나 일들이 지방으로 많이 내려오기도 하고 서울에 있는 업체들도 서울의 경쟁이 세니까 일을 하러 지방으로 많이 내려온다. 그래서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그런 구조를 만들고 싶다.
 

▲ ‘찍다’ 회원들


Q.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울산 문화의 모습은?


오히려 울산의 문화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기존에 있던 분들이 울산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활동가를 불편해할뿐더러 기관에서도 새롭게 유입되는 분들에 대해 의심을 과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기존 인원들의 의견인지 아니면 내부 파이가 작아서 생기는 자연의 섭리인지 외부 유입 자체를 꺼려하더라.


울산은 내부적인 파이는 부족하지만 조금 넓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수도권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쪽으로 인재들이 몰리며 지역은 점점 공백이 생기고 있다. 나는 언젠가는 지역에서 분담해야 할 분야들이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대표적으로 물리적인 지역 격차를 덜 타는 분야가 내가 하고 있는 영상, 사진 콘텐츠 분야라고 생각한다. 경상권의 대구, 부산이 있지만, 오히려 울산보다 더 경직돼 있고 외부 자원을 꺼려하는 분위기는 사실 다르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외부의 자원을 막을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안타까운 울산의 모습이기도 한데, 울산에서도 외부 지역과 많은 콜라보가 진행돼 다양한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 어떤 행사를 가도 같은 내용, 같은 구성, 같은 이름, 같은 기관, 같은 프로그램, 같은 담당자, 같은 주최인 경우가 많다.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찍다’는 이런 폐쇄적인 구조에서 제작 분야라도 허브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막막하다.


그래서 멤버들한테 외부 프리랜서 일을 많이 주고 경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상이나 사진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살려 선순환시키는 것이 큰 목표다. 온라인으로 가능한 일이기에 외부적으로 티가 좀 덜 나기도 해서 몸집을 더 키우고 싶은 것도 있다. 지역의 편안함이 장점이라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있지만 절대 경쟁과 위기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쟁을 피하는 순간 도태되니까.

Q. 활동하면서 의미 있는 순간이나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하고재비’ 활동을 하면서 2개의 영상을 만드는데 3차로 나눠 촬영했다. ‘하고재비’가 150만 원 사업이라 우리는 60만 원 정도의 영상 하나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차피 모자란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이 기회에 ‘하고재비’ 예산를 싹싹 긁어서라도 최고의 장비를 써봐야겠다 싶어서 여기저기 업체에 찾아가 대여했다. 원래 대여를 안 하는 곳에서 도움을 줘서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왔다. 그렇게 첫 촬영을 진행했는데 모인 영상 장비가 총 1200만 원이 넘더라. 제작자들은 좋은 장비를 사용하게 돼서 좋고, 입문자들은 이런 환경을 울산에서 직접 체험했다는 경험 자체를 고마워 하더라. 어떻게 보면 이런 상업적인 촬영이나 전문 촬영은 전공자가 아닌 이상 경험하기 어려운데 결과물보다는 촬영 경험 자체를 고마워한다는 게 인상이 깊었다. 울산의 문화 환경에 안쓰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던 거 같다.


두 번째는 지난 3월 13일 진행한 ‘찍다’ 발대식이었다. 1년 6개월 정도 코로나와 같이 만들어져 팬데믹 시대에도 누구보다 빠른 성장을 한 것에 대한 감사와 멤버들에게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함과 동시에 지역의 대표적인 청년단체 중 하나로서 발돋움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너무 오랜만에 공식행사를 진행하면서 대표로서 다시 한번 단체를 돌아보고 멤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여서 너무 뜻깊었고 앞으로도 가끔 이런 자리를 가지려고 한다.

Q. ‘찍다’가 바라는 문화도시 울산의 모습은?

울산이 전체적으로 자유로워지는 분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문화라는 단어는 폐쇄적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드라이브를 하고 옷을 입는 게 다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도 문화라고 하면 미술, 현대무용, 고급음악 이런 카테고리만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 고급스러운 공연을 연다고 문화 수준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라는 단어를 더 오픈시켜 다양한 곳에 사용이 되면 좋겠다.


두 번째로는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 언론사 문화사업부 일원으로 지역에서 행사를 진행하며 수도 없는 민원을 받아봤다. 문화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가장 안타까운 사례가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시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하고 그것을 위해 기관이나 활동가 입장에서는 문화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풀어서 시민들이 문화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이 모든 것의 궁극적인 이유는 ‘보여주기식’ 진행이라고 생각하는데, 회사를 다녔던 입장에서 정량적인 성과를 위한 보여주기식 진행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는 없어져야 할, 아니 없어지지는 못해도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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